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와 지적흐름을 바꾼 자유 시대의 트라우마, 아일랜드 대기근

자유주의 입문 독서토론모임 / 2023-07-26 / 조회: 6,581

1.위기의 성장


산업혁명(1760~1840)의 결실로 승승장구하던 빅토리아 시대(1837~1901)는 영국에게 잊지못할 자유와 풍요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희망의 그 시대에도 큰 오점이 있습니다.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이 바로 그 시대에 벌어졌던 겁니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100만명이 죽고, 200만명이 해외로 이주하며 근대사의 흐름까지 바꾼 큰 사건이었습니다. 1833년 전세계의 영국 땅에서 노예제를 폐지하며 종교적, 윤리적 자부심이 충만했던 시대였기에, 당시 막 발전한 신문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던 비참한 현장의 일러스트는 영국사회에 더욱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사상사와 정치운동의 흐름까지도 바뀌었고 오랜동안 영국과 서구사회는 대기근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은 한가지로만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재해가 대재앙으로 번져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잉글랜드가 아일랜드 가톨릭교도를 처벌하고 권리를 박탈하는 여러 법률(처벌법,Penal Laws)을 만들었고, 그 결과 잉글랜드의 신교도들이 지주층으로 자리잡고 가톨릭계 아일랜드인들은 대부분 소작농과 농업노동자의 신분으로 고착화된 과정은 잊지말아야 합니다. 역사적 대재앙으로 진행되는 자연재해는 대개 인간이 만든 사회적 문제가 깔려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내에서 가장 간섭주의적인 정부가 아일랜드 정부였다는 사실 또한 우연이 아닙니다.


토지제도를 기준으로 보면 당시 아일랜드는 지주층, 농민층, 농업 노동자층(무산계층,프롤레타리아)의 세 계층으로 갈려 있었습니다. 지주층의 대부분은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부재지주였습니다. 부재지주는 마름을 고용해 토지관리를 맡겼기에 많은 부재지주는 토지 개선에 관심이 없고 수많은 사유지가 황폐해졌습니다. 당시의 아일랜드는 풍요의 땅이었습니다. 1845년 무렵엔 800만명이 거주하는, 유럽에서 인구 밀도 1위를 차지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업 노동자가 600만명에 이르는 빈자의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소작료를 바치는 소작농들도 농사실적에 따라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불안한 삶을 살았지만, 소작계약도 맺지 못한 농업노동자는 감자를 심고 거두는 계절인 1년에 대여섯달만 벌어서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지역의 가난 대물림을 막기 위한 영국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831년에 수립된 공교육제도로 무상의 초등교육이 실시되었으나 아일랜드어가 금지되고 아일랜드 역사 대신 영국 역사를 배우도록 강요됐습니다. 현장의 교육자들도 이런 교육과정을 거부할 때가 많았고 상당수의 주민들이 초등교육을 거부했습니다.


우리네 보릿고개처럼 아일랜드에도 여름철 감잣고개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 농민들의 주식이었던 감자는 1년 내내 두고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잘해야 아홉달정도 먹고나서 5월 쯤 되면 저장 감자는 동나고 햇감자를 캐기는 아직 이른 감잣고개가 시작됐습니다. 남정네와 나이 든 소년들은 일거리를 찾아 집을 떠났습니다. 멀리 영국까지 건너가는 일도 흔했습니다. 아낙네와 소녀들,어린아이들은 산열매를 따고 쐐기풀과 야생 양배추를 캐서 끼니를 떼웠습니다. 극빈층은 여기저기 떠돌며 동냥을 했지만 기독교 윤리의 영향을 받은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한동네에서 동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1838년에 시행된 아일랜드 구빈법에 따라 지역마다 세워진 구빈원은 있었지만 다들 기피했습니다. 규율이 엄격하고 식구들을 갈라서 각기 다른 숙소에 배정했습니다. 입소는 개인의 선택이었지만 퇴소는 물론 바깥 출입을 할때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구빈원에서 도망쳤다가 원복을 입은 채로 붙잡히면 절도죄로 고발당했습니다.


아일랜드가 빈곤만 겪고 처음부터 감자에만 의존한 것은 아닙니다. 18세기의 아일랜드는 번영과 빈곤의 두 극단을 다 경험했습니다. 1690년 이후 번영을 누리다가 1720년대 후반부터 흉년이 이어지며 가난한 농민들이 감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1750년대 아일랜드의 농업경제는 대서양 횡단 식량무역의 개막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1770년대에는 경작지가 급속히 넓어지면서 인구성장이 한층 빨라졌습니다. 경제부흥으로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던 영국이 곡물수입국이 되면서 곡물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아일랜드가 농업생산 증대에 박차를 가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더 많은 땅이 경작에 이용되었고 1815년 곡물법이 통과돼 식량의 수익이 높아지자 이 추세는 더욱 심화됐습니다.


-출처

검은감자,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 - 돌베개

아일랜드 대기근 -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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