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모두의 이익

천지현 / 2022-08-24 / 조회: 4,347

인류의 역사란 곧 ‘선택할 권리’, 즉 자유가 확대되어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고대와 중세의 신분제 사회에서는 소수의 엘리트만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일정한 자유를 누렸으나, 오늘날에는 그러한 자유의 주체와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어 대다수의 민중들이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근대 이래로 발전해온 천부인권 사상과 오늘날의 인권 감수성의 확대로 말미암아 정착한 이러한 보편적인 사회적·정치적 자유는, 정치적 입장과 계급을 넘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정치적 자유와는 달리 경제적 자유는 도덕적·윤리적 가치판단에 의하여 지탄을 받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 질서에 기초하여 운용되는 자본주의 체제는 흔히 능력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사고에 기초하여 약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악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는 달리, 가격이라는 자생적인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자유시장 체제는 곧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과도 맞닿아 있다.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는 국가의 시도는 자유의 제한에 따른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밀거래와 암시장 등 물밑에서 충족되도록 바꾸었을 뿐이다. 자유의 제한에 따라 이러한 비공식적인 교환경제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범죄와 같은 일탈이 발생하기 쉽다는 역효과가 발생할 뿐이다.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튼 프리드만 (Milton·Rose Friedman)에 따르면, 이처럼 자유를 억제하고 제한하려는 국가의 노력은 역사적으로 그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더욱 많이 초래해왔다. 생산수단의 국유화 혹은 공유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함으로써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주의는 독재와 빈곤으로 귀결되어 오늘날에는 그 망령만이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으며, 완전 고용상태를 상정하고 수립된 기존의 복지제도는 저소득층의 이익보다는 관료기구의 유지와 ‘복지사기꾼’들의 이익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국가의 노력이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강력한 국가에 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국가가 경제체제를 체계적으로 운용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부자들을 통제함으로써 모든 개인들의 안온하고 풍족한 삶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건재하다.


먼저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이전의 사회에서 이러한 삶은 개인들 간의 항구적이고 폭력적인 유혈경쟁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개인은 타인보다 더 넓은 토지,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타인의 이익을 빼앗아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 (zero-sum game)의 속박에 묶여있었다. 자신의 풍족한 삶을 위해서는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경쟁자인 타인의 존재를 최대한 줄어야만 했던 것이다. 토마스 홉스의 논의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유혈이 낭자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개인을 규율하는 강력한 국가인 리바이어던의 존재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교환과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태동 이후 게임의 양상은 근본적으로 역전되었다. 이전과 달리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의 온전한 생존이 필요해진 것이다. 상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모두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로 기능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하여 일정한 생산 활동을 하는 생산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인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력한 국가권력의 규율 없이도 자발적으로 타인의 생존과 권리를 고려하며 살아가도록 만든다.


프리드만이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 개인들의 자유로운 교환을 기초로 성립하는 자본주의는 개인들의 이기심 (self-interest)을 의미하는 것이지, 근시안적인 이기주의 (myopic selfishness)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이기주의는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각종 비공식적인 제제와 다른 생산자와의 경쟁을 통해 제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프리드만이 말했듯, 자유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재란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다.


프리드만은 자유로운 경제체제의 자생적인 작동원리를 중시한다. 프리드만의 논의에 비추어 생각해보건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경제의 실패가 아닌 정치의 실패를 시정하기 위한 기구로서 기능해야 한다. 산업화와 근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대한민국의 **-**-**년대를 떠올려보면, 강력한 국가작용이 가져오는 이익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하던 당시에는 어쩌면 파이의 절대적인 크기를 키우기 위한 국가의 체계적인 경제 운용이 불가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크나큰 부작용이 수반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더구나 오늘날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선 이상의 소득수준을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더욱 큰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여러 복잡한 변수들이 상존하는 교환경제에서 국가가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여 가장 합리적인 답을 내놓으리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바람직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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