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벌금으로 전락한 종합부동산세

구한민 / 2023-05-19 / 조회: 866

“이 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 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종합부동산세법」 제1조


이 법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종부세를 부과하는 핵심적인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 둘째는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종부세로 조세부담의 형평성이 높아졌는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는가? 종부세는 소기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종합부동산벌금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종부세는 왜 목적성을 상실했는가?


무엇보다 종부세는 기본적인 시장원리를 무너뜨리는 징벌적 조세다. 여러분은 국방시장, 치안시장, 공원시장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민간이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공공재를 대상으로는 한 시장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 증권시장은 존재한다. 사적재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주택과 토지, 즉 부동산 역시 기본적으로 사적재다. 따라서 부동산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그런데 종부세는 자연스러운 수요를 억압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을 적극적으로 저해한다.


이중과세도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포괄적인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인 재산세가 있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에 대해서는 종부세라는 재산세 성격의 조세를 중복하여 징수하고 있다. 주식, 증권에는 ‘종합주식세’, ‘종합증권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물론 이는 종부세의 태생적 배경에 기인한 것이다. 2005년 당시 참여정부에서 상위 1%의 고액 부동산 자산가를 겨냥하여 설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종부세는 서울에서 네 집 걸러 한 집이 내는 세금이 되었다. 굳이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이중과세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다주택자를 부동산시장의 적으로 낙인찍는 것도 문제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탐욕스러운’ 다주택자는 대부분의 임대주택 물량을 공급하는 대체 불가능한 주체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만약 다주택자의 씨를 말리면 누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인가? 문득 지난 대선,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던 모 후보의 슬로건이 떠오른다. 뇌리에는 꽂히는 문구지만 틀렸다. 주택은 사는 것이자 사는 곳이다. 누군가가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사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는 민간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편협한 시각에서와 달리 부동산시장의 거래는 제로섬게임으로 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종부세라는 징벌적 보유세를 징수하면서도 거래세도 높이자고 주장한다. 부동산 보유의 동기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맞지 않는 해법이다. 단기적으로 이미 공급된 물량은 어쩔 것인가. 정상적인 탈출구를 찾지 못한 다주택자는 매매가 아닌 증여와 상속으로 대응한다. 결국 주택이 가야 할 사람한테 가지 못하는 매물잠김효과만 발생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주택은 내구연한이 있는 소비재다. 일단 주택이 공급되어야 가격 안정을 논할 것이 아닌가.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대선 당시 공약과 달리, 종부세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려 이리저리 눈치를 본 흔적만 역력하다. 종부세는 주택분 세율 및 세부담 상한 조정, 기본공제금액 상향, 1세대 1주택자 특별공제 도입, 고령자·장기보유자 납부유예 도입, 일시적 2주택 등 1세대 1주택 수 특례 등 수없이 잡다한 조항으로 누더기가 되었다. 


종합부동산벌금으로 전락한 종부세, 이제는 폐지하자. 시장은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필요하면 부동산시장의 작동 기제를 회복시켜야 한다. 2008년 미분양 사태 때처럼 뒤늦게 종부세를 완화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형적 조세 구조를 타파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하자. 종부세는 그간 제도의 목적성을 상실한 채, 세부담을 급증시키고, 응능부담원칙을 위반하며, 조세형평성을 파괴하는 문제아가 되었다. 재산세 일원화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합헌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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