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도 배달이 되나요?

송인표 / 2021-12-20 / 조회: 2,126

“띵동~ 배달입니다!” 오늘 저녁도 집집마다 들리는 익숙한 소리, 배달 주문한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한 모양이다. 치킨, 족발, 피자.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다. 하루종일 학업과 업무, 각자의 고충에 시달린 사람들은 말한다. “오늘 저녁은 진짜 맛있는 거 시켜 먹어야지”  내가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점이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터치 몇 번이면 집 앞에 도착해있다.


나도 오늘은 꼭 맛있는 걸 시켜 먹으리라 다짐했던 어느 날이었다. 치킨을 먹을까? 족발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간신히 치킨으로 메뉴를 결정한 후에도 프라이드가 맛있는 ‘BBQ’, 간장치킨이 맛있는 ‘교촌치킨’ 등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 선택지를 보면서 한참 동안을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는 것은 시장경제체제 덕분이다. 예전에는 동네에 메뉴별로 한두 개의 가게만이 경쟁하였지만 배달음식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서 음식점들은 위치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가게들과 경쟁하게 되었다. 음식점들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위해 경쟁력을 길러왔고 현재는 어떤 음식점에 시키더라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을 만큼 평균적인 음식점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있다. 이처럼 시장경제체제의 자유경쟁은 소비자의 권익을 높여줄 수 있다.


나는 시장경제의 이점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한 치킨집에 주문을 했다. 10분.. 20분.. 30분….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아니 왜 배달이 안 오지?” 점점 짜증이 차오르고 배 속에서는 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던 찰나였다. 띵동~ 나는 짐짓 짜증이 난 표정으로 배달원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아차! 밖에 비가 오는구나” 문을 열자 우비를 쓰고도 비에 온몸이 젖은 상태로 물을 뚝뚝 흘리며 배달 기사님은 치킨박스를 나에게 건네셨다. 나는 재빨리 짜증난 표정을 감추며 감사 인사를 했고 배달 기사님은 다음 배달이 급하신지 인사를 무시한 채 서둘러 떠나셨다.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늦어서는 안 되는 배달을 수행하는 배달 기사들이 참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와도 배달 기사들은 배달을 쉴 수 없다. 아니 비가 와서 오히려 배달량이 더 많을 것이다. 물기에 젖어 미끄러운 도로 위를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배달 기사들은 배달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수증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우천 요금 +1000’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추가배달요금을 받는 것이었다. 우천에 의해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생하는 배달 기사들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이때 나는 일상 속 구석구석에 시장경제체제가 깊게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배달 기사는 고객에게 정해진 시간 안에 물품이 배달하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서 배달비를 받는다. 평상시에는 이 배달비가 거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천에 의해서 배달이 어려워지고 소비자들의 배달수요가 늘어나 배달 서비스의 가치가 상승한다. 배달이라는 서비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서 우리는 추가로 우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배달비 인상’ 이슈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었고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배달 음식 시장은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나 배달 기사 수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급은 일정한 데 비해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우리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서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배달 기사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배달 기사들이 우천 시에는 위험하므로 배달을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배달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배달을 강요할 수 없다. 서로가 추구하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상호 간에 이해가 상충하는 지점에서 적절한 가치의 교환이 이루어질 때 현재의 좋은 서비스가 유지되는 것이다.


오늘도 배달 기사들은 시장경제를 싣고 달린다.

       

▲ TOP

NO. 수상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56 대상 공유자원의 비극과 해결 – 스터디카페편
도혜찬 / 2023-11-29
도혜찬 2023-11-29
55 대상 우리 집이 만들어진 이유 – 시장경제의 축복
장대원 / 2023-11-29
장대원 2023-11-29
54 대상 시장 : 이기심이 이타심으로 피어나는 곳
김선 / 2023-11-29
김선 2023-11-29
53 대상 기업은 `장사치`가 아니다.
이동현 / 2023-11-29
이동현 2023-11-29
52 대상 공짜 정부지원금,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다?
정민건 / 2023-11-29
정민건 2023-11-29
51 최우수상 시장경제와 동 떨어진 공공기관에서 경험한 시장경제의 중요성
김정우 / 2023-11-29
김정우 2023-11-29
50 최우수상 유튜브의 성공을 통해 본 시장경제의 위대함
김수만 / 2023-11-29
김수만 2023-11-29
49 최우수상 규제 완화, 교육 역량 강화를 통한 경제 침체 타개
김은준 / 2023-11-29
김은준 2023-11-29
48 최우수상 선하려고 하지 않는 선함
윤선제 / 2023-11-29
윤선제 2023-11-29
47 최우수상 투자로 얻는 버스의 낭만
설유정 / 2023-11-29
설유정 2023-11-29
46 최우수상 선택할 자유`가 표상하는 `합리성`
정회훈 / 2023-11-29
정회훈 2023-11-29
45 최우수상 술에 대한 세금, 종량세와 종가세
김건영 / 2023-11-29
김건영 2023-11-29
44 최우수상 차별 방지를 위한 하향평준화? 단통법의 진실
박찬 / 2023-11-29
박찬 2023-11-29
43 최우수상 법과 규제로 공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이은경 / 2023-11-29
이은경 2023-11-29
42 최우수상 프랜차이즈에 숨은 시장경제(feat.탕후루)
김재형 / 2023-11-29
김재형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