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장경제를 부인하거나, 반박하거나,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는 예시가 미국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인 거 같습니다. 자유방임주의가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경제를 파탄냈다는 것인데요. 제가 미국에서 역사를 공부했을 때도, 대공황은 자본주의자들의 탐욕과 자만의 결과인냥 묘사를 했습니다. 많은 중앙은행의 관료들은, 대공황이야말로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1930년 대공황이 오기 이전까지는, 미국은 일명 재즈 시대(Jazz Age)라 불리는 역대급 호황장(또는 으르렁대는 20년대, Roaring Twenties)이 있었어요. 그러면 대공황은 코인판처럼 역대급 호황장에 따른 역대급 하락장이 온 것일까요? 뭐, 시장의 자연스러운 호황(Boom)과 불황(Bust)의 사이클이라 보실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후버 대통령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인 하버트 후버(Herbert Hoover)는 역사속에선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파 정치인이기도 하고, 시장주의를 지지하는 공화당(Republican Party)소속이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거부터가 굉장히 큰 오해입니다.
"모든 냄비에 치킨을!"
이라는 요란스러운 슬로건을 달고 경제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 후버 대통령은(최근에 구속되신 누구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경제를 살릴 것 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주범이 됩니다.
스무트 할리 관세(Smoot–Hawley Tariff)
경제학자 약 1,000명의 반대서명에도 불구(참 이럴 때 보면 전문가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요), 국내 상인과 농민들을 보호하겠단 선량한 목적으로 스무트 할리 관세를 도입하여 약 2만개의 수입품에 관세를 도입합니다. 이는 100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관세였는데요. 덕분에 미국에 수입, 수출을 하던 국가는 수입과 수출을 절반으로 줄이게 됩니다. 외국도 보복관세를 내놨기 때문이죠. 결과로 미국의 총수출도 1929년 70억달러에서 1932년 25억달러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후버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1929년도부터 1933년도까지 있었습니다.
후버는 작은정부주의자?
아닙니다. 일단 후버가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은 재정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연방정부의 지출은 7억달러 였던 반면에, 세출액은 33억 달러였죠. 하지만 후버가 취임하고 몇 년 새에 재정지출이 약 40%나 급증하게 됩니다. 그래프를 보시게 되면 그 이후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 지출을 막대하게 늘리게 되는 뉴딜 정책에 비해서는 소규모(?)의 지출규모지만, 쿨리지 대통령 시절에 흑자였던 연방정부의 재정이 적자로 돌아갈만큼 후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대비 정부의 지출액을 크게 늘렸던 대통령 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으론 전용덕 교수의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재평가’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그는 각종 공공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축소판’ 뉴딜정책을 펼쳤다. 1929년 그는 연방정부 건물 공사비에 약 4억달러 이상, 해운위원회를 위한 공공사업으로 약 1억7500만달러의 정부지출을 결의했다. 1930년 7월 국회는 약 9억1500만달러의 공공사업비를 의결했다. 그는 주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사업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후버댐, LA 수도교 등의 대형 토목사업이 후버의 작품이다. 후버 재임 4년간 공공사업을 위한 지출은 루스벨트에 비해 작다는 의미에서 축소판 뉴딜이라 불릴 만하지만 실은 후버 이전 30년간의 공공지출보다 많다고 한다. (전용덕,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재평가’)
미국의 그 유명한 후버 댐 또한 후버 정권에서 시작한 야심찬 프로젝트 였습니다. 사실 후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 비해서 덜 지출을 한 것 뿐이지, 전임 대통령들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지출을 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받아야 맞습니다.
그리고 1930년대 재건금융공사(RFC)를 만들어서 약 10억달러를 부실 기업들과 은행들에게 빌려주었던 것 역시 후버 대통령 이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과도한 통화팽창
많은 분들이 미국 중앙은행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후에나 생겼다고 생각들 하시는데, 이는 틀린 주장입니다. 연방준비제도(The Federal Reserve)는 1913년 우드로 윌슨 정권일 때 만들어졌죠. 같은해에 소득세도 도입이 되었고, 국세청(IRS)도 설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시장주의자들에겐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만큼이나 국가주의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라스바드의 역작 미국의 대공황을 참고해보면, 미국은 중앙은행이 설립된 후, 통화량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1920년대 지속적인 통화팽장으로 인해서 대공황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다는 것이죠.
맺으며
최근에 많은 분들이 시장실패를 외치며, 대공황을 그 예시로 들고는 합니다. 뭐, 시장이 실패한다는 말 조차도 사실 너무 애매모호 한 말입니다. 누군가의 사업이 도산하고, 파산하고, 하는 경우야 당연히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기간동안 소비가 줄고, 투자가 줄고 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채택해서 모두가 잘 먹고 잘 산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이 실패하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개인만이 행동한다'라는 공리를 무시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장경제가 때때로 실패할 때가 있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의 의견은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공황이 시장실패의 예시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욕하고 비판할 때 하더라도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해야하는게 아닐까요?
론 폴의 말로 이 포스팅을 끝내겠습니다:
"우리는 시장을 탓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된 시장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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