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지식과 경험이 자본이다

최승노 / 2019-10-07 / 조회: 4,350

19세기 이전엔 지주, 20세기엔 자본가가 부자

21세기 부자는 지식·아이디어 가진 사람이죠


미국의 어느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 라인의 기계가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여러 달 동안 세심히 조사했지만 수리는커녕 고장의 원인조차 밝혀낼 수 없었다. 미국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독일의 어느 유명한 자동차 전문가에게 수리를 의뢰했다. 독일인 전문가는 얼마간 이런저런 관찰과 분석 과정을 수행하더니 고장난 기계의 어느 한 부분에 연필로 선을 하나 그었다. “여길 뜯어서 열고 그 부분의 회선을 아홉 개로 줄이세요.”


미국 공장에서 벌어진 일


그의 조언대로 했더니 정말 기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과에 만족한 자동차 회사가 수리 견적서를 요청했다. 그런데 독일 전문가는 무려 1만달러를 청구했다. 그의 요구에 미국 엔지니어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선을 하나 그은 대가로 1만달러를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반응에 독일인은 이렇게 응수했다. “선을 그리는 건 1달러의 가치밖에 없죠. 하지만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아는 건 9999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노동은 육체노동이 중심이고 정신노동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말하자면 자본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육체노동은 노동자가 맡고 정신노동은 경영자가 맡는 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계화, 자동화로 육체노동의 중요성이 약해지면서 양자의 구분도 점점 모호해졌다. 이제 노동의 무게중심도 육체에서 정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노동의 형태도, 결과물도, 그에 따른 성과 평가도 다르다. 육체노동자는 업무 실적을 시간으로 계산하거나(시급) 생산한 물리적 수량으로 평가받는다. 육체노동은 그래서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용이하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근육과 사정이 다르다. 개인마다 지니고 있는 지적 능력이 완전히 똑같은 경우는 절대로 없다. 같은 공과대학을 나온 엔지니어라도 갖추고 있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받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이해한 결과가 각자 다를 수 있어서다. 의사 국가시험, 사법 시험을 통과한 의사나 변호사도 사람마다 실력이 다르다. 직업을 갖고 서로 다른 업무 경험을 쌓으며 몸에 축적한 지식(암묵지·暗默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미국의 자동차 회사를 구한 독일인 엔지니어도 그만의 고유한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 미국 엔지니어들이 밝혀내지 못한 원인을 그는 알아냈으니 엔지니어라고 다 같은 엔지니어가 아닌 것이다. 엔지니어들 각자가 보유한 지적 자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탁월한 지식 자본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독일인 엔지니어가 선 하나의 값으로 1달러가 아니라 1만달러를 불러도 반박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독일인 엔지니어가 보여준 능력이 육체노동에 속하는 것이었다면 그가 남보다 탁월하게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계 수리가 아니라 기계를 운반하는 일이었다고 가정해보자. 근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 아니 대여섯 배 더 많이 물건을 나를 수 있을지 모른다. 보상도 그만큼 더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인간인 이상 남보다 1만 배 더 나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근육이 내놓는 부가가치가 점진적인 차이에 머문다면 지식이 내놓는 부가가치는 혁신적인 차이를 창출한다.


시대별로 부자가 달라진다


19세기 이전의 부자는 왕, 귀족과 같은 대토지 소유주들이었다. 20세기의 부자는 거대한 공장을 돌리던 자본가였다. 그럼 21세기의 부자는 누구일까? 생산 수단이 토지와 자본을 거쳐 지식으로 변천해 왔다는 걸 기억한다면 답은 나온 것이다. 21세기의 부자는 지식, 아이디어,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지식 자본은 땅이나 공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훨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산업화 시대에 육체노동자는 글자 그대로 노동자였지만 지식노동자는 지식이라는 자본을 보유하고 있기에 절반은 노동자고 절반은 자본가적 성격을 띤 독특한 존재다. 당신이 보유한 지식에 남다른 경험과 가치가 배어 있다면 당신의 몸값도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19세기 이전의 부자는 왕, 귀족과 같은 대토지 소유주들이었다. 20세기의 부자는 거대한 공장을 돌리던 자본가였다. 그럼 21세기 의 부자는 누구일까? 생산 수단이 토지와 자본을 거쳐 지식으로 변천해 왔다는 걸 기억한다면 답은 나온 것이다. 21세기의 부자는 지식, 아이디어,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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