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도 인권이다

박재민 / 2020-06-11 / 조회: 536

인터넷에 나도는 소위 ‘짤’ 중에서, 소련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차이에 대한 문답을 담은 것이 있다. 둘 간의 차이를 답변자는 이렇게 구분한다. “미국 헌법은 표현한 이후의 자유까지 보장합니다.” 웃자고 만든 짤이겠지만, 자유의 본질을 이토록 명쾌하게 설명한 것이 없다. 자유란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대해 다른 누군가로부터 탄압받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탄압할 자유는 물론 배제된다.


왜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가? 개인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온전한, 그리고 배타적인 소유권을 갖기 때문이다. 오늘날 논의되는 모든 종류의 자유는 여기에서 파생되는 개념이다. 신체적 구속을 배격하는 신체의 자유는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입의 자유이며, 사상의 자유는 뇌의 자유이다. 신체가 온전히 내 것이기에, 신체로부터 비롯되는 일련의 선택 행위에는 탄압이 존재해선 안 된다. 그래서 자유는 언제나 ‘선택할 자유’다. 물론 선택 행위 자체가 다른 이의 선택을 탄압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모시듯 자유를 섬기는 사회자유주의자들이 유독 경제 활동의 자유만은 수호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경제 활동의 자유가 자유를 제한한다고까지 한다. 예컨대 노동자가 사장에게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여 싫은 소리를 하려 하는데, 해고 걱정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노동자에게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해고를 금지해야 하는데, 사장의 경제 활동의 자유를 내세우면 고용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 표현의 자유가 훼손된다.


이 논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애초에 자유란 다른 사람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자의 ‘싫은 소리’가 해고 금지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이는 사장이 자신의 소중한 생산 수단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할 자유’를 탄압한 결과다. 이런 행위는 자유로서 보장받을 수 없는 폭력이다. 법이 보장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는 노동자의 ‘싫은 소리’를 이유로 사장이 노동자를 죽이거나 폭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양자 간의 근로 계약에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계약 기간 만료 전에서 사장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여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회자유주의자들은 이 때 자유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도 한다. 노동자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다고 하여, 사장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지만, 사장이 경제 활동의 자유를 행사하여 해고 카드를 쓰면, 노동자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자유가 사실상 한 쪽에게만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의 존엄이 동등하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의 자유보다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자유가 더 중요한지를 사회자유주의자들이 지정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자유는 행위자가 갖는 온전하고 배타적인 자기 소유권에서 비롯되는 ‘선택할 자유’다. 표현의 자유니, 경제 활동의 자유니 하는 세부 개념은 논의를 쉽게 하기 위해 자유를 구체화한 것일 뿐, 본질적으로 자유는 단일 개념이다. 사회자유주의자들의 논지는 노동자의 자유가 사장의 자유보다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평등의 원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또한 노동자 자신만이 ‘싫은 소리’와 ‘해고 회피’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선택할 수 있다. 전자를 더 중시하여 해고당하더라도 싫은 소리를 하고야 말겠다면, 싫은 소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 반대라면 해고 회피가 더 중요한 것이다. 선택의 결과를 맞이할 당사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의 경중을 온전히 따져 선택하게 하는 것이 자유의 보장이다. 


이처럼 자유의 본질에 천착하면, 국가에 대한 부의 재분배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해진다. 불간섭 시장경제에서 개인의 부()는 자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손발을 사용했든, 뇌를 사용했든, 자신의 신체를 주체적으로 사용한 결과물이 부다. 재분배 목적의 조세는 결국 선택할 자유를 행사한 결과물을 강탈하는 징벌이 된다. 더 나아가 납세자의 신체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소비를 위해 강제 동원하는 셈이 된다. 연간 소득세율이 25%라면, 1년 중 3개월 간 납세자의 신체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위해 강제 동원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회의 평등을 명분으로 하는 상속세 부과 역시 개인에 대한 폭력이기는 매한가지다. 상속은 태생적 불평등을 만들기에 평등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게 사회자유주의자들의 논리다. 배우 송승헌이 아버지로부터 높고 쭉 뻗은 잘생긴 코를 물려받은 반면, 필자 같은 범인(凡人)은 낮고 둥글넓적한 코를 물려받았다. 기회의 평등을 명분으로 송승헌의 코뼈를 일부 깎아내고, 그에게 세금을 물려 필자의 성형수술에 보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수긍할 것인가? 우리의 신체 중 어느 하나 물려받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렇다면 개인의 신체는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신체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을 근거로 하는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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