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전체주의를 넘어: <노예의 길>

김태형 / 2022-02-25 / 조회: 1,068

1944년 3월 10일 영국에서 출간된 책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혜안을 제공해 주고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 이야기다. 78년 전 세상에 나온 책이 우리의 현재와 더불어 미래를 비추고 있다. 하이에크의 생각을 깊이 있게 논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작금의 현실이 반가우면서도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이 전체주의의 경향이 두드러진 현상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우리 사회에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가르는 이분법이 존재한다. 사회주의는 모두의 복지를 향상시켜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선한 이념이라 여긴다. 진보적 정책으로 사회에 평등을 구현하고 개인을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게 할 이상적 사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유주의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사회를 황폐하게 할 이념으로 적대시 되곤 한다. 이러한 뿌리 깊은 편견의 맹점을 꿰뚫어 본 하이에크의 깊은 통찰이 노예의 길에 담겨 있다. 

 

이 책이 나온 당시에조차 하이에크의 사상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숱한 오해와 편견에 부딪혔다. 제 2차 세계대전 승전을 앞둔 영국에서도 사회주의 열풍이 거센 가운데 많은 지식인이 사회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이에크는 이를 영국의 독일화 과정이라 지적하며 영국이 사회주의 정책을 확대 도입할 경우 집단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독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역설했다. 그는 히틀러의 나치즘, 스탈린의 공산주의 모두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는 점에서 공통되는 전체주의라고 주장한다. 나치즘을 혐오하면서도 나치를 닮아가는 모순을 비판한 것이다. 


하이에크는 “분명히 기억해둬야 할 것은 사회주의는 전체주의와 똑같이 집단주의의 한 종류”라고 강조하며 집단주의에 대한 모든 진실은 항상 사회주의에도 적용된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유혹에 빠져 종국에는 수많은 사람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길로 나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듣기 좋은 구호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회주의의 허상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파헤치고 있다. 사회주의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실상 전체주의로 향하고 있으며, 그 길은 곧 노예의 길이라는 것이다.  


하이에크는 시장을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가진 개인들이 평화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시스템이라 설명하며 현대문명이 이러한 개인주의의 기초 위에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전체주의 계획경제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해 독재와 경제적 파탄으로 귀결됨을 경고한다. 그는 이러한 집단주의적 계획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통제와 억압이 인류의 문명을 진보시킬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진보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계획경제는 국민을 통제 하에 둬 자유를 파괴한다. 사회주의의 열풍에 밀려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던 하이에크는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받는다. 당시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케인즈 학파와 대적했던 하이에크의 이론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통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했던 하이에크의 제안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의 경제 부흥을 이끈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됐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다.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한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에도 그의 사상이 전해졌다. 하이에크의 해법은 간명했다. 사유 재산권과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처방을 받아들인 중국은 3년 만에 식량 자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를 채택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증명받은 하이에크는 오늘날 전체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한 우리 사회에서도 전체와 집단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이에크는 집단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집단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집단의 목적과 계획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적 존재에 그친다. 개인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은 역사의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집단주의적 중앙계획은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와는 조화를 이룰 수 없으며, 중앙의 통제 하에 놓인 개인은 언제든 집단의 자의적 명령에 복종해야 하므로 국가 권력을 제한해 개인을 보호하는 법치주의와도 배치된다고 강조한 하이에크의 통찰이 우리 속에 잠재된 전체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전체주의 계획경제가 이끄는 방향은 자유로 가는 길이 아니라 ‘노예의 길’이라는 하이에크의 지적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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