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진출은 과연 바람직한가

이승현 / 2022-05-16 / 조회: 2,682

요즘 사람들의 생각은 획일적이다. 단군 이래 가장 거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사고는 점점 한두 가지로 통일되어 가는 모양새다,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주제 속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는 의견은 늘 테제와 안티테제처럼 2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대다수가 비슷하게 바라보는 견해들이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좋고 공산주의는 나쁘다는 당연한 통념처럼, 대기업은 나쁘고,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 규제를 줄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다 밀쳐내고 독과점 시대를 만들 것이란 두려움이 사회에 팽배한 인식임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부의 시장진출에 대해선 평가가 후한 분위기다. 시장의 규제를 만들고 관리하는 주체가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어떻게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례로, 2019년 4월부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본격 발행된 경기지역화폐가 있다. 코로나 시국 가운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이 일종의 정부 카드사업은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020년 경기도 정책 인지도 부문에서 1위(98%)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책의 인지도 수준과 도민의 이용률로만 따진다면 이 정책은 경기도 내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정책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과연 소비의 진전이 이루어졌을까. 2020년에 국책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지자체와 정부가 동시에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국고지원을 하더라도 지역별로 발행액이 상이할 수 있어 오히려 소규모 지자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결국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역 간의 경쟁으로 비화되고 이는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우월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화폐는 지역 간 무역장벽과 같은 역할을 하여 소규모 지자체는 인구수가 많은 도시에 잠재적인 소비자들을 빼앗기고 결과적으로 시장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즉, 전 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소규모 지자체의 매출 감소와 지역화폐 발행비용 발생 및 소비자후생 감소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더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2022년 4월부터 5월 말까지 경기지역화폐 앱에서 실시하는 “2022년 경기지역화폐 이용현황 및 만족도 조사”를 보면 정부는 지금의 인센티브 지급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의 선호도 조사 항목에 따르면, 가맹점에서 자발적으로 현장할인을 하고 시군별로 추가 캐시백을 하는 ‘현장할인제도’와 자투리 캐시백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기부플랫폼 제도’ 및 중고거래, 숙박시설 예약중개, 송금서비스, 부동산 정보제공, 공공택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미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도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도민들의 편의를 증대시킬 것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은 많은 기업들과 정부의 경쟁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오롯이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함께, ‘현장할인제도’ 역시 할인율 경쟁으로 인한 가맹점 부담과 이러한 손실을 막기 위한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고, ‘기부플랫폼 제도’ 또한, 많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기부금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시장진출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진행했던 ‘농수산물 홍보 라이브 방송’으로 많은 소비자는 좋은 농산품들을 얻고 농부들은 매출이 증가하여 농촌 산업은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심판이 같이 뛰면서 시합을 하려고 하면 심판은 누가 보겠는가. 


정부가 국민을 위하고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을 좀 더 믿고 규제를 풀어 더 많은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넓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 진출은 반드시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 따라서 앞만 보고 걸어가다 의도치 않게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한 걸음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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