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부동산 ①: 이제는 부동산 담론을 다뤄야 할 때

조정환 / 2020-01-29 / 조회: 7,891

청년에게는 부동산이 애증의 존재입니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집값을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계층 상승의 확실한 수단으로도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지역 집값이 평균 15% 이상 상승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청년이 부동산에 접근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청년들은 집값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집값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많이 논의된 시장 측면에서의 분석은 제외하고, 청년의 입장에서 분석한 집값 하락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는 '20대의 정치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50, 60대와 그 이상의 세대는 산업화, 30대와 40대는 민주화라는 기억을 공유하며, 하나의 정치 세력화된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20대는 20대 내부에서도 강한 젠더 갈등을 겪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투표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하나의 세력을 구성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만일 정치세력화가 되었다 하더라도, 2017년 기준, 20대는 전체 인구의 약 13%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15% 가까이 차지하는 30대, 16% 이상씩 차지하는 40, 50대와 20% 가까이 차지하는 60대 이상을 감안해보면(국가통계포털), 기타 세대와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주택 소유주의 90% 가량이 40세 이상인 것을 감안하여(“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20대와 30대를 하나의 이해집단으로 묶는다하여도 투표에서 40대 이상과 맞붙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따라서 정치세력화가 되지 않았고, 되어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도와줄 수 없는 20대를 정치인들이 걱정하여 집값 하락, 혹은 안정화에 힘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두 번째로는 '집값 하락에 따른 내수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 3,191만 원이며, 그 중 75% 정도인 3억 2,621만 원 가량을 실물자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해당 가정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일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택 가격을 하락시킨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구의 자산이 크게 감소하게 되며, 이에 따른 극심한 내수 부진이 예상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인빈곤율을 감안하면, 노인층은 자산 가격 하락에 더욱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2019년도의 2.0%의 성장률 중, 정부기여도가 75%인 1.5%포인트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내수는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여기서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켜 국민 대다수의 자산 순감소를 유도하고, GDP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산업을 위축시킨다면, 경기 침체의 속도는 겉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 모두 집값 안정화를 전망하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세계 최초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되었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존폐를 논할 위기가 도래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여야 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대화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40대 이상의 자산 가치 하락을 필연적으로 유발하게 됨으로,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 세대가 자신들의 자산 가치 하락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만일 수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 되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담론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부의 기계적 분배 형태를 띄기 때문에 추가적인 철학적, 도덕적 논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들에 대해서는 이후 칼럼에서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감안하더라도 사회적인 부동산 담론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를 돕기 위해서, 나아가 우리의 역사를 계속 쌓아가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대화는 필수적이며, 서둘러 시작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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