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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저 이제 돈 벌어요!"

이헌재 / 2023-05-19 / 조회: 2,081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신화는 일반적인 아이돌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데뷔 이후 마땅한 성과가 없어 해체 직전의 상황까지 갔지만, 1853일 만에 음악방송에서 극적으로 1위에 등극하면서 그동안의 설움을 해소했다. 이러한 역주행 신화는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운이 아니라면 왜 지금껏 조명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레이브걸스가 군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 브레이브걸스는 군부대 위문 열차에 꾸준히 섭외되며 군인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왜 브레이브걸스는 재정적으로 힘들었을까? 그 이유는 너무 의외일 수도, 당연할 수도 있지만 명쾌하다. 장병들은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구매력은 없지만, 구매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는 경우를 ‘잠재수요’로 분류한다. 한편 ‘유효수요’는 구매 의지와 구매력이 모두 충족되어 재화와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유형을 일컫는다. 당시 장병들의 월급은 병장 기준 약 40만 원이었다. 생필품과 간식만 사기에도 빠듯한 금액이기에 브레이브걸스의 앨범과 굿즈를 구매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석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살 수 없는 잠재수요에 머무르며 시장 가격 형성과 거래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로 상당수가 수입이 발생하는 경제활동을 한다. 여유 자원이 있어, 브레이브걸스의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잠재수요자에서 유효 수요자로 전환됐다. 더욱이 군인들이 모두 비슷한 또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구매력을 갖게 되어 시장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 수 있다. 당시 국군장병이었던 세대의 집단이 아닌, 여성 혹은 다른 세대의 남성들은 왜 브레이브걸스에 환호했을까?


이는 잠재수요가 유효수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신규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출된 신규수요는 기존 재화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새롭고 차별적인 재화에 대해 수요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공급자 간의 경쟁이 발생하고, 새로운 공급자가 진입하며 재화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신화 이후로 카라, 소녀시대, 티아라 등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그룹의 공연 영상이 역주행했고 이들 중 일부는 활동을 재개했다. 이처럼 시장경제는 능력 있는 음악가에게 꽤 괜찮은 기회를 다시금 제공한다.


시장경제의 앞선 선순환 구조는 비단 브레이브걸스의 사례에 국한하지 않는다. 복고열풍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전형이다.


대표적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당시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마음껏 구매하지 못했던 라면땅, 쫀드기, 장난감과 같은 중저가 상품으로의 폭발적 수요가 발생했다. 이는 대형 문구점의 진입과 저출산으로 인해 죽어가던 동네 구멍가게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실제로 오래된 문방구를 투어하며 옛날 장난감과 주전부리를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나아가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었다. 예컨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각그랜저’의 재출시를 원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차 한 대만 있어도 동네에서 손에 꼽히는 유복한 가정이었던 당시에는 구매력이 없어 잠재수요에 그쳤지만, 지금은 사회의 중역을 담당하고 있는 7080세대인 만큼 유효수요로의 전환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에 부응하듯, 현대는 지는 2022년 각그랜저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그랜저 신형의 탄생을 발표했고 사전 대기 고객만 1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는 여타 세대의 신규수요를 창출하기에 충분했다. 고풍스러운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점증하면서 신규 시장인 ‘올드카 시장’을 창출했다. 폐차장으로 가던 수많은 올드카들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올드카 시장으로 유턴하면서 전문적인 ‘올드카 리스토어 시장’이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라, 올드카 공급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는 특별한 무언가를 원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개성 있고 차별화된 나만의 올드카에 대한 수요가 증폭됐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젊고 유망한 미술가들이 자동차 정비시장에 신규 진입했다. 그들은 엔지니어링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융합시켜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동차 정비시장 혹은 기존의 예술 시장과는 명백히 차별적인 ‘올드카 커스터마이징 시장’의 탄생이다. 시장경제가 유망한 예술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셈이다. 


이처럼 시장경제는 음악가, 미술가 등 예술가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필드로써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시장경제가 예술가들에게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는 기조가 안타깝다. 마치 실적만을 위해 선수들을 압박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에만 급급한 냉혈한 축구 감독처럼 비추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시장경제는 부진한 선수들을 챙기면서도 팀 전체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축구 감독이다. 우리는 앞선 복고열풍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충분히 살펴보았다. 우리의 시장경제는 충분한 골찬스가 있었음에도 부진한 선수에게 기꺼이 공을 쥐여주며 세컨드 찬스를 응원하면서도, 새로이 진입하는 루키 선수들에게는 경쟁력 있는 데뷔 찬스를 제공한다. 끝끝내 성과가 없는 축구 선수는 팀을 위해 방출하지만, 감독은 농구, 수영, 미식추구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진로를 소개해주며 끝까지 책임을 다한다. 모든 기회를 날려도, 팀이 강등될 위기에 처해도, 부진한 선수가 축구를 계속하도록 개입하는 감독이 진정 선수를 위하는 감독인가? 그런 감독은 애초에 선수에게 축구공 하나 사줄 능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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