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중심 도서정가제로 출판시장 살아날 수 없어

곽은경 / 2020-11-18 / 조회: 870       스페셜경제

2014년 도입된 도서정가제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2020년 11월 일몰적용 예정이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현행 가격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으나, 결국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도서정가제와 같이 공급자 위주의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출판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체부와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출판사의 수, 서점의 숫자, 신간발행 종수 등의 수치가 증가한 것을 긍정적 신호라고 제시한다. 가격 통제를 통해서 서점들끼리, 출판사들끼리 경쟁을 줄이면, 공급자에게 유리해지고, 더 많은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소비자 편익을 외면한 채 공급측면의 성과만 고려해 정책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로 인한 불편함이 매우 크다. 동네서점을 가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나 동일한 가격에 도서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비교를 하면서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책값이 비싸지자 소비자들은 당장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책은 중고시장을 이용하거나,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는데 출판사가 증가하고, 서점이 늘어난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제 우리 국민들의 독서량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 2018년에는 8.3권, 2019년에는 6.1권을 기록하고 있다. 한 달에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서정가제는 영세한 출판사, 서점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도 크다. 규제의 일시적 효과로 공급자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경쟁이 줄고, 이익이 늘어나면 출판사, 서점들이 계속해서 진입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시장 내 경쟁은 강화되고, 중소출판사, 중소서점들은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지 모른다.


따라서 정책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야 실패가 없고, 효과도 분명하다. 출판문화나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것도 소비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와 같이 법으로 가격담합을 유도하는 정책에 의지한다면 떠나간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없다. 출판시장 내부의 경쟁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처럼 더 저렴하고 유익한 문화콘텐츠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점을 방문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고, 책 대신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다. 이런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서점, 유튜브보다 더 유익한 콘텐츠, 이런 것들이 떠나간 소비자들이 책 구입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3년 더 유지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출판시장에도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는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소비자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에 따라 제도의 존폐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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