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농지거래 활성화법

윤주진 / 2024-01-09 / 조회: 1,142


vol 10 농지거래 활성화법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투기 잡겠다고 개정한 농지법, 거래 위축시켜 '랜드푸어' 부작용 속출

• LH직원 투기 사건으로 농지법 대폭 강화취득요건 강화, 농지위 부활로 거래 대폭 감소

 지방소멸, 농경 인구 이탈에 외부인 농지수요마저 감소하면 더 힘들어지는 농촌

 귀경농촌, 주말체험농장은 물론 농지 활용한 레저, 워케이션 활성화하려면 농지법 개정 필요


◈ 자유기업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기업 분야를 비롯해 정치·사회·교육·문화·외교안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22대 국회가 자유주의 가치에 입각하여 추진해야 할 22대 입법 과제를 선정해 제안합니다.


■ 들어가며

보유한 땅에 자금이 묶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 이른바 '랜드푸어’가 농촌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이나 건강상 이유, 도시로의 이사 등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긴급한 이유로 목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소유 중인 논밭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을 의미한다.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은 농지 때문에 농민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2021년 3월 이른바 'LH직원 투기’ 사건이 발발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농지 거래 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법 개정에 나섰고 2021년 8월부터 이 법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종료하기도 전부터 농지법 개정 목소리가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전국적 지방소멸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위축된 농지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지 거래가 막히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올바른 법 개정 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최근 농지 거래 위축을 둘러싼 비판 여론의 핵심에는 2021년 7월 국회가 통과시킨 「농지법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이 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창릉 신도시, 과천 신도시, 대구 연호지구 등 3기 신도시 지역의 토지를 투기성 목적으로 미리 구입하여 막대한 차익을 얻고자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정부와 국회에 의해 추진됐다.


농지법이 개정된 이유는 당시 직원들이 구입한 토지에 농지가 대거 포함돼 있었으며 농지법에 규정된 농지 구입 요건과 기준 등이 실제 적용되지 않았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고급 품종 묘목을 빼곡히 심고, 실제 경작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물을 기재하여 제출하는 등 각종 '꼼수’가 들통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정치권에서 농지 관련 이슈는 선거 후보자 검증, 국무위원 후보자 등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늘 뜨거운 감자로 화제에 올랐다. 실제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보유하고 있거나, 경작 외 다른 목적으로 농지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 기관 직원인 내부 정보를 남용해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구매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 규정은 대폭 강화됐다. 농지법 개정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3년 7월, 국회는 농지법을 추가 개정해 규제를 강화했다. 자경이 여의치 않은 농지소유자 자신의 농지를 주말·체험농장 목적으로 임대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여 필요한 농업인에게 임대하도록 하고자 할 경우, 3년 이상 소유한 농지에 한해서만 임대·위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한 필지를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한 경우에는, 모든 소유자의 소유 기간의 3년 이상이여야 한다.


농지 개량 사전신고제는 2023년 12월에 도입됐다. 2025년 1월부터, 농지를 쌓아 올리거나(성토) 파내는(절토) 개량을 할 경우 해당 관할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며, 농지개량 기준 및 신고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원상회복 명령, 벌칙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왜 이토록 농지의 소유와 임대 등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운 것일까? 우리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은 이러한 원칙 아래 헌법으로부터 위임 받은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 세부 규정을 담고 있다. 주로 농지 투기근절, 식량안보 등이 경자유전 원칙 옹호론의 논거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하지만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 거래는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2023년 7월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거래 농지는 1만 6771필지로 강화된 농지 취득요건이 시행된 2022년 4월 직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조해진 의원이 공개한 '2022년 연간 전국 지가변동율 및 토지거래량’에 따르면 2022년 논밭 거래량은 2021년 대비 24% 줄어들었고, 농지정보시스템 상 농지자격취득증명 발급 건수 역시 21.7% 감소했다.


농지거래 축소는 곧 농지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주 분명한 투자 호재가 예상되지 않는 한,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가며 농지를 구입할 유인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앞서 언급한 '랜드푸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농지법 재개정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조해진 의원이 농지법 개정에 나섰다. 조해진 의원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도시에서 멀고 개발 호재가 없어 부동산 투기와 무관함에도 규제로 거래가 위축되고 그 피해는 투기꾼들이 아닌 실질적으로 농촌에서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농지거래의 위축은 농지가격 및 농지 소유자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도농복합도시의 재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귀농ㆍ귀촌 증가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 법률 개정안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농촌진흥지역은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농업보호구역은 농업진흥구역의 용수원 확보, 수질보전 등을 위해 필요한 지역이다. 조해진 의원은 농업보호구역은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2009년 폐지됐다 12년 만에 부활한 농지위원회를 폐지하고, 그로 인해 2002년에 사라진 농지위 심의제도 같이 폐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반영했다. 농촌 현장에서는 재도입된 농지위원회의 적격 인사를 해당 지역에서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은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것일까? 오랜 농업중심 경제를 영위해 왔으며 농촌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가진 인구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경자유전의 원칙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1948년 제헌헌법부터 1987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경자유전의 원칙은 존속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농지의 소유, 사용의 권한을 제약하여 결과적으로 농촌 생활과 농지 취득에 대한 수요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 진정 농업인과 농촌 경제를 위한 해법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농업 인구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고 농촌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비농업적 이유에 의해서라도 농지를 찾도록 하는 것이 농촌 소재 주민에게 혜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업 생산성 저하는 오래된 문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기준 총부가가치 대비 농림어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전 산업 부가가치의 2.0%이고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2022년 기준 총 취업자 수의 5.4%인 152만6000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자유전 원칙이 역설적으로 국내 농업을 영세한 수준으로 머물게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랜 불편한 진실이다.

'경자’, 즉 농업인 자체가 줄어드는 마당에 경자에게만 논밭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22대 국회는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경자유전의 원칙 자체를 폐기할 필요는 없다. 반복되는 투기성 농지 취득도 다양한 입법 장치를 통해 방지할 수 있다.

외부인이 농지를 취득해 농업은 물론 주말 농촌생활 용도의 별장이나 워케이션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농촌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주장이다. 농촌에 빈집과 노후화된 주택이 즐비하고, 규제 강화로 방치된 농막도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농막에서 야간 취침, 숙박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휴식공간을 바닥면적의 25%로 제한하려고 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까다로워진 농지 취득 요건으로 인해, 농지 소유자들의 재산권이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후에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농지를 처분해야만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많은 농촌 고령 인구에게 농지법은 사실상 재산 동결법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사유재산권과 자유로운 경제 거래를 보장해야 할 시장경제 체제에서 현행 농지법은 또 다른 반시장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싱그러운 자연과 너른 들판에 대한 막연한 동경 심리에, 농촌의 절박하고 초라한 현실이 가려져선 안 된다. 현행 농지법을 두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쓴 소리가 나온다. 농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야 비로소 경자유전의 원칙도, 식량안보도, 농촌 발전도 가능하다.

22대 국회가 용기를 내서 농지법을 확실히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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