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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의 하루: <선택할 자유>

민윤희 / 2022-02-25 / 조회: 605

2022년 2월 7일


오전 6시 40분 기상 알람으로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겨울이라 따뜻한 침대에서 나오기가 더욱 더 힘이 들었다. 5년 동안 30프로 가까이 세금이 올랐는데 전기요금도 더 낼 순 없지,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난방기 불을 끈다. 


오전 8시 오늘은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날이다. 같은 시간 금요일에는 이용객이 적은 게 한눈에 보이는 걸 보면 매번 월요일엔 회사에 꼭 얼굴을 비추어서 격식을 갖춰야하는 암묵적인 출근 문화가 있어 보인다. 격식이라… 내가 타는 지하철에는 출·퇴근 시간에 청년층 이용객들이 적은 편이라 그런 보수적인 생각이 드는 것만 같다. 


한국 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는 주식 창을 확인해보려고 30분 동안 오전 업무를 정리하고 회의를 끝낸다. 내 주식계좌는 셀프로 ‘예금인출쇄도’를 하라고 재촉하지만 이미 물려있는 종목들이 매도 버튼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다. 나의 동지 개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더 불안한 시국이라서 모두들 하강하는 푸른 빛 물결들을 도리 없이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후 12시 점심시간이다. 구내식당에 빽빽하게 늘어진 줄을 기다릴 가치가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의 점심 식사는 매번 흐뭇하게 한다. 회사에서 식당운영비의 절반을 대고 있는 구내식당이 맛없는 날에는 맛없을 수도 있지 이 가격에, 맛있는 날은 이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지구나! 너무 감사하다,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계약직이었던 식당 근로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식단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이렇게 순기능이 많은 정규직 전환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몇 년째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신규 채용 근로자가 전혀 없어서 신경 쓰이는 건 나의 쓸데없는 오지랖일 것이다.   


오후 12시 30분 오늘 자 뉴스를 살펴본다. 노동조합단체에서 국고보조금 확대를 촉구하는 기사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잉여가치를 자본이 독점한다”고 외치는 노조의 투쟁 기조가 바뀐 것인가. 자본이 우리를 탄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본과 타협하고 국가 재정에 더 큰 협조를 구하고 있는 역설을 보면 노조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 사회의 복잡한 생리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다 큰 장남이 집안일로 엄마와 언쟁하는 와중에 용돈을 더 챙겨달라고 조르는 이상한 상황으로 보인다. 용돈을 받는 것이 어색하다는 게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인 예속 하에서 발언권만 요구하는 것은 자유와 의무의 불균형이며 한정된 자원이므로 다른 형제와의 용돈분배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고보조금 확대나 사용자와의 투쟁으로 특정 조합원들을 위해 임금을 인상시킨다면, 이 때 인상된 임금은 고용기회가 감소된 다른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얻는 것이다. 노조의 재정성을 확대하고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유시장’이다. 노동자들이 자유시장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고 기업들이 서로 가장 우수한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노동자들이 서로 가장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함으로써 임금을 인상시킨다면, 이 때 인상된 임금은 어느 누구의 희생도 치르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다. 노동조합이든, 성인이 된 형제의 돈 문제의 해결법은 다 동일하다. 재정이 한정되어있지 않은 자유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노동자와 소비자를 모두 보호하는 것은 자유시장이다.


오후 6시 30분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한다. 제일 좋아하는 맛집이 있다. ‘우리가 맛있는 곱창을 먹을 수 있는 건 곱창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인 것을 실감하게 되는 식당이다. 주변 주택과 상가가 다 재개발되어도 15년을 버티고 있는 사장님께 따로 묻지 않아도 그 비결을 알 수 있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쓰고 다른 가게와는 차별화된 맛이 나는 사이드메뉴가 나온다. 사장님이 구현하는 맛과 서비스 정신을 경험하면 거리가 멀어도 찾아가게 만드는 곳이다. 우리 가게에서 한번 먹으면 계속 오게 된다는 사장님의 자부심이 재개발되어 동네 주민이 바뀐 곳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도, 코로나19 시국에 재료비 인상과 거리두기 지침에도 무너지지 않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가게’로 만들었다. 15년 동안 예상치 못한 위험들을 감내하며 매 순간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상상해본다.


오후 10시 30분 샤워하고 나와서 침대에 눕는다. 어제 완독한 <선택할 자유>를 머릿속으로 되새겨본다. 나는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는 것을 잘한다. 크고 작은 일들을 자신 있게 선택하는 내가 부럽다고 하는 말까지 듣는다. 그래서 더욱 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나만의 비밀은 그 결정을 하는 순간이 매번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다니는 나 역시도 누군가가 나서서 길을 정해주고 여기가 행복이 보장된 길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선택은 내 돈도 들고 시행착오도 많고 너무 불편한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잊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나의 행운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내 잘못된 선택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꾸준히 달라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자손을 대대손손 망치고 있다고 경고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가 있고 자수성가한 선배들을 보면서 나 역시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멋진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독을 권할 때 <선택할 자유>에서의 나라를 우리나라로 치환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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