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예견된 현실을 바라보게 하다: 선택할 자유

박용진 / 2022-08-24 / 조회: 4,550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달간 언론의 주요 보도내용 중 하나이다. 특히,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 인상’과 소위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종종 뉴스에서는 식품 가격 상승의 예시로, “서민 음식이자 국민 간식인 치킨”이라는 앵커의 발언과 함께 이를 예시로 엮어 설명한다. 그런데 필자는 아나운서의 '치킨’이 '국민 간식’이라는 멘트에 동의할 수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있어 '서민음식’으로 일컬음에는 생각이 달랐다. 그 이유는 이미 오래전 치킨 가격에 대해 정부에서 의견을 표명한 사건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 국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치킨 1마리에 5,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출시한 적이 있었다. 이는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치킨보다 적지 않은 양과 저렴한 금액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심지어 선착순으로 구매 가능한 한정수량 판매였지만, 고객들은 아침부터 마트에 줄을 지어 치킨 구매를 기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5,000원 치킨’은 얼마 가지 않아 매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 배경에는 기존의 치킨업체와 프랜차이즈 협회의 '거대자본인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해당 치킨은 노마진인 상품이자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상품’이라는 주장과 함께, 연일 시끄러워지는 이슈와 이를 본 청와대가 나서서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췄기 때문이다. 결국, 출시 약 2개월 만에 해당 유통업체에서 치킨 판매를 중단하면서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즉,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주장에 가세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아 간 것이다. 그리고 소위 '5,000원 치킨’ 사건 이후 정부의 민간 시장에 대한 개입은 '동반성장위원회’에 대한 설립과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및 '대형마트의무휴업’의 도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일들이 비교적 시장친화적인 성격으로 분류되는 정부 시절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로 이어진 상반된 이데올로기의 정부를 거치면서 개입의 범위는 더욱 다양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비단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함은, 우리에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정부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해결사로서 나선 사례들은 많이 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실제 '밀튼 프리드만’이라는 경제학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결말들을 이미 수십 년 전 '선택할 자유’를 통해 신랄하게 말했다.


이를테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표인 미국에서는, 1920년대 말의 대공황을 거치면서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은 비대해졌다. 또한, 뉴딜정책 이후부터는 정부의 규제 활동이 급속히 증가했다. 활동 범위는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 및 '제품과 용역의 안정성’부터 '판매자의 착취로부터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규제를 포함하여 영역은 점점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60~70년대 미국의 심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으며, 통화량의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고자 실시한 '통화 증가율 감소’로 국민은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경험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정책 노선을 밟던 영국 정부의 실패로 큰 정부에 대한 반대가 거세졌고, 이에 힘입어 그동안과 반대된 이념을 공약으로 내건 '마가렛 대처’가 1979년 보수당 정권을 수립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본래 시장경제를 표방한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신념을 바꿈으로써 종국에 맞이한 결과는, 정부의 방대한 개입이 만든 심각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고스란히 그 피해는 대중들의 몫이 된 것이다.


결국, 전염병으로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0%대 금리와 잦은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의 작위적인 개입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선택할 자유’에 따르면,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글의 초두에 본인이 '서민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 치킨이라 하여 이와 맥락이 다르겠는가. 물론 높은 치킨 가격에,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의 공급망 악화와 높은 물가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 한참 이전에 대형마트에서 출시했던 치킨의 5,000원이라는 시장 가격을 작위적으로 판단한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치킨 가격 결정의 열쇠를 쥔 몇몇 업체의 독점과 파격적 경쟁자의 부재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또한, 이는 '밀튼 프리드먼’이 이야기한 경제활동 조직에 있어 가격의 수행 기능인 '가장 저렴한 비용의 생산방식 채택 유인과 가용자원을 값지게 사용하게 한다’라는 시장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즉, 정부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판매자의 권리’와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구매를 하는 '소비자의 기본권’을 외면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던 것이다.


끝으로, 현재 세계 각국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치유로 통화량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또 여전히 정부의 개입 행동으로 빚어진 피해는 대부분 선량한 대중들이 감당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됨을 두고, 일반 대중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 밀튼 프리드만은 '선택할 자유’에서 여론에 대한 '지적 풍토’의 중요함을 언급한 바 있는데, 지적 풍토의 차이가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좌우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필자는 충분히 이 부분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까닭은 설령 사회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개인 모두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지적 풍토를 가짐으로써, 정부가 제멋대로 개입하는지 감시와 제언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오래전 다수의 생각에 자유가 바탕인 지적 환경이 조성되었다면, '5,000원 치킨 사례’처럼 정부의 개입으로 '선택할 자유’가 없어진 사건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에 이미 수십 년 전 '선택할 자유’에서 예견한 정부 개입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답습하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실감하면서, '밀튼 프리드만’과 함께한 본인의 소고를 여기서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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