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민간 전력시장 활성화법

윤주진 / 2024-01-17 / 조회: 858


vol 11 민간 전력시장 활성화법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송배전˙판매 공공 독점, 겸업 금지 풀어서 전력시장 민간 참여 확대해야

• 미완의 2001년 도입 전력시장 체계, 폐쇄적 독점으로 경쟁은 실종되고 민간 거래는 위축

 경직적인 현행 전력시장 구조로는 전력 수요 다각화, 수요-공급 괴리 대응에 한계

 한국전력의 송배전·판매 독점권 풀고, 발전사도 판매 여하도록 해서 경쟁 활성화 필요


◈ 자유기업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기업 분야를 비롯해 정치·사회·교육·문화·외교안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22대 국회가 자유주의 가치에 입각하여 추진해야 할 22대 입법 과제를 선정해 제안합니다.


■ 들어가며

전기는 흔히 산업의 혈액이라고 말한다. 풍부한 전력 생산과 원활한 공급망 구축은 그 나라 산업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산업 등 신산업이 발달하면서 전력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냉난방 수요 급증도 전력 수급체계 관리의 중요성을 높인다.


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전적으로 정부의 통제에 따라 운용된다. 하지만 점차 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여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박이 강화되고,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 기성 전력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앙 통제형 전력 산업 구조는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괴리가 점차 커지면서 전기의 다양한 유통 모델을 구축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 독점 구조에 의존하는 전력시장에도 경쟁과 서비스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 입법적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자.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현재 국내 전력시장 구조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전력시장 개편에 따라 도입됐다. 2001년 전까지는 한국전력(한전)이 발전과 송배전, 판매에 이르는 모든 시장 체계를 독점했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와 공공시장 개방 일환으로 한국전력이 송전과 배전, 판매만 담당하도록 하고 새로 6개 한전 자회사를 설립하여 발전을 담당하도록 했다.


당초에는 송배전과 판매도 경쟁 논리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다음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조합 등이 강력 반발하여 결국 발전 분야만 경쟁 체계가 마련됐고 송배전 및 판매는 사실상 한국전력이 현재에도 독점하게 됐다. 6개 발전사에 대한 지분은 100% 한전이 갖고 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만 발전사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도 한전의 발전사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하다.


한전 자회사 6개사 외에도 발전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기업이 있다. <민간발전협회>에 소속된 민간 발전사는 총 13곳이다. 아울러 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다른 공기업도 발전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 자회사 6개 발전사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으로 70%에 육박한다. 


전기의 거래는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전기는 직접 사고팔 수 없다. 예컨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생산한 전기를 이웃집에 공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가 송배전망에 흘러 보낸 뒤, 그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전기의 판매권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전기사업법 31조 1항과 2항의 대통령령이 바로 직접 전력거래가 가능한 예외 사항을 담고 있다. 이를 흔히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라고 한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공급사업자에게 전력을 판매하고 다시 공급사업자가 기업 등에 판매하는 직접 PPA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여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3자 PPA가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판매 가능한 전력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이다.


문제는 PPA의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기준 전체 체결된 PPA는 총 16건이다. 전력량은 총 225.3 MW 로 전체 기업의 전력 수요량에 비해서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를 굳이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PPA를 제외하면 전기의 판매권은 오직 한전에 귀속돼 있다. 한전은 현재 45조 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부채는 204조 원으로 부채비율이 564%에 달한다. 국민 가계 부담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녹록지 못한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 불안정, 탈원전에 따른 전력 생산 단가 상승 등이 겹쳐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전 임직원의 '모럴 헤저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한전 개혁’은 1순위 공공부문 개혁 과제로 손꼽히곤 한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전력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으며 사실상 한전을 중심으로 독점 체계가 견고하게 형성돼 있다. 관련하여 민간의 전력시장 거래를 늘리고 자율적 계약 체결을 유도하기 위한 전력시장 구조 개편 노력이 일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핵심에는 결국 발전-송전-배전-판매에 이르는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 다양한 형태의 거래를 가능하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위주로 전력시장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로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공급, 판매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완화하고 전기를 판매하는 업태 유형을 확대하는 쪽의 방향의 내용이다. 특히 2023년 10월 통과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그 시사점이 크다. 이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기차 충전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가지 관점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온 개정 법안이다. 먼저 전기를 '저장’한 뒤에 판매하는, 수요와 공급 간의 시간적 격차를 저장장치의 도입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점에서 전기의 유통 개념에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기차 충전 용도, 즉 '소매’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서 판매 주체의 다각화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저장과 소매, 두 개념이 법제화된 셈이다.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2024년 6월부터 시행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도 남다른 함의를 갖는다. 이 법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서는 이른바 '발전·판매 겸업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기사업법 2조는 전기사업의 종류를 발전-송전-배전-전기판매-구역전기사업 등 5개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같은 법 7조에서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바로 이 겸업 금지 조항에 따라 발전사업자는 한전을 통해서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데, 분산에너지법이 이 빗장을 풀었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안정적인 전력 수급 관리를 위해 전력시장은 특성상 정부의 강한 통제, 조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송배전망의 경우에는 '자연독점’ 형성 가능성이 크다. 공급처와 수요처가 저마다 각각의 송배전망을 건설하여 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배전망 분야도 자연독점보다는 경쟁시장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전력 수요 지역, 전력량 등이 다변화되면서 국가 송배전망 외에 자체 송배전 시설 설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전력시장 구조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경쟁 확대’다. 송배전-판매 부문에서 한전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그 자회사가 70%의 발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현 구조에서는 전력시장 경쟁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 

① 발전-송배전-판매 겸업 금지, 시대착오적 낡은 규제는 아닌지 재검토 필요
전기사업법에서 규정하는 '겸업’ 금지 원칙은 당초 국내 전력산업을 분할하여 독점을 원천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히 발전과 판매를 강제 분리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과연 이러한 조항이 현실적으로 전력시장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는 업계에서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발전 사업자가 직접 판매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통 마진’을 절감할 수 있고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직접 전기 판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민간 발전사업자가 참여할 것이다. 최근 시도된 여러 입법 개정안도 이 '겸업 금지’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전력시장 경쟁 활성화에 겸업 금지 조항이 근본적인 허들로 작용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2022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시대 주유소 혁신과 사업 다각화, 석유유통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훈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겸업 금지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보급 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② '민영화 괴담’ 극복하고 전기 판매 독점 부수는 혁신 시도 필요
한전의 판매 독점권도 깰 필요가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 실현된 전력시장 구조 개편안을 보면, 바로 전기 소매 분야에서의 사업자를 늘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22년 7월 발간한 '주요국 전력산업 구조비교 및 시사점’을 살펴보면, 영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는 모두 전기 소매 부분에서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은 5개 소매사가 67%, 일본은 10개 소매사가 82%, 독일은 4개 소매사가 47%의 전기 소매 시장 점유율을 누리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우리 한전과 유사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으나 70%의 시장을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어 한전에 비해 그 비중이 훨씬 낮다. 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독점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대용량 소비자부터 단계적으로 소매부문을 경쟁화하고, 송배전망을 중립적 기관으로 분리하여 여러 판매사업자가 송배전망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민간 전력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일각에서 판매 경쟁 촉진을 '민영화’로 규정해, 경쟁 도입 시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판촉 경쟁이 벌어진다. 전력시장이라고 해서 그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기존 전력시장 구조로는 급변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민간의 전력시장 참여가 제고돼야만 유연한 시장 수요 대응이 가능해진다. 22대 국회는 전력시장의 전격적 개방과 경쟁 확대를 위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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