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있다

박진우 / 2019-12-03 / 조회: 2,045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 시장자유주의자들에게 갖는 위상은 예수의 가르침이 초대 교회 사도들에게 가졌던 위상과 동일한 듯하다. 로마의 박해에 맞서 기독교를 전파하던 사도들에게, 예수의 가르침은 인류에게 알려야 할 지선의 진리이자 어둠 속의 등불이었다. 마찬가지로 세계 전반에 일고 있는 복지국가주의의 물결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 시장자유주의자들에게, 프리드먼의 말은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상식을 표현한 말이자 좌익들의 숱한 공격 맞서 내지를 수 있는 창과도 같다.


그러나 그가 수리적 분석을 기축으로 한 시카고학파를 창시하며, 시장 경제의 철학적 본질에서 조금은 멀어졌듯, “공짜 점심은 없다”는 그의 말 또한 결국은 시장 경제 최고의 미덕을 부정하게 된다. 시장 경제야 말로 그 어떤 체제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는 각자가 스스로 발휘하는 이기심을 이타적인 형태로 바꿔주는 함수다.


아이폰 개발은 애플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안겨 주었다. 물론 그것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이 주는 높은 효용에 따라 높은 가격을 지불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폰, 그리고 그 위에 구동하는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의 등장은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에게 '기회의 창’을 제공하였다. 막대한 자금력과 자본재 없이도, 거부(巨富)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애플이 선사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새로이 대기업이 된 기업은 오직 3개이며, 그 중 하나가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다. 아이폰이라는 혁명적 재화의 등장이 없었다면,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지금과 같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카카오가 등장할 수는 있었을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분명 엄청난 규모의 공짜 점심을 프로그래머들에게 제공했다. 


대치동 키드로 자라, 서울과고와 서울의대를 졸업한 어느 성형외과 의사를 누구는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엄청난 사회적 자원을 소모하고도, 오직 개인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산다는 비판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가 해남에서 올라온, 노래는 잘하지만, 세상적인 미의 기준에서 외모는 조금 부족한, 어느 가난한 소년의 연 수입을 수십억으로 튀어 오르게 했을 수 있다. 실리콘 조각과 몇 번의 칼질로, 소년은 타고난 노래 실력을 더욱 어필해 K-POP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었을 지도! 상황이 그렇다면, 소년은 의사에게 수술비를 '지불’한 것이 아니라, 수입에서 수술비의 차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공짜 점심을 '대접’ 받은 셈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누리는 높은 생활수준은 온전히 개별 국민들의 정당한 몫인가? 한국 버스기사가 인도 버스기사보다 높은 실질소득을 누리는 것은 정녕 한국 버스기사의 높은 노동생산성 덕분인가? 한국인의 높은 실질소득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한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외국의 좋은 재화를 다량 수입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때, 원화가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교환될 때 충분한 가치를 갖는 것은, 바로 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재화를 한국의 대기업이 생산·수출해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하기 때문이다. 좌익들은 늘 낙수효과 없다며 떠들지만, 정녕 낙수효과가 없다면, 그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평양냉면을 먹을 수 없다. 한우를 기르는 데에 필요한 옥수수 사료의 옥수수 원산지를 확인해보라. 평양냉면의 일정 부분은 삼성전자가 대접하는 공짜 점심인 셈이다. 서울에서보다 평양에서 평양냉면이 더 귀하다는 서글픈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좌익들은 늘 '기회의 평등’과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곤 한다. 그러면서 시장 경제는 구조적 불평등과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이러한 것들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진실은 기회와 노동의 '산파’ 역시 시장 경제라는 점이다. 북한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가 한국으로 탈북한 것은 시장 경제가 주는 '기회’를 찾아온 것이다. 방송인 홍진경의 어머니가 철 따라 하던 김장은 반찬 시장을 만나 '노동’이 되었고, 'The Kimchi’라는 브랜드가 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능력이 시장 경제 하에서 갖게 되는 새로운 가치, 그것이 시장 경제 하에서 우리가 대접 받고 있는 '공짜 점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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