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정의론

김남웅 / 2019-11-28 / 조회: 1,430

필자는 꽤 오랜 시간동안 자유지선주의(Libertarianism)를 따랐고 현재도 필자의 철학에 상당 부분에 자유지선주의가 자리잡고있다. 하지만 자유지선주의를 공부하고, 자유지선주의자들이 이야기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왜 자유지선주의가 대중에게 인기가 없는지는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자유지선주의자의 정의론은 간단하게 말하면 NAP로 축약할 수 있다. NAP는 Non-Aggression Principle의 약자로, 상대방이 나에게 재산적, 물리적, 신체적(이 또한 재산에 포함되지만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분리하도록하자) 침해를 가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원칙이다. 한국어론 비침해의 원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필자의 정의론도 NAP와 그리 다르지 않다. 나 또한 타인에게 재산적 물리적 신체적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자유롭고, 타인도 응당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NAP의 원칙을 적용하여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는 자유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이 말인 즉슨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순전히 나의 자유다. 내가 타인을 비방해도 그것은 나의 자유고, 타인을 조롱해도 그것은 나의 자유다. 자유지선주의에선 심리적 피해를 피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심리적 피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설상 당사자가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여 그것이 피해라면, 그 논리를 확장하여 개개인의 모든 발언을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지선주의자가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내가 발언의 자유가 있다는 말이, 타인에 대한 말을 아무거나 내뱉어야 한다는 말과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람이 성전환을 해서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A는 타인들이 자기를 ‘그녀’로 불러주길 바란다, 그러면 A를 ‘그녀’로 불러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예전처럼 ‘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유사회에선 A의 의지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A에 대해서 생각하는대로 부를 자유가 있다.


하지만 오류는 여기서 발생한다. 자유지선주의자들은 ‘표현의 자유’에 너무나도 큰 집중을 하는 나머지 “타인을 내 마음대로 부를 자유”를 강조하지 않고 “타인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 자유”를 강조한다. 물론 자유사회에서 A를 “그 녀석”이라고 부를 자유가 있지만, 자유지선주의자들은 마치 “그 녀석”이라고 불러야 됨을 강조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그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하는냥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 그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일이다. A가 그녀로 불리길 원하면, 그녀로 불러주면 될 일이다. 내가 A를 그녀라고 불러준다고 하여서 내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국가가 A를 “그녀”로 불러야 하는 법을 상정해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강제하지 않아도 서로가 불리길 원하는대로 불러주면 되는거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자유지선주의자들이 가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극단적인 저항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유에 대한 반감을 만든다.


자유지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면서 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법으로 강제하면 안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자유지선주의자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해주는 젠틀한 집단이기를 바란다. 자유지선주의가 대중에게 전파되려면 우선적으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원한다면 불러주자,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말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본인부터 존중하지 않는데 어찌 법으로 강제하지 말라는 주장을 한단 말인가. 자유지선주의자가 싸가지 있는 도덕론을 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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