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 상속승계 가능해야

전삼현 / 2012-01-16 / 조회: 4,710
1. 문제제기


우리나라는 회사의 종류 중 주식회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즉, 2011년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법인세를 낸 회사의 수는 305,626이며, 이 중 주식회사의 수는 290,602 (95.8%)이며 유한회사는 11,716 (3.83%), 합자회사 2,757개, 합명회사551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식회사는 그 특성상 자금조달과 규모의 확대 면에서는 제도상 유리한 장점들을 많이 갖고 있지만, 가업승계를 통한 지속적 책임경영이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유한회사 형태를 취하는 경우 책임경영을 통한 수대에 걸친 기술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가 독일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식회사가 유한회사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유한회사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며, 이들의 기술력이 오늘날 독일 경제의 중추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단지 대기업 억제를 통한 중소기업의 반사적 이익 획득방안에만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법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방안 중의 하나가 중소기업들에게 유한회사형태를 취하는 경우 가업승계상의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2008년 세법 개정을 통하여 가족기업인 중소기업들이 가업상속을 하는 경우에는 10년 이상 승계한 가업을 유지하면 면세혜택을 누리거나 7년 동안 유지한 경우 상속된 기업자산의 85%를 비과세하고 15%만 과세하는 방안 중 택일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으며, 상당수 그 대상기업들이 유한회사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현행세법상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등 종류와는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으로 경영권 승계시 승계사업자산에 대하여 최대 50%를 과세하며, 추가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이어받을 경우 3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시 무려 65%의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1차적으로 유한회사형태를 취한 경우에 독일처럼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2. 제안배경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들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지원법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다만 정책적으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이 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원인 중 하나는 독일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유한회사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2009년 현재 1,155,955개의 유한회사가 존재하며, 2006년 기준으로 독일의 유한회사 수는 1,043,640인 반면에 주식회사는 15,242에 불과하다. 따라서 독일의 주식회사 수는 유한회사 수의 약  1.5%에 불과하다.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Volkswagen)사도 1985년까지는 유한회사형태를 취했으며, 125년 된 세계적 기업 보쉬 (Bosch)사도 현재까지 유한회사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중소기업들이 강하다는 것은 독일 유한회사들의 경쟁력이 좋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에서 유한회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유한회사의 출자자의 변동이 어려워 가족중심의 회사운영이 가능하며, 근로자경영참여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공동결정제도를 적용받지 않고, 주식회사보다 설립 및 운영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경제기술부(BMWi)는 2005년 독일전체기업의 약84%가 가족기업(상당수가 유한회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기업 승계시 법․재정․세제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가족의 이해관계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족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수대에 걸친 가족유한회사를 중심으로 강한 기술을 보유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탄생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한회사의 경우만이라도 경영권을 자녀에게 승계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감면해주는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에는 독일은 2008년 세법 개정을 통하여 가족기업인 중소기업들의 가업상속을 보다 촉진시키기 위하여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의 경우에는 세액공제를 확대한 바 있다.


물론, 과거에도 사업 승계시 사업자산 중 25만 6천 유로를 특별공제하고 남은 자산의 평가에서 남은 가액의 60%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였다. 그러나 2008년 세법을 개정하여 추가로 사업 승계시 세제혜택을 부여하였다. 즉, 승계기업의 총 지분 중 상속인이 4분의 1이상을 10간 유지하면 상속세를 면제하도록 하였고, 10년간 유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7년만 유지하면 상속재산 중 15%만 과세하도록 개정하였다(독일상속세법 제13a조, 제13b조).


3. 제안내용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자유기업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123개국 중 71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등이 대표적 면제국가이며, 상속세를 과세하는 국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높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속세 자체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경영권상속시에는 최대주주가산세까지 포함하면 최대 65%까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승계하기보다는 오히려 지분을 처분하여 세금을 내고, 회사는 폐업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기업을 상속한 사람이 경영을 계속하는 동안은 과세를 이연해주고, 주식을 매각하는 시점에서 비로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에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권 승계시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일시에 모든 중소기업들에게 감세를 인정하는 경우 그 대상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을 감안하여 규모를 기준으로 그 대상을 정하기보다는 지속적 책임경영이 보다 수월한 유한회사들에 대하여 감세혜택을 주는 방안을 1차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한회사의 지분 중 상속인 모두의 합계지분이 4분의 1이상을 초과하고, 상속인들이 그 상태를 10년간 유지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고, 상속시 승계된 근로자 중 2분의 1이상을 10년간 고용한 경우 상속세를 감면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7년간 상속된 지분을 유지한 경우에는 과세액 중 상당비율을 감면해주는 상속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4. 실천과제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지원정책이 도입된 이래 항상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은 보호그늘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현실안주형 중소기업의 폐해였다. 즉, 국가 나서서 중소기업들을 과보호함으로써 이들의 성장본능을 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주도로 상생이라는 이름하에 중소기업적합업종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편 가르기에 열중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1단계로 중소기업의 경영권승계를 통한 지속적 책임경영이 가능하다도록 상속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그 대상을 우선적으로 유한회사로 한정한 후 점차적으로 주식회사들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참고문헌>


복거일, “상속세의 폐해와 대안”, CFE-Viewpoint-238, 2011.09.05.
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 가업승계 제도적 기반조성에 관한 연구”, 연구보고. (2011, 11, 25).
Roland Müller/Patrick König, "GmbH Und AG in der Schweiz in Deutschland und Österreich‘, Gesellschaftrecht, Corporate Governance und Statistik, BWV·Berliner Wissenschafts-Verlag, Ok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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