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은 조국이 아닌 국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박재민 / 2019-10-01 / 조회: 1,471

지난 토요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서초에서 열렸다. 2017년 3월에 열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기념하는 촛불시위 이후 30개월만에 이루어진 대규모 촛불시위였다. 비록 그 실제 참가자 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어쨌든 수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정치참여라는 의의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수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표면적으로 주장한 것이 '검찰개혁’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 때문이다. 실제로 당일 시위대는 '조국수호 지켜내자’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띄우는 등, 시위의 진실된 메시지를 의심하게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조국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여기는 것에 기반한다. 조국 장관이야말로 검찰개혁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조국 장관을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는 조국 장관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동일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일종의, 조국 장관을 영웅적 지도자로 여기는 심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한 명의 장관을 지키는 것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공감대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수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든가, 형법의 영역에 있어야 할 검찰이 민법의 영역을 침범한다든가 하는 문제다.


이는 모두 적절한 제도 마련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권과 관한 문제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의한 것이므로 일본의 형사소송법과 같이 검찰의 수사권을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1)하는 법 개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일본의 검찰심사회2)와 같은 사후통제장치를 둠으로써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찰이 민법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 역시 민사적 중재 및 조정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개인 간 금전채무불이행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권자는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기 및 재산범죄사건은 전체 형사사건의 1/3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전분쟁이 다양한 민사적 조정, 중재제도를 통해 사전에 해결되는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8%에 불과하다.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이 형벌의 힘을 빌리지 않고, 검찰 역시 민법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는 법무부장관이 아닌 입법부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고 수사권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편하고 사인(私人)간의 분쟁을 조정할 민사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특성상 행정부 역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으나 이는 단지 행정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입법에 있어서는 국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국 장관을 지키는 것이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을 반대하는 목소리만을 내며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들의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강도는 이견이 있을지라도 검찰에 대한 불신,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후 수단이어야 할 형벌이 도덕의 영역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간통죄가 2015년의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통해 사라졌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입법부에서 간통죄를 둘러싼 법률적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 어쩌면 지금까지 국회는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1)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195조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형사소송법 제191조 1항은 “검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2)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시민으로 구성되어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이 정당한지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검찰시민위원회와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가져 검찰관의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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