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위험한 차를 타는 소상공인들

이준희 / 2020-12-08 / 조회: 2,358

‘공유 경제’ 시대가 열리면서 쏘카, 그린카 등의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쏘카의 이용자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 덕분에 쏘카는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였다. 이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카셰어링 업계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에어백, 긴급제동시스템(AEB),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의 각종 안전장치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여가용으로 운행하는 차량의 안전성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소상공인들이 생계용으로 운전하는 용달트럭의 안전성은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용달트럭인 현대자동차의 포터는 2016년이 되어서야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옵션으로 적용되었으며, 조수석 에어백은 아직까지도 옵션 상품이다.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는 운전석 에어백조차 제공되지 않으며,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내년에 단종될 예정이다. 용달트럭의 안전성이 떨어지는 주요인은 가격이다. 소상공인들이 생계용으로 구입하는 수요가 대부분이어서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해 안전에 관한 부분을 옵션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셰어링 업체들이 에어백 등의 안전장치를 장착한 용달트럭을 구매한 후, 이를 소상공인들에게 대여해주는 사업은 어떨까? 카셰어링 업계에게는 사업 확장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소상공인들은 안전한 트럭을 목돈을 들이지 않고 필요할 때에만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서로에게 Win-win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용달트럭을 대여해주는 사업모델은 불법이다. 카셰어링 등의 자동차대여사업을 관할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시행규칙 제67조는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영업용으로 보유할 수 있는 차량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문의 내용은 ‘자동차대여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의 종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1에 따른 자동차 중 다음 각 호의 것으로 한다. 1. 승용자동차 1의2. 경형승합자동차 2. 소형승합자동차 3. 중형승합자동차(승차정원 15인승 이하의 것만 해당한다)’으로, 대여 가능한 차량의 종류를 열거한 전형적인 포지티브 규제방식이다. 용달트럭은 화물자동차로서 승용자동차 및 승합자동차에 해당되지 않아 자동차대여사업자가 대여해 줄 수 없어 용달트럭의 대여사업이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포지티브 방식의 과잉 규제가 소상공인들이 안전장치가 미비한 용달트럭을 이용하도록 내모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대여 가능한 차량의 종류를 열거주의 방식으로 규제한 것인지 의문이다. 일부 차종의 대여사업 허가가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해당하는 차종만을 대여할 수 없도록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도 공익 보호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가령, '자동차대여사업에 사용할 수 없는 자동차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처럼 규제 방식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공익 보호의 목적은 달성 가능하다.  용달트럭의 경우와 같이 필요 이상의 과잉 규제는 오히려 약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는 ‘규제의 역설’인 셈이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이 대사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무슨 수를 써서든 각종 정부 규제를 빠져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함으로써 과도한 정부 규제를 비꼬는 용도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아무리 규제를 쏟아내더라도 머리 좋은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규제를 빠져나갈 것이며, 돈이 많은 사람은 그런 사람들을 고용해 마찬가지로 규제를 회피할 것이다. 그러면 규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법에 무지하며 힘없는 서민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와 빈자 사이의 공정한 경쟁이 성립할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하여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방해한다. 필요 없는 규제를 최소화하여 애꿎은 규제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민주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에 막혀 에어백도 없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용달트럭을 소상공인들이 이용하는 나라’와 ‘규제를 풀어 에어백 등의 안전장치가 구비된 용달트럭을 소상공인들이 부담없이 이용하는 나라’ 둘 중 어느 것이 더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지는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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