[시장경제 길라잡이] 사유재산권과 사막

최승노 / 2020-02-10 / 조회: 5,370

"북아프리카 사막은 로마시대엔 비옥한 농토였죠…

아랍 점령 후 사유재산권 폐지로 황폐화 됐죠"


사막을 가꾸게 한 재산권


리비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등이 자리한 북아프리카는 대표적인 사막 지역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래 바람이 불고, 풀과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말라 죽는 불모지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은 바싹 마른 이곳이 로마시대만 해도 비옥한 농토였다고 한다. 우거진 수풀과 기름진 토양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부슬부슬 모래 먼지가 흩날리는 사막만 남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사막화는 기후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의 사막화는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결과물이라는 쪽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로마가 북아프리카 지역을 통치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와 오스만 제국


로마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땅을 일구고, 관개 시설을 마련하여 멀리서부터 물을 끌어다 댔다. 아직까지 이 지역에 남아 있는 로마 시대의 관개 시설은 1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복원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 로마인들이 이토록 공들여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던 데에는 사유재산권 인정이 있었다. 로마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했고, 그 덕분에 로마인은 땅에 대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했다. 또한 그만큼 아낌없이 투자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랍과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로마 이후로 북아프리카 지역을 차지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아랍과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통치자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치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며 모든 토지를 국유화했다. 그러자 땅이 급격하게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열심히 땅을 일구거나, 관개 시설을 마련하여 물을 끌어다 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땅도 아닌 통치자의 땅에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국민들은 필연적으로 농업이 아닌 유목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다수 국민이 염소를 키우다 보니 땅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황폐화되었다. 먹성 좋은 염소가 작은 풀까지 다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물길이 끊기고, 풀 한 포기조차 남아 있지 않은 땅이 사막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오늘날 북아프리카 지역의 사막은 비현실적인 재산권 귀속이 야기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재산은 성실과 책임을 낳는다


사람들은 소유의 개념 즉, 재산권이 명확하다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이익도 결국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재산의 인정은 주인 의식을 고취해 도덕성을 함양하는 기능도 한다. 사람은 자기 일, 자기 물건 등 자신이 소유한 대상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고,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한마디로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인 의식이 발현될 수 없고 책임감과 성실성도 사라지게 된다.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재산권 분쟁의 책임과 해결을 위한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다. 사유재산권은 재산을 소유하고 그것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로,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밑거름이 된다.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보호되는 사회에서라야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가진 것이 없다면, 과연 무엇을 지키겠는가.


■ 기억해주세요


재산의 인정은 주인 의식을 고취시켜 도덕성을 함양시키는 기능도 한다. 사람은 자기 일, 자기 물건 등 자신이 소유한 대상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고,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00 ‘마스크 대란’, 정부 개입 vs. 시장
권혁철 / 2020-02-28
권혁철 2020-02-28
199 [한비자로 세상읽기]미담으로 소개되는 괴담들
임건순 / 2020-02-25
임건순 2020-02-25
198 [시장경제 길라잡이] 정부는 부모가 아니다
최승노 / 2020-02-24
최승노 2020-02-24
197 [한비자로 세상읽기]문재인 정권, 권력의 대기실은 없는가?
임건순 / 2020-02-18
임건순 2020-02-18
196 [문화칼럼] <기생충> 아카데미상 쾌거는 국가 문화지원 덕택이다?
이문원 / 2020-02-17
이문원 2020-02-17
195 [시장경제 길라잡이] 박제가의 `북학의`
최승노 / 2020-02-17
최승노 2020-02-17
194 [한비자로 세상읽기]모두가 당당한 소인(小人)되는 세상
임건순 / 2020-02-11
임건순 2020-02-11
[시장경제 길라잡이] 사유재산권과 사막
최승노 / 2020-02-10
최승노 2020-02-10
192 [한비자로 세상읽기]국가의 진정한 유능함이란 무엇인가?
임건순 / 2020-02-04
임건순 2020-02-04
191 [시장경제 길라잡이] 청교도 실험과 자본주의
최승노 / 2020-02-03
최승노 2020-02-03
190 [문화칼럼] 홍콩영화는 상혼에 찌든 졸속 속편 양산 탓에 몰락했다?
이문원 / 2020-01-30
이문원 2020-01-30
189 [한비자로 세상읽기]리더는 부하의 충성에 의지하지 않는다
임건순 / 2020-01-28
임건순 2020-01-28
188 [시장경제 길라잡이] 선택권
최승노 / 2020-01-27
최승노 2020-01-27
187 [한비자로 세상읽기]신뢰(信賴)자원의 부국(富國)으로
임건순 / 2020-01-21
임건순 2020-01-21
186 [시장경제 길라잡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최승노 / 2020-01-20
최승노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