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주년 기념 축시 낭송|이제 우리는 흐른다

복거일 / 2022-04-20 / 조회: 2,035



#복거일 #축시 #자유주의


▶ 복거일 지음

▶ 김서현·김시진 낭송


이제 우리는 흐른다


우리는 흐르고 싶다

자유로운 우리 천성에 따라.

우리는 모이고 싶다

따뜻한 우리 천성에 따라.

흐르고 흐르다

모여서 어울리며 살고 싶다

평화로운 우리 천성에 따라.


우리는 믿는다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삶의 원리임을.

자기 천성을 따라

자유롭게 살고 일하면

살 만한 세상이 나온다는 것을.

보다 나은 세상도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싶다

맑은 마음 곧은 눈길이 보는

세상의 모습을.

우리는 받아먹고 싶지 않다

권력을 쥔 자들이 내놓는

거짓말과 반쪽짜리 사실을.


우리는 품고 싶다

자기 삶을 산 사람들에게만

세상이 내보이는 속살을

그 은은한 이야기를.


살과 넋이 자유로운 이들이여,

그래서 이제

우리는 흐르려 한다.

흐르고 흐르다

모이면 함께 살고

때가 되면 다시 흐르려 한다.

가슴이 뛰지 않는가

이 세상의 자유주의자들이여.


우리는 떨쳐버린다

부대낀 살에 지겹게 달라붙은

전체주의의 비루한 거짓을.

우리는 결연히 거부한다

선전선동의 대상으로 남는 것을.

그것이 사람다운 사람에겐

가장 큰 치욕이기에.

삶의 파릇한 원리에 대한

가장 칙칙한 배신이기에.


우리는 고발한다

전체주의자들의 뻔뻔스러움을.

우리는 논죄한다

들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그들의 뻔뻔스러움이

삶을 뒤틀리게 하고

도덕을 허물었음을.


우리는 남으려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로

부끄러움은 자기 잘못을 깨닫도록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중한 기능이기에.

부끄러움 없이 어찌

자유로움이 있겠는가?


드디어 우리는 흐르려 한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이 되어

이 땅 가득 덮은 부패를

그 숨막히는 악취를

씻어내려 한다.


그렇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 권력을 추구하는 전체주의는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자유로운 넋만이

물로 흐를 수 있다.

절대적 부패를 씻어내는

거센 물길로 흐를 수 있다.


흐르고 흘러

어느 굽이에서 문득 다시 만나면

그때 돌아보리라

은은한 성취감으로 돌아보리라

우리가 흘러온 길을

우리가 씻어낸 더러움을

맑아진 세상을.


세상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소금기 밴 바람에

깃발 펄럭이는 시간,

이제 우리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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