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가 망치는 수요와 공급

손경훈 / 2023-05-19 / 조회: 926

올해 대학에 입학한 나는 생각보다 방을 구해 월세를 주며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고 월세가 계속 올라간다’와 같은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임차료의 상한을 고정하거나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고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과 시장의 자유로운 수요와 공급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임대료를 규제하는 것이 위험할까? 


우선 이것을 알려면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먼저 수요는 어떤 재화를 특정 가격에 사려고 하는 욕구를 뜻하고 공급이란 특정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재화를 사고파는 사람마다 원하는 가격이 다를 것이다. 사려는 사람들은 특정가격보다 비싸면 사지 않을 것이고 판매자도 특정 가격보다 싸다면 팔지 않을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최대한의 만족을 얻어낼 수 있을까? 


바로 소비자들의 수요와 판매자들의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인 ‘균형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양쪽에게 가장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왜냐하면 판매로 인한 판매자의 이익과 구매를 통한 소비자의 이익이 가장 극대화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균형가격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데 만약 강제로 균형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책정돼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균형가격보다 가격이 낮다면 판매자들이 소비자보다 적어진다. 이는 곧 물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가 주로 유명 연예인들의 콘서트 표를 구매할 때는 공급이 한정적인데 비해 수요가 너무 많아 콘서트에 더욱 높은 가치를 책정하는 사람들이 티켓을 구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티켓의 수요보다 판매 가격이 낮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에 따라 소위 말하는 암표상인이 높은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물론 암표를 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티켓에 높은 가치를 책정하는 사람에게 판매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꼭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반면에 균형가격보다 가격이 높다면 위의 상황과 정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그 이유는 균형가격보다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판매자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급이 많은데 수요가 없는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이것 또한 정말 판매를 원하는 사람이 상품을 팔지 못하는 상황을 유발해 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럼, 임대료를 규제해서 특정 가격 위로 고정하게 되는 가격상한제를 걸었을 때 과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그 대표적인 예로 브롱스의 사례가 있다. 브롱스는 뉴욕의 지역 중 하나로 세계적인 영화 ‘조커’의 명장면 중 하나인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롱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뉴욕처럼 세계적인 대도시와는 동떨어진, 악명높은 빈민가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에서 빈민가라는 불리는 오명을 갖게 된 브롱스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브롱스가 빈민가가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바로 1970년대의 임대료 규제 때문이다. 위치상으로 맨해튼의 북쪽에 있는 브롱스는 원래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쪽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고 2차대전 이후로 이곳에 참전용사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건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미국의 땅들이 하나, 둘 개발되면서 브롱스의 부유층, 중산층(대부분 백인이다.) 들은 공공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그 자리를 남미의 히스패닉이나 흑인 이민자들이 몰려들게 되어 백인들의 이주를 더욱 가속하게 되었다. 이후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임대료 또한 상승하였고 미국은 임차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임대료 안정법’을 도입하는데 이는 뉴욕의 6가구 이상으로 이루어진 아파트의 임대를 통제하여 임대료 수준과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1년 후에 ‘최대 기본임대료’ 법을 도입하였고 그 결과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되었고 또한 최대 임대료를 받으려면 주기적으로 주택 관리에 신경 써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뉴욕의 맨해튼 같은 고가의 집들이 많은 곳은 임대료 통제 대상이 적었지만, 브롱스는 대부분의 집들이 통제 대상이기에 임대료를 받는 집주인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도 나타나게 되었다. 


임대료 수입이 대폭 감소하자 브롱스의 집주인들은 주택을 포기하거나 아예 임대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 집들은 방치되었고 방치된 집에 집 없는 노숙자나 외국인들이 살게 되어 현재까지 빈민굴로 이어졌다. 또한 가격이 폭락하자 매매가 불가능해지고 은행도 대출을 회수해 버리자, 집주인들은 급기야 보험금을 노리고 화재를 내고 당시 재정 악화로 인한 뉴욕시의 소방 예산 삭감으로 인하여 1970년대 브롱스에서 약 30만 채 이상의 집이 불타 없어지기도 하였다. 


위 상황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수요와 공급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선의로 정해진 정책이 한 도시를 마비시켜 버린 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나타나는 정책들이 경제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선의로 만든 정책들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책을 제정할 때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뒤에 따라올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경계해야 한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도 원래는 선한 의도로 만들어졌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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