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엔 55만원, 오늘은 75만원

임연수 / 2022-12-06 / 조회: 1,376

얼마 전, 나는 일주일간 고민해온 소비를 실행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사이트에 접속했다. 그것은 애플에서 출시한 헤드셋, ‘에어팟 맥스’이다. 역시나 애플 답게, 제품의 가격은 무려 55만원이다. 가난한 대학생인 내가 쉽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주일이라는 길다면 긴 고민 끝에, 나는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선물의 의미로 ‘에어팟 맥스’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이트에 접속한 나는 가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가격이 75만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일주일만에 20만원이나 더 비싸지다니! 이는 나에게 재앙과도 같았다.


이러한 가격상승의 원인은 바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다. 달러 환율이 갑작스럽게 상승하게 된 주요 원인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공격적 통화정책이 있다. 그들이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 탓에, 안전하고 금리가 높은 달러에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고, 한국의 통화, 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의 통화와 대비한 달러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연준이 이렇게 금리 인상 정책, 일명 ‘자이언트 스텝’을 펼치는 배경에는 바로 ‘인플레이션’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나 식품 등의 수급이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너지와 식품 등의 가격이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들은 우선 달러가 다른 나라의 화폐와 비교하여 강세를 가지게 하는, 즉 ‘강달러’로 만듦으로써 수입 물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한다. 이는 미 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겠다”라는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022년 11월 1일의 원/달러 환율은 1,417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현실인지 더욱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나처럼 당장 쇼핑 사이트에만 접속해봐도, 제품들의 가격이 날마다 상승하는 무서운 현상을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1%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는 0.06% 상승한다고 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1분기 기준)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5.6% 상승했다. 환율의 무서운 상승세처럼, 소비자들의 부담 역시 심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환율의 상승은 ‘영끌족’ 같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한 방안으로 ‘빅스텝’을 실행한다고 선언했다. 빅스텝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으로 인상하는 정책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당연히 이자 역시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영끌’이라는 이름처럼, ‘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부동산 재테크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자 부담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동시에 집값까지 크게 하락하고 있는 추세인지라,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개인에게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높이고 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격이 급락한다고 해서 수출에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동시에 수입 원자재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격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수출은 악화되고,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적자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까지 초래할 수 있다. 정말 지독한 악순환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공격적 통화정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타국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늘리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미국 역시 그들 나름대로 자국과 자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우리 나름대로의 최선의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우선의 해결방안이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는 것, 그리고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마음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빨리 전쟁이 종식되며 미국의 물가가 잡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다른 해결방안으로는 한미 통화 스와프가 있다. 통화스와프란 말 그대로 국가 간 자국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준다는 내용의 통화교환협정이다.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현재같은 위기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결국 ‘에어팟 맥스’의 구매를 포기했다. 처음부터 75만원이였다면 모를까, 한순간에 20만원이 급등해버린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자주 즐겨하던 해외직구 역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 그동안 일상처럼 해왔던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오늘의 고물가・경제난 시대.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해쳐나가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화 속 영웅이 모험과 시련을 거치며 진정한 자신으로 성장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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