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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길> 등산길의 상념(想念): <노예의 길>

이미란 / 2022-02-25 / 조회: 570

친구들의 생활 모습을 알아보는 설문지를 배포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통계를 내는 수업 시간이었다. 학원을 몇 개 다니는지, 몇 시에 자는지,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하는 지 등 소소한 일상을 설문 문항으로 작성하는데, 러시아에서 온 B가 자기도 궁금한 것을 설문하고 싶단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번역기에다 설문하고 싶은 문항을 말했는데, 노트북의 번역기 화면에 “공산주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를 보고, 모둠 친구들이 모두 경악을 했다. “공산주의가 뭐야?”라고 서로 묻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설문을 해본적이 없는데…


<노예의 길>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그 수업 시간의 충격이 다시 살아났다. 현재 생존하는 지구 인구가 79억이고, 몇 천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을 모두를 세면 엄청난 사람들이 살아왔고, 선각자와 학자나 지도자들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문화가 발전하며 흘러온 역사인데, 그 긴 세월 동안 어느 시대에도 아무도 노예의 삶은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시시대도 아니고, 수많은 철학과 사고와 문화가 발전된 시대에 자기도 모르게 노예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인식한 주변의 선각자가 용기내어 외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빨간 선그라스를 쓰고 보면 세상이 불그스레 보이는 것처럼 혹시 '저자가 어떤 색의 선그라스를 쓰고 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지 의구심이 들어서 그 속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저자의 편견인 그 선그라스를 벗겨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고, 노예의 길로 등산길에 올랐다.


중학교 역사 수업 시간에 배운 빗살무늬 토기를 용어만 외워서 시험을 잘 보았다. 나중에서야 빗살무늬 토기 모양을 알게 되었고, 뜻도 모르면서 접했던 수많은 사회와 역사 수업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주어진 현실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제로는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것을 창출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고 등산길에 오르는 처음부터 숨이 차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게다가 '특정한 유형의 사상들이 급성장하여 승리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 무엇이기에 가장 사악한 요소가 가장 지배적이 되었는가?’하는 질문을 접하고, 가파른 등산로에 헉헉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기에 힘들어서 쉬어야만 했다.


'계획’의 불가피성이라는 주장을 아름다운 신념으로 믿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를 단지 소수만이 깨닫고 있어서, 우리의 잘못된 신념이 사회주의에 지향하기 어려운 동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그 시림에 몸서리쳤다. 지금의 암담한 상황이 남이 아닌 우리가 잘못한 결과일 수 있고,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이상을 추구했더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글을 보고 발이 얼얼하게 어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미덕이라 여겨서 앞만 보고 정상을 향해 올라왔는데, 엉뚱한 산에 도착한 심정이었다.


'다수결 체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글을 읽으며 지금껏 당연히 받아들여서 대부분 선택을 해오던 방식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의 정상에 올라보니 주변의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돌, 멀리 옹기종기 집과 자동차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함 속에서 다수결로 의사 결정을 하여 만일 소나무를 결정했다면, 정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참나무, 풀, 돌, 바람, 경치 등 수많은 것을 놓칠 수 있음에 머리를 흔들었다. 대안의 수가 수천에 달한다면 다수결에 의해 하나를 찬성한다는 것이 모순이며, 더구나 경계계획의 수립은 서로 충돌하고 경쟁하는 목적들이 각자의 서로 다른 필요들간의 선택을 포함해야 됨에 적극 동의하게 되었다.


액턴 경이 말했던 “시민사회와 사적 삶에서 최고로 가치 있게 여기는 대상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자유가 필요하다.”는 표현이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내적 평화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구는 「독재가 자유를 근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획’이 독재로 귀결된다」였다. 대규모 중앙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지시와 자유를 억압하고 강제력을 행사하고 이상을 실현하는데 독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력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부여되기만 하면 독재가 아니라는 생각했는데, 권력의 사용이 확고한 규칙들에 의해 제약될 수 있는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야 권력의 독재를 제어할 수 있음에 갈피를 못잡던 길의 윤곽이 보였다. 


하산을 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양식의 삶을 알게 되고, 이들 가운데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상업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니, 자신의 견해와 선호를 궁극적으로 인정하고 각자의 재능과 취향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글을 읽고 내리막길을 뛰어서 내려오며 신바람이 났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대다수의 지배적 견해가 소수 개별 혁신가의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가로막았으나, 개인주의 성장 결과로 독창성의 자유로운 발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제거된 곳 어디서나 인간은 확대일로의 다양한 욕구들을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글을 읽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었다.


독재적 명령이 경제문제에 한정된다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더 큰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는 글을 읽고 안도감에 흥얼거리며 걷다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결정하는 주체가가 우리가 될 것인지 계획자에 의해 결정될 것인지’에 관한 글에서 멈춰서야 했다. 결국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며, 무엇을 믿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지시 당국이 정하고, 우리의 모든 목적들을 위한 수단이 통제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기초적 필요로부터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일의 성격으로부터 여가 사용까지 의식적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하였다. 자유를 보물로 여기는 우리의 마음은 친절함, 겸손함, 존중, 믿음에 있다. 그러나 권력을 보물로 여기는 사람은 그 마음이 계획과 통제하는데 있었다. 중앙계획으로 '잠재적 풍요’를 약속하면서 공정하고 평등한 부의 분배를 확보해 준다는 믿음으로 지지했었으나, 진정한 자유란 선택의 권리를 가진 상태에서 그 권리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함께 동반하는 우리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되새겨 보았다.


학창 시절 동안 암기만 하며 역사를 들여다보고 사회 현상에 대해서 생각하지도 못하고, 당면한 앞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좌우와 앞뒤까지 넓은 세상을 보는 안목의 학자나 철학자들의 안내를 책에서 만나고 상쾌한 바람을 느꼈다. 모든 사람이 거치는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좀 더 생활 속 상황을 이해하는 교육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경제 등에 눈을 뜨게 되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노예의 길 등산길을 내려와서 나도 저자와 같은 색의 선글라스를 쓰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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