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책기본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김이석 / 2004-11-19 / 조회: 7,829

- 2004.8.9. 염동연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70262:
고용정책기본법중개정법률안 -

1. 문제의 제기

염동연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45인이 2004년 8월 9일 「고용정책기본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1)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위해 성별, 신앙, 연령,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혼인 또는 임신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2) 모집 및 채용관련 모든 서류에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앞에서 언급된 차별금지사항을 기재하지 않아야 하며(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성별과 연령은 예외), 3)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사업장이 있는 광역시ㆍ도 관할구역 안의 지방대학 졸업생(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12조 규정에 따른 지방대학을 지칭)으로 신규채용 인원의 100분의 20이상을 우선 채용하도록 노력하도록 권고하고, 4) 노동부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조사권과 시정명령권을 부여하고, 5) 이 규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시정명령에 불응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법률안은 모집과 채용과정에서 출신학교를 적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이를 어길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동부장관이 이에 관한 조사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불응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이 법률안이 제안된다는 사실은 비록 지방대생들의 취업난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방대생 취업난을 이런 강제적인 법률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보조금 등의 다른 유인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혹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투자가 활발해지도록 함으로써 취업기회를 늘려주는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유형의 입법은 기업경영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의 하나인 채용에 대한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가의 정책목표와 충돌이 되고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위험이 크다.

또한 이 개정법률안은 기업가정신의 핵심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사업기회에 대한 기민성(alertness)과 그런 기민성에 따른 행동의 결과에 대해 최종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기민성을 지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alertness about alertness)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채용에 대한 법률적 제약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되어야 할 경영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제약이 아닐 수 없다.

2. 문제점과 가능한 대안

가. '부당한 차별'이란 무엇인가?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규정한 현행 고용정책기본법 제19조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ㆍ채용함에 있어서 성별, 신앙, 연령,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또는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개정안은 이런 사유 이외에도 혼인과 임신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모집이나 채용과정에서 성별과 연령은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기재하는 것이 허용된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채용시 입사하려는 사람들의 출신대학이나 성별, 나이 등을 알고자 하거나 기재하도록 하게 하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 법률안은(더 정확하게는 이 법률안을 제안한 사람들은) 연령이나 성별은 경우에 따라서 업무수행 능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출신대학 등은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예단하고 있거나 아니면 출신 대학은 업무의 수행능력과 일정한 관계를 지니는 것을 인정하지만 지방대학의 육성과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서 약자를 보호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신대학이 업무수행 능력과 상관이 없다고 보는 것은 옳은 것일까? 노동경제학에서는 출신학교는 장래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훌륭한 대리변수이며, 학교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를 차별화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screening device)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느 정도로 어떤 회사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미리 알 수 없고 그래서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회사의 장래가 걸린 중대하고도 어려우며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출신학교'에 대한 정보는 이런 비용을 줄인다.

어떤 사람의 출신대학이 앞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기여할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출신대학을 아는 것이 모르는 것에 비해 이런 판단을 하는데 정말 조금이라도 평균적으로 보아 도움이 된다면, 각 회사들이 이 정보를 활용하여 자기들에게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출신대학이 업무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도 법률로 정할 사항이 아니며 그 사람을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다. 기업가정신의 본질이 남보다 먼저 소비자들이 구매할 것으로 판단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기민성에 있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회사에 더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경영자의 핵심적 판단 사항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자기의 책임 아래 사업 아이디어를 포함한 자기의 생각을 실험하는 곳이다. 회사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채용하게 되면 그만큼 자신에게 불리해지므로 적절한 인재를 찾고자 하는 유인이 내재화되어 있다. 즉, 만약 자신의 이익에 벗어나게 "부당한" 차별을 하여서 생산성이 낮은 사람을 채용하게 되면 그만큼 손해가 된다. 물론 사후적으로 볼 때 잘못 선택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줄 수 있는 급여조건이나 적합한 인재가 다르다고 할 때 이에 대해 각 회사의 경영자만큼 좋은 인재를 선발하려는 동기가 부여되어 있고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지닌 경제주체는 사실상 없다.

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인가?

'부당한 차별'을 생산성과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차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상한 편견으로 인해 이런 부당한 차별을 지속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시장은 편견을 벌한다. 시장에서의 자유란 경쟁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자유로서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는 - 비록 사후적으로 틀렸다는 것이 드러날지 모르지만 - 자기의 생각대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채용할지, 어떤 정보를 원할지는 주주들의 대리인인 경영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출신학교가 어떤 사람이 더 생산성이 높을 것인가에 대한 정보로서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누가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더 잘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인가? 법률 혹은 법률을 제안한 사람들인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법률개정안은 "부당한 차별"보다는 소위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되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취지를 현실에서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강제규정과 조사 및 시정명령, 과태료 등과 같은 처벌적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개정법률안의 취지가 '경제적 약자'에게도 취업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 할지라도 강제적ㆍ처벌적 규정보다는 오히려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이 사업주가 그렇게 할 인센티브를 마련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각종 법이나 제도는 관련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그것을 지킬 유인이 있을 때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강제할 경우 피규제 대상이 회피수단을 찾을 뿐 아니라 감시비용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게 된다는 것이 규제에 대한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법률을 통한 보조금 지급을 일반화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뿐 아니라 역차별의 문제, 혹은 부당한 차별 문제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지방대학 졸업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100분의 20에서 배제되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신규채용에서 탈락할 수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탈락한 응시자의 부모가 낸 세금이 지방대학 출신의 채용을 위한 보조금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출신지역 졸업생들의 취업을 도모하기 위해 특정한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혜택을 베풀고 그 대신 지역대학 졸업생들을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계약을 맺는 것은, 보조금 지급을 규정하는 법률안을 만드는 것에 비해서는 문제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 규정으로 인해 보조금이 없었더라면 뽑혔을 사람, 사업주의 판단으로는 회사에 기여할 가능성이 더 큰 사람이 선발되지 못하는 인적 자원의 배분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3. 요약 및 맺는 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법률안에는 이처럼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관점과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서로 다른 관점이 혼재되어 있는 탓에 내부적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이 '부당한' 차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뽑을지 또 뽑는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보고 판단을 할지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제3자가 간섭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것은 자유로운 기업가적 경쟁과정에서 기업 활동의 핵심적 부분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출신대학'에 대한 정보가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향후 회사에 기여할 잠재적 능력에 대한 중요한 정보인지 여부도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대리인인 경영자가 판단할 사항이다.

여기에 대해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것은 주주들의 대리인인 경영자의 의사결정권에 대한 제약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조사와 시정명령 조치를 취하고,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발상은 자연스럽지 않다.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더라도 사업주를 일종의 경범죄를 범하는 사람처럼 다루어 벌칙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권에 대한 제약을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이 경우에도 모든 기업이 따라야할 법률로 규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법률안은 채용과정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전반적인 수정 혹은 폐기가 바람직하다.

김이석(한국사이버대학,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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