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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의 민낯: 미국형은 비정, 일본형은 무능, 한국형은 부패

김정호 / 2021-04-27 / 조회: 3,596

김정호_2021-14.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Dj64qs5qRkI


2021년 4월 24일자 NYT가 미국 전문경영인 체제의 문제를 통탄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업에서 해고되었는데 해고의 주역인 CEO 들은 천문학적 보수를 챙겨간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NYT가 보도한 2020년 미국 CEO들의 보수는 엄청납니다. Paycom의 CEO인 차드 리치손은 2.1억 달러를 받았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2,322억 원입니다. GE의 래리 컬프 회장은 805억 원을 받았습니다. 모두 전문경영인들입니다. 같은 해 한국 최고의 보수는 삼성전자의 권오현 고문 172억 원, 김기남 부회장 83억 원입니다. 미국 CEO들은 한국 전문경영인들과 비교도 안되게 높은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NYT가 통탄해 마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의 처지가 이들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았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기업에서 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해고에 앞장선 주역들이 바로 이 CEO들입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CEO의 고액 연봉을 노동자를 해고해준 대가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기업들의 노사관계는 살벌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해고가 쉽게 이뤄집니다. 그 결정은 대부분 전문경영인들이 내립니다. 미국 대기업 중에는 오너가 없는 곳이 많고, 그런 기업의 최종 결정권은 당연히 전문경영인이 가지게 되죠.


미국의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잔인합니다. 'You are fired!’라고 말하면 그냥 해고가 됩니다. 그런데 참 마음 불편하게도, 그런 특성 때문에 미국의 전문경영 체제가 오랫동안 작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대기업도 미국처럼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습니다. 미국처럼 전문경영 기업이 많지도 않습니다.


다음 표는 서구 선진국들에서 전문경영 기업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2000년 당시 시가총액 5억 달러 이상인 상위 20대 기업 중 지분율 20% 이상인 주주가 없는 기업의 비율인데요. 지배주주가 없는 만큼 전문경영인이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는 기업이라고 봐도 됩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는 그런 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스웨덴은 10%, 핀란드 20%로 미미합니다. 미국은 90%로서 지배주주 없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이와 같은 상황을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해고가 쉽게 일어난다는 점에서도 예외적입니다. 이 둘은 필연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저의 진단입니다.



왜 미국에서만 전문경영체제가 제대로 작동할까요? 그 이유는 기업의 존재 기반이 이윤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이윤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이윤이 없으면, 다시 말해서 적자가 지속되면 기업은 소멸합니다. 미국에서 전문경영 체제가 잘 작동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 또는 주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전문경영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린 특성은 미국이 가장 강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업의 가치는 주인이 가장 잘 챙깁니다. 100% 주인이 있기 어려운 대기업의 경우는 지분율이 가장 높은 지배주주가 그 역할을 합니다. 전문경영인은 회사의 가치인 이윤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이나 동료 노동자들의 복지를 더 챙깁니다. 그러다 보니 이윤은 줄고 경쟁력이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기업은 쉽게 부도가 날 뿐 아니라 그렇게 되기 전에 누군가가 경영권을 인수하게 될 겁니다.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들이 지배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는 것이 대부분 나라의 사정입니다.


미국은 독특하게도 전문경영인들이 노동자들의 조력자가 아니라 주주의 대리인 역할에 충실합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런 일이 재현된 것이죠. 그렇게 해서 적자의 가능성을 줄이고 이윤을 늘립니다. 전문경영인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보수에는 악역의 대가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노동규제 때문에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일이 미국에서는 다반사로 벌어져 온 겁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의 대기업들 중에도 전문경영 기업이 제법 많습니다. SONY, 마쓰시타 같은 전자기업들도 모리타 아키오, 마쓰시타 고노스케 같은 창업자들이 물러난 후 전문경영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의 분위기는 매우 민주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노동자들은 행복해졌을지 모르지만 기업으로서의 성과는 참담합니다. 잘 알고 있듯이 일본의 전자기업, 반도체 기업들은 거의 붕괴 상태이지요. 삼성, LG,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오너의 결단을 앞세워 공격해 오는데 일본 기업들은 민주적으로 회의만 거듭하다가 연전연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창업자 오너들이 있을 때는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국 전문경영의 특성을 비정함, 일본 전문경영의 특성을 무능함으로 표현한다면 한국 전문경영의 특성은 부패입니다. 한국에도 전문경영을 도입한 대기업이 제법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가 1980~1990년대의 기아자동차, 2000년대 이후의 대우조선해양입니다. 모두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발했고 초기에는 성과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부패였습니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부패해서 회사가 적자의 나락으로 빠졌습니다. 그나마 가장 나은 곳이 유한양행입니다. 정직한 경영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전문경영 기업들처럼 잘 성장을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복지를 최우선에 두는 것이 큰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전문경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회사의 가치를 경영의 최고 목표로 두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해고도 불사할 정도로 비정함을 각오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문경영인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전문경영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비난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한국에서 오너 체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겁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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