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붓고 있다. 물론 효과는 없다. 대부분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들이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부 부처들은 자기 입맛대로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조직의 외연을 확대하기에 좋은 핑계를 찾은 셈이다. 이제는 범 부처 차원에서 대책들을 평가해 무의미한 것들을 폐기하고 어떤 정책에 집중할 지를 고민할 때이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별개의 현상이다. 인구 감소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면, 이를 인구문제로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분명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인구문제는 선진국들이 경험한 것이라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 것인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출산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영역이라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 출산율이 높다며 그만 낳으라고 하는 것이 잘못된 발상이듯이 출산율이 낮다며 더 낳으라고 하는 것도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일 뿐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안정된 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에 주목한다. 안정된 소득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당연히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기업 비중이 매우 낮다보니 불안한 일자리와 저소득으로 삶의 안정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기업 비중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 비하면 절반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라서 일자리가 넘쳐났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발생했다. 대기업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태도도 급속히 사라졌다. 선진국의 절반의 절반 수준으로 대기업 비중이 줄었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높아졌다. 더구나 대기업 일자리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을 강제하면서 경직성이 커졌다. 소수에게는 혜택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기회의 상실이 되었다. 대기업이 늘어나지 않는 침체된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우리 사회에 대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해야 한다. 기업과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개인도 안정된 소득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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