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확대, 노동개혁과 병행 추진해야

박진우 / 2020-05-07 / 조회: 15,157


[팩트&파일] 고용보험_박진우.pdf


-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당에서 '전국민 대상 고용보험 도입’을 정책 의제로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근로자를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 고용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 하며, 추가 부담의 상당액은 고용주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험료 납입자가 될 고용주에게도 그 부담에 상응하는 고용부담 경감정책이 동반돼야 형평 원리에 맞는 정책이 될 것이다. 


□ 해고요건 완화 및 명확화의 필요성



- OECD 통계에 따르면, 정규직 일반해고가 쉬운 정도로 따졌을 때 한국은 조사대상 34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 정리해고의 경우 5위를 차지하였는데, 순위 산출 근거가 '일반해고에 비해 정리해고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쉬운지’에 있었다. 즉, 한국은 노동력의 상시 구조조정을 매우 어렵게 해놓고, 문제가 심각해지면 정리해고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시스템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완화한다는 구조조정의 취지를 퇴색케 한다. 오히려 위기가 이미 발생한 뒤에 대량해고가 이뤄짐에 따라, 선제적 대응에는 실패하고, 경제 충격은 심화하는 나쁜 시스템일 수 있다.


- 고용보험 확대에 따른 부담이 고용주에 지워지는 만큼, 일반해고 요건의 완화와 명확화 작업이 부담 경감 정책으로서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애매한 조항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리해고 요건을 '매출 12개월 연속 감소’ 등의 객관적 기준으로 보완하여, 정리해고에 뒤따르는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 파업 규제 입법의 필요성


- 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강성노조의 파업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케인스학파의 내부자-외부자 이론에 따르면, 강성노조는 해고로 실업자가 된 외부자의 의사를 임금 협상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급등해 실업이 장기화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강성노조의 파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해야 한다. 근로 희망자의 근로권 보장을 위해 '파업 시 노조의 직장 내부 점거’를 금지해야 한다. 


- 이는 노사 간 '무기 대등(equal footing)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서, 상대적으로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은 물론,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당연한 사측의 권리로 인정받고 있다. 



□ 임시직 사용 규제 완화의 필요성


- 해고 요건 완화와 파업 규제를 위한 입법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심각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는 고용보험의 확대 과정과 속도를 맞추어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혁부터 시행해야 한다.


- 임시직 사용 규제 완화는 경직된 정규직 노동법제에 대응하여, 기업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노동력의 범위를 키워, 기업의 고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이 때 임시직이라 함은, 노동 계약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와 고용주가 사용자가 아닌 파견직을 아우른다.


- 한국의 경우 기간제 근로 계약 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돼 있고, 파견직 사용은 허용 업종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위주로 제한돼 있다. 특히 파견직의 경우, 대기업에선 강성노조의 영향력이 크고, 중소기업에선 구인난이 심각한 제조업 부문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 우리보다 앞서 경제성장 둔화를 겪은 독일과 일본은 기간제 계약 기간 상한을 늘리고, 극히 일부 업종의 파견만을 금지하는 노동개혁을 단행하여 기업의 숨통을 틔웠다. 독일의 BMW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생산직에는 파견근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사내 하도급 계약을 활용하고 있으나, 불법파견이라는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 하지만 임시직 사용 규제 완화는 반드시 앞서 언급된 정규직 고용 유연성 확보로 이어져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기변동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해고, 임금 삭감 등의 구조조정이 임시직에만 집중되는 불공정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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