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오래된 부동산의 역사

정성우 / 2020-08-25 / 조회: 1,002

요즘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대다수 시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거리로 나서고 있다. 비록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건은 영향력이 커서 그런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부동산 문제는 과연 현대에 이르러 생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옛날에도 부동산 문제는 존재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다.


고려 명종 때의 선비 노극청(盧克淸)의 아내가 은자(銀子) 9근에 마련한 집을 현덕수(玄德秀)라는 사람에게 은자 12근에 되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은자 한 근의 가치는 삼베 100필과 맞먹었는데, 백성들이 삼베 한 필 저축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음을 감안하면 수도 개경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궁궐에서 가까울수록 집값은 더욱 비쌌다고 한다. 1000년 전 사람들도 현대인들과 유사하게 경제 활동을 하였던 셈이다.


조선시대에도 부동산 문제는 줄곧 쟁점이 되었는데, 수도였던 한양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한양은 약 인구 10만 명 내외를 목표로 건설된 도시였으나 이후 기준 인구를 훨씬 초과하면서 사람들이 거주할 주택이 부족해지는 등 주거난(住居難)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주로 일반 백성들이 거주하던 남산골의 주택은 말단 관직인 정9품 관료 녹봉의 2년 치면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인사동은 무려 정9품 관료의 녹봉 50년 치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지역 간 격차도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관대작들이 비교적 저렴한 초가집들을 매입하여 비싼 기와집으로 개조함으로써 집값을 대폭 상승시켜 문제가 되었다. 조정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집값을 잡으려 각종 규제를 가했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부유한 사대부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말단 관리와 중인들의 집을 더 사들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정의 대책은 주택 투기만 더욱 부추겼을 뿐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군인들이 누적된 차별대우와 맞물려 일으킨 사건이 바로 임오군란이었다. 당시 군인들은 1년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자 머물던 전셋집에서도 쫓겨나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난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도 큰 혼란을 겪게 되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문제가 불러오는 파급력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정부의 개입은 항상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과거 봉건 시대에도 그랬고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그렇다. 다시 말해 유사 이래 예외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정부가 시장을 이긴다는 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부동산 통제 정책에 쉽사리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단순히 정부의 개입이 아닌 다른 차원의 접근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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