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가격

김성준 / 2020-06-11 / 조회: 3,377

1. “(저를 두고) ‘무료로 운영한다고 해서 좋게 봤는데 위선자였다’, ‘어떻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냐’고 하는 분들이 많아 비애를 느꼈다”

2. “관계기관에다가 ‘입장료 받는다’고 투서해서 공무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정말 뜬금없는 소리가 아닌가. “무료로 운영하면 좋은 사람”인데 “입장료를 받으니 위선자”라는 비난을 듣는 분이 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이니 정부가 개입해서 응징할 필요가 있어서 유관기관에서 공무원이 출동했단다. 탤런트 임채무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임채무 씨가 30년여 년 전 사비를 털어 두리랜드를 세운 건 익히 알려졌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거액을 썼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탓에 두리랜드 환경정비를 위해 또 거금을 들였다. 이제는 직원까지 부쩍 늘어난 데다 냉난방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도 더 이상 무료로 운영할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주택가 키즈카페 1시간 정도 요금”에 불과한 금액만 받는다. 다른 놀이동산에 비해 훨씬 저렴한 금액이다. 그런데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입장료 비싼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놔두고 임채무 씨를 위선자라고 비난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공짜 맛을 봤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 사례는 정말 너무하다. 그간의 선의에 대한 감사는 어디 가고, 70~80명의 고용창출을 하는 기업가에게 단지 입장료는 받는다는,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이유로 ‘위선자’ 운운한다. 두리랜드가 처음부터 입장료를 받았더라면 이런 기가 막힌 비난이 나왔을까. 공짜 맛을 한 번 본 사람들은 계속 공짜를 기대한다. 임채무 씨는 직원 고용 유지와 이용객 편의, 시설의 보존을 위해 그 기대감 대신 더 가치 있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속 좁은 사람들은 푼돈 때문에 훌륭한 기업가를 비난한다. 공짜의 맛이 이렇게 매섭다.


두리랜드에 비치된 안마의자 사용료도 무료였다. 그걸 유료로 전환하게 된 이유를 들으며 퍽 씁쓸했다. 임채무 씨 설명으로는, 무료로 하니까 한 사람이 계속 안마의자를 독점해서 다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질서와 양보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푼돈이라도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정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고, 돈이 안 들면 허리가 쑤셔도 하루 종일 안마의자에 앉아 있나 보다. 공짜가 이렇게 무섭다. 뭐든 공짜로 해주면 세상이 좋아질 것 같지만, 되레 분쟁의 소지가 되고 황폐해지는 건 안마의자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정말 무서운 건 두리랜드 입장료도, 공짜 안마의자를 두고 드잡이를 벌이는 갑남을녀도 아니다. 서두의 1과 2에 나온 임채무 씨의 하소연에서 소름이 돋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벌써 공짜에 전염됐다. 코로나는 결국 극복 가능하지만 공짜 전염병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1을 보자. “(저를 두고) ‘무료로 운영한다고 해서 좋게 봤는데 위선자였다’, ‘어떻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냐’고 하는 분들이 많아 비애를 느꼈다” 좋은 사람이라고 봤던 근거가 ‘무료 운영’이었는데, 입장료를 받으니 위선자다? 그럼 이제 기업은 공짜로 제품을 출시해야 ‘착한 기업’이고, 자유경쟁시장에서 제값을 받아 그 돈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제품을 향상시키면 ‘위선적인 기업’이 된단 말인가? 무료와 유료 여부가 어떻게 위선과 연결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그 비정상성은 대체 어떤 주의주장에 감염된 것인가.


한 술 더 뜨는 2를 보자. “관계기관에다가 ‘입장료 받는다’고 투서해서 공무원들이 나오기도 했다” 입장료 받는 ‘위선자’에 대한 처분으로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완장 찬 사람들이 가서 혼쭐을 내줘서 위선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태도가 깔려 있다. 게다가 ‘큰 정부’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시장 한복판으로 끌어온다. 시장이 공공에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단지 ‘값’을 받았을 뿐인데도 그걸 이유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1과 2를 보고 있으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경쟁을 압살하는 저 괴질은 전염성은 물론이고 치명성도 강하다. 코로나를 극복한 후에도 저 괴질은 남을 것이다. 코로나와 합병증을 일으킨 저 괴질은 두고두고 우리를 병들게 할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저 괴질은 공짜 좋아하는 병, 툭하면 정부를 불러대는 병의 증상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만 터지면 정부의 해결을 요구하고, 그 요구라는 것이 기껏 공짜로 돈을 받아내는 것이라면 시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미덕은 누가 지켜나갈 것인가. 정부가 주는 돈이라는 것 역시 결국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이 조삼모사에 기뻐하는 기현상에 허탈해하기는커녕 얼른 달라고 아우성이다.


한 번 공짜 맛을 보면 그 달콤함을 잊기 힘들다. 그래서 재정을 걱정하는 정부가 등장해서 공짜를 살포하지 않으면 위의 1처럼 “(정부가) 무료로 준다고 해서 좋게 봤는데 위선자였다, ‘어떻게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느냐’”라고 비난할 게 아닌가. 공짜로 해주면 ‘착한 정부’, 그렇지 않으면 ‘나쁜 정부’라는 프레임이 당연하다는 듯이 머릿속에 그려질 게 아닌가.


미끄러운 비탈길에 발을 한 번 들여놓으면 그 뒤부터는 조금씩 아래로 미끄러진다.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은 근래 자주 들었어도 ‘미끄러운 비탈길’ 언급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이 ‘공짜의 맛’에 취해 있는 동안 경제는 비틀거리며 미끄러운 비탈길로 향한다. 그런 점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값어치는 정말이지 너무나 어마어마하다. 공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무료라는 뜻이 아니라. 공짜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로 뭔가를 받았다면 그것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예전에는 직원이 15~18명이었는데 지금은 아르바이트생까지 70~80명이다. 입장료를 안 받으면 두 달 있다가 문 닫으라는 소리”

무엇이든 공짜 좋아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를 임채무 씨가 다 설명했다.


이 글에 인용된 두리랜드 관련 내용은 조선일보 2020. 05. 16 <빚 135억·집 팔고 '두리랜드' 숙식 "세상에 지기 싫습니다">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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