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법칙에 반하지 말라

문필섭 / 2020-06-11 / 조회: 629

작년에 마키아 벨리의 화신으로 불리는 작가인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유전자 외에 시대적 상황과 성장 환경 등과 같은 외부 요소도 강하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결국 인간의 본성은 수십만년 동안 유전적으로 진화되어 온 기본적 속성의 바탕 위에 외부 환경이 어우러져 만들어 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경제 활동의 영역 또한 인간 본성의 법칙이 작동하고, 외부 요소의 영향을 받아 인간 본성도 변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비교 우위를 검증받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기본 작동 원리는 인간 본성에 기반하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는 자율과 경쟁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자유 시장경제는 이 두 가치를 기본 축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여전히 진화 중이다. 자율과 경쟁은 인간 본성에 충실한 가치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율성을 추구하며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한 우월감을 누리고 싶어한다. 인간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율적인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부담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왔다. 또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기술과 문명의 발달을 이루어 내고 있다. 기회의 균등이라는 최소한의 사회 정의를 전제로 인간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동되도록 설계된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통해 인류는 오랜 빈곤에서 탈출하여 불과 몇 세기 만에 이전까지 결코 누려 보지 못했던 평균적으로 풍족한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율과 경쟁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적 이윤 추구를 통해 개별 경제 주체들의 노력이 모여 사회 전체적인 부의 수준을 개선해 왔던 것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우리의 정찬을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의 자비로부터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대해 기울이는 관심으로부터이다. 마치 이미 <국부론>을 접했던 듯 중국의 법가사상가 한비자 역시 "이익이 있는 곳에 백성이 모여든다"는 호리지성(好利之性)을 주장했던 것을 보면 다소 놀랍다. 인간 본성의 법칙과 부의 창출, 그리고 경제 발전 간의 관계는 당연히 동서고금에 다르게 적용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경제의 주요 이념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분배와 평등의 가치는 어떠한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일률적인 근로시간 제한과 급격한 최저임금제 인상,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 보편적 복지와 소득주도성장, 각종 지원금과 보조금, 공공부문에서의 과도한 일자리 창출 등은 모두 분배와 평등 중시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여가시간을 희생하더라도 초과근로를 통해 더 많은 임금을 얻기 원하는 근로자와 고용주의 최저임금 부담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시간제 근로자들의 자율적 선택권과 경쟁을 통한 성장 욕구를 사회 제도라는 이름으로 억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경제활동 기회의 제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국가는 다시 각종 복지와 지원 제도를 통해 과도한 재정을 투입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율과 경쟁의 가치를 추구하며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를 부담해야만 한다. 준조세 부담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역전하게 되면 그들 역시 복지와 지원 제도의 수혜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바뀌거나 적극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자연히 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게 된다. 분배와 평등이 착한(?) 가치, 최소한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가치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 본성에는 부합하지 않는 가치이다.  


시장 경제가 원활하고 작동하고 지소적인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은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할 수도 있다. 기회의 균등과 적정 수준의 사회 안전망이라는 최소한의 사회 정의를 철저하게 지켜 나가는 한편,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인간 본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맡겨 두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거스르는 어떤 인위적인 제도와 정책도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인간 본성에 반하는 제도와 정책이 양산될수록 인간은 더욱 더 본성을 추구하며 인간 본성을 추구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을 만들어 내거나 편법을 선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수 많은 사례를 봐 왔고 근래에도 기간제 근로자법 시행 당시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들의 고용이 더 불안정해 졌던 사례, 최저임금제가 인상되었지만 오히려 적용 대상인 파트타이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정부의 무분별한 각종 지원금과 보조금 집행은 '못 먹으면 바보'라는 공짜 점심의 환상과 도덕적 해이의 만연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기 쉽지만 더욱 경계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앞서 로버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외부 요소를 통해 인간 본성은 변화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간 본성에 순응하는 자율과 경쟁이라는 가치가 경시되고 분배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인간 본성 역시 그렇게 변화할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전반적인 사회적 활력 저하와 함께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선순환 동력 역시 서서히 무너져 갈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생겨난 이후의 인류 역사는 보여준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와 국민들이 어떤 길을 걸어 왔고 걷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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