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베네수엘라와 한국

최승노 / 2019-07-29 / 조회: 5,471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데도 가난한 베네수엘라

자원 없어도 잘사는 한국… 인적 자원이 관건이죠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최대 석유 자원 보유국이다. 어느 정도 많은가 하니, 현재 기술로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만 3000억 배럴 이상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매장량의 20%에 가깝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는 정작 ‘악마의 배설물’로 불린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로서는 몹시 부러운 일이지만 왜 그들은 자국에 막대한 부를 안겨다 주는 석유를 그리 험한 이름으로 부르는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베네수엘라가 빠진 ‘자원의 저주’를 알아야 한다.


자원이 저주한 나라 ‘베네수엘라’


자원의 저주는 나라에 자원이 풍부할수록 경제성장은 둔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풍부한 자연 자원에 비해 국민소득이 낮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이 좋은 예다. 자원의 저주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발생한다. 1950년대 말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는데 그 바람에 통화 가치가 상승, 자국의 제조업이 붕괴했다. 이를 회복하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다.


베네수엘라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오일 머니로 너무 쉽게 돈을 버는 탓에 석유를 파는 것 말고는 특별히 내놓을 만한 산업이 없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혁신 의지가 없고 국민들은 노동 의욕이 없어 국가는 돈을 벌지만 정작 국민들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원이 하나도 없는 나라 ‘한국’


흔히 한국을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한다. 석유와 같은 자연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식민 지배와 6·25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중동의 몇몇 나라들은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높다. 하지만 그 어떤 중동 국가도 지금의 우리처럼 최첨단의 다양한 산업군을 보유하지 못했다.


불과 반세기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석유와 같은 자연 자원 도움 없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식민지를 경영한 유럽이나 광활한 영토를 가진 미국 캐나다조차 이루지 못한 일이다. 과연 우리에겐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비록 눈에 보이는 자원이나 산업 시설은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성실하고 근면한 인적 자원이 있었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성공 의지와 교육열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한 집에서도 자기 자식은 잘 가르쳐 성공시키겠다는 게 우리 정서였다. 비록 자기 세대에서는 어려워도 자녀 세대에서는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아프리카나 남미 저개발국에서는 대가 바뀌어도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문화 자산이 없다.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 부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돈이 많은 만큼 이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이른바 무상 교육이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는 형편없다. 공부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사는 이들에게 힘들여 공부하고 자기 계발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것이다. 가끔 무상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가 교육으로 성공한 건 공짜 교육 덕이 아니라 인재를 기르는 데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라는 욕망을 인센티브로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성공하려는 의지와 높은 교육열이라는 무형의 욕망은 인적 자원이라는 유형의 자산을 낳았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저 수준의 문맹률, 높은 학업 성취도와 대학 진학률 등은 모두 남다른 교육열의 산물이다. 그 결과 우리는 개인 수준은 물론 국가 수준에서도 계층 상승을 이뤄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당당한 회원국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사람이 무한한 자원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부러워하던 중동 국가들이 이제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우리는 그들처럼 풍부한 자연 자원은 없었고 가진 건 인적 자원뿐이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사람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풍부한 석유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 낙후와 독재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베네수엘라와 교육에 대한 투자와 근면함으로 서유럽 수준으로 뛰어오른 한국이 잘 대비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 많은 사업거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기억해주세요


풍부한 석유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 낙후와 독재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베네수엘라와 교육에 대한 투자와 근면함으로 서유럽 수준으로 뛰어오른 한국이 잘 대비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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