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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정부통제에서 벗어날 때

최승노 / 2022-09-13 / 조회: 1,254       자유일보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여러 은행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냥 있을 수 있는 일로 넘긴다. 왜일까. 정부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주인이 없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부분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 실질적인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은행 경영에 실질적인 주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주민센터처럼 정부 통제 하에 있다 보니, 하는 업무 방식이 관료적이고 서류 중심적이게 된다. 정부의 지침에 맞춰 형식을 갖추는 일을 하지, 금융소비자를 위해 일한다는 경영 마인드는 부족하다.


정부로서는 은행을 하급기관으로 통제 하에 두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은행장을 포함해 경영자들을 선임하거나 다루기 쉽고, 은행이 정부 방침에 맞춰 일하도록 만들기도 쉽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은행이 민간기업으로 독립적일 경우에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을 금융사에 보내기도 어렵고,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이를 무마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금융은 신뢰가 핵심이다. 신용이라는 브랜드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사고가 있다고 해도 정부 공기업이니까 그냥 그런거라는 생각으로 넘어간다. 어차피 책임은 정부가 질 것이고, 나에게는 피해가 있지도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둔감하다.


은행마다 특수성이 있고 차별성이 있어서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은행들은 과연 그럴까. 소비자들은 은행들에 대해 이 은행이나 저 은행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동네마다 있는 정부기관 정도로 여긴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더 나은 은행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이 자신만의 다른 점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광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 자신의 차별성,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비슷비슷한 존재로 여김을 받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한탄스러운 일이다. 정부로서는 그런 차이나 다양성을 허용하기보다 관리하기 쉽게 획일적으로 만드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금융감독이라는 권력을 통해 관료들이 자신들의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가 바로 은행의 낮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이 금융답지 못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자금 창구 역할에 만족하기에는 세상이 복잡하고 우리 경제의 수준이 높다. 금융이 다른 분야에 어울리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기업이 되어야 한다. 정부 통제 하에 있는 금융기관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민간기업의 논리로 경영하고 소비자를 지향하는 금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치권을 쳐다보는 경영, 관료의 통제 하에 있는 경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기업 수준에서 벗어나 민간은행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은행의 주인이 민간이어야 한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 지분과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여야 한다. 누구나 은행의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 한도를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은행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민간이 주인 노릇을 하는 은행이 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금융감독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함이나 정부의 통제성을 수월하게 만드는 용도로 금융감독 기능을 활용해서는 안된다. 소비자의 권익과 편익이 높아질 수 있도록 금융감독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은행이 정부통제에서 벗어날 때 은행은 금융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그 혜택은 소비자와 국민이 누리게 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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