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판단하는 기준: <선택할 자유>

김기영 / 2022-02-25 / 조회: 1,192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던 현실과 그로 인한 여러 제약들이 이제는 일상이 된 지도 오래다. 한편, 이 2년간은 대략 반 세대 정도의 기간을 압축해놓은 것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 만큼 팬데믹은 단순히 물리적인 질병을 넘어,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일대 변화를 불러온 경험이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간에 어떤 부작용이 반드시 수반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팬데믹 이래로 방역패스와 백신 접종 의무화 같은 여러 논쟁적 사안들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공익을 위한 자유의 제한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 사회적으로 현상화된 사례이다.


또한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이로 인한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과감한 돈풀기를 실시해왔다. 필요불가결한 면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작위적인 시장 개입은, 과거 대개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반드시 사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영향 중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을 비롯한 OECD 각국은 현재, 작년 12월 기준으로 평균 6.6%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30여 년간 기록된 수치 중 최고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위는 금리 인상을 이미 예고했고, 사회주의 관치금융국인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들 대부분은 긴축정책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물론 이는 비단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 시국을 경험하며, 다시 반성의 테제로서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라는 경험적 난제들이다.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두 실패는 그다지 낯선 개념들이 아니다. 오히려 실제 우리의 삶의 질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매우 실제적인 문제들이라는 것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교과과정을 통해 이미 두 개념을 배워왔지만, 마치 고정관념과도 같이, 시장실패로 인해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 운영이 본래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이 곧 정부실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생각이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대로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선각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고찰을 이미 해왔다. 밀턴 프리드먼이 바로 그 모범사례이며, <선택할 자유>는 선지적인 현인의 깊은 통찰력이 매우 구체적인 경험 사례를 통해 잘 제시되어 있는 고전이다.


이 책의 서론을 보면 프리드먼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자율적인 실체성을 믿는다. 이 힘은 보이지는 않지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합리적인 인간들 간의 관계 속에서 구체화되어 작동하는 하나의 실체적 기제인 동시에 결과적인 선, 다시 말해 프래그머티즘적인 선을 낳는 윤리적 가치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합리적인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도모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기심의 한계를 또한 수용한다는 점에서 이타적이다.


게다가 이 한계의 수용은 외부에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자율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떤 양보나 희생을 해야겠다고 의식한 것은 물론 아니다. 프리드먼도 강조했듯이, 각 개별적 주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외에 것에는 무관심하다. 그리고 이러한 무관심한 자율성은 개인의 의도가 수반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편적이지만, 그것이 자유시장 속에서 결정되는 개별 주체들의 의사표현들의 합의점, 즉 가격으로 표현된다는 의미에서 구체적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스템을 두고 프리드먼은 “아름답다”고 한다. 이는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기심은 의도적인 것이지만, 결과적인 선은 의도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강조했듯이, 인간의 자유는 거꾸로 보면 무한한 이기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 되고, 그럴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개가 그러할 것이다. 이를 두고 프리드먼은 “불완전한 세상엔 언제나 악이 충만해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본성을 이루는 질적 특성 중 하나이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이루어낼 수 있는 좋은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이념들이다. 따라서 그 시스템은 불완전함을 안고 있지만, 불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연법적 권리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자연스럽다. <선택할 자유>의 행간 곳곳에는 이런 깊은 통찰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시장실패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프리드먼은 시장실패의 가능성과 실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담 스미스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특히 제3자적 효과에 대해 염두해두고 있었다. 문제는 시장실패 자체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시장실패의 사례들 때문에 자유 시장에 대한 이념 자체가 부정되거나 무조건 수정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시장실패의 상징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1929년 발생한 미국발 대공황에 대한 해부를 시도한다. 이 챕터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당시의 경기침체가 세계적인 대공황, 그래서 전쟁까지 야기해버린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의 근본 원인은 시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외부의 개입, 즉 연준위의 권력욕과 근시안적 판단착오로 인한 최악의 통화량 조절 실패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2차 세계대전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였고, 그 결과, 이 시기 루즈벨트가 추진했던 뉴딜 정책은 그 명암에 대한 판단을 올바르게 받지 못하였으며,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케인즈식 정책 일변도로 변했다. 사후 평가에 있어서도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외부 요소가 지배적인 기준이 된 것이다.


이후 케인즈식 방식, 더 극단적으로는 사회주의적 방식이 불러온 정부실패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실패의 경우에도 시장실패에 대해 프리드먼이 가지는 시각을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즉, 다시 말해 시장이 제3자적 효과나, 개별 주체들의 무한한 이기심 등으로 인해 완벽한 시스템이 될 수 없듯이, 정부의 조치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 시장에서는 가격의 자율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 가격은 각 개별 주체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선택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정보의 정확한 표지가 된다. 반면, 정부 개입에 의해 자유가 제한 받는 시장 내에서의 가격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우리는 그것을 겪고 있는 중이다. 즉, 가격의 거품, 인플레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년간 시중에 풀어진 넘쳐나는 돈은 사람들이 느끼는 적정 가격의 단위를 급격히 바꿔버릴 정도였다. 경제가 호황이면서 이렇다면 이는 문제가 될 게 거의 없지만, 호황일 리가 없는 팬데믹 와중에 이렇다는 것은 분명 불안한 징후이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월급은 안 오르는데 그 밖에 것은 다 오른다.”라는 것이다. 이 말 속에서 발견되는 우려할 점은 가격이 정확한 정보 전달의 표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말한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대칭적으로 봄으로써, 이 두 제도를 그럴듯하게 내세우는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닌 각자의 이익을 좇는 사람들이 어울리는 관계 속에서 일의 대세가 결정되는 시장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말이겠지만, 적어도 하나 분명한 것은 자신의 이익에 가장 자발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만들어내는 좋은 결과야말로 가장 민주적이며,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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