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우물이 아니라, 우물을 판 사람에게서 온다

손경모 / 2020-07-02 / 조회: 845

코로나사태로 인해 각국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경제대응에 고심이 많다. 그 해법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 화폐를 지급해 소비효과로 경제를 지속시키는 식의 해법이 주를 이룬다. 이런 주장이 발전돼 '재난 기본소득’이 나왔고,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 기본소득’이 여야에서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해법이 가능한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정책상 분배정책은 사람들의 유인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경제가 정체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분배의 근거와 방향을 고민해볼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사태로 사람들은 매우 귀중한 경험을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순간도 없으면 살 수 없는 석유조차도 마이너스 가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석유도 안전자산이 아니라면 돈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은 도대체 뭘까.

 

단언컨대 돈은 효용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재화든 서비스든 그 무엇이든 사용하면서 효용을 얻고 만족을 얻을 수만 있다면, 돈은 바로 거기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돈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뭔가 생산하고 서비스하면서도 생겨나지만, 타인을 위해서 할 때도 많이 생겨난다. 그런 만족을 원하는 사람은 '나’라는 한 사람보다, 다른 여러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석유가 가격을 가지는 이유도, 금이 가격을 가지는 이유도, 노동력이 가격을 가지는 이유도 다 그런 이유다.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효용을 주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거의 모든 것의 동력원이 되는 석유가 돈의 근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대한 유전을 자랑하는 중동도 베네수엘라도 세계 1등 국가가 아니며, 최소한 경제 대국도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돈의 본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돈은 효용을 일으키는 순간에 생산된다. GDP산출방식이 부가가치 생산 기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것은 석유가 아닌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석유는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일으키지 않지만, 기업은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석유는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기 전까지는 땅속에 있는 '저주받은 검은 물’일 뿐이지만, 소비를 위해 가공되고 소비되면 그때 생명력을 부여받고 '하늘의 축복인 석유’가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돈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석유조차도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업에 의해 돈이 된다.

 

세상에 돈을 만드는 본질은 기업에 있다. 그래서 좋은 기업이 많고 그런 기업이 잘되게 해주는 국가가 강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선진국은 그런 좋은 기업들이 많은 국가이고, 그런 국가들이 경제도 선도하고 국제 질서도 선도한다. 사실 이런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원리다.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즉 문제해결을 원하는 소비자를 돕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좋은 기업이 많이 있다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감사의 표현으로 화폐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그 질서를 따른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복지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기업이 진짜 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석유보다 더 무한하고 더 귀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돈이라는 달을 가리키면, 석유라는 손가락만 본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기업들이 늘어서있다.  

 

돈을 만드는 기업이 국부의 원천이고, 사회 안전망의 원천이고, 복지의 원천이다. 그런 기업의 배를 가르고 나면 한국이 중동만큼의 석유가 난들 한 푼도 건질 수 없을 것이다. 돈은 감사한 일과 마음에서 오는 것이고, 그런 감사가 많은 개인이나 국가는 번성할 수밖에 없다. 목마름을 해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물을 만든 이에게 감사하기 때문이다. 물은 우물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물을 판 사람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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