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는 노예는 가난하다: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

송경섭 / 2021-02-05 / 조회: 1,823

“더 이상 땅을 사고팔아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과거 장관까지 하고 언변이 좋아 방송에도 자주 노출된 어느 진보 지식인의 발언이다. 정작 그의 주변 동료들이 현 정부 집권 후 부동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실은 넘어가더라도,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 다주택자와 기업을 죄악시하고 시장경제 전반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할 이유다. 이 책의 서문은 사회주의의 ABC에서 멈추지 말고 감춰진 XYZ까지 가보라 말한다. 사회주의가 진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사회주의의 실체와 어떻게 사회주의가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명확하면서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을 본다면 알 수 있다. 현재 정책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이 진정 바라고 있는 사회는 무엇인지 말이다.


비교 국가를 찾아보기 힘든 최저임금법과 실패가 당연했던 소득주도성장, 임대차 3법, 대통령 직속 사찰기구 공수처 등 진보 정권이 쏟아낸 정책들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들의 신념과 이론적 기반은 그들이 그렇게 불리길 거부할지라도 사회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책은 말한다. '사회주의는 중앙계획경제, 정부의 재산소유권, 부의 재분배라는 목적을 강제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권력의 집중’이라고. 그러나 저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이 한 문장을 제대로 가르친 곳이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경험을 놓고 보자면, 이런 책들이 어째서 대학의 추천도서 등으로 뽑히지 않는지 의문이다. 공교육에서도, 대학에서도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자유민주주의가 되었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진정으로 어떤 혜택들을 가져다주었는지, 여기에 반발했던 사회주의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사회주의자들이 내뱉은 말들과 다르게 개인의 책임과 자유를 중시한 자유주의는 자본주의라는 방식과 결합되어 전근대적인 질서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었고 결국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밑줄을 그은 책도 드물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각 장마다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고도 짧게 서술한다. 책의 탁월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개인의 영역과 개인의 소유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오직 국가주의 정부뿐이라는 문장을 현재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경제학자 미제스는 사적 소유가 없다면 생산수단이 거래되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가격이 부정되고 사유재산권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합리적 경제 계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되고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부동산 폭등으로 대다수 서민들은 절망하고 있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탐욕스러운 행위로 호도되고 있다. 금융경제로 눈을 돌리게 된 20, 30대들이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며 시장에 활력을 넣자 이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각종 규제와 양도세 추가, 심지어 화폐로 인정하지 않던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섰다.


자칭 진보 정당과 정부의 정책 핵심은, 삶에서 필수적인 그 모든 것들의 가격에 간섭해 원래 구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게 인위적으로 인상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절망감에 심어준다. 물론 이들은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라는 선한 의도를 내세운다. 단적인 사례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폭등한 부동산은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 묵묵히 나아가던 사람들의 희망을 파괴시키고 나락으로 빠트렸다. 나를 포함한 청년들은 현실감 없는 숫자에 그저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세한 균열들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기생충>의 세계가 진보 정권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은 시점에서 절정에 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의 심리를 자세히 분석한 이 책은 입법 중 상당수가 타인의 부와 소득을 시기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런 시기심은 재분배의 엔진을 가동시키는 연료로 작동한다고 경고한다. 현재 한국의 현실로 비교하자면, 진보 정권에 속한 이들이야말로 기득권이다. 하지만 이런 내면을 뒤로 한 채 모든 것은 괴물 같은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비극이라 말하니 얼마나 솔깃하고 현혹되는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가 사회 탓이니 결국 우리 잘못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나약해졌다. 독립심, 주도권, 그 존재 자체로서 자신감을 상실해가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잘 사는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했고 사회는 계층으로 분열되었으며 성실함과 노력의 가치는 떨어지고 말았다.


시민들은 정부가 개입해서 자신들의 삶을 개선해주길 바랬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명확하게 밝혔듯 사회주의자들이 설령 선한 의도를 갖고 있을지라도 그 선한 의도로 세상은 파괴되어간다. 개입이 많아질수록 증세가 심해지고 각종 제도들이 만들어질수록 막대한 지출과 비효율적인 규제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상의 단 한 자락, 삶의 형태와 내용, 모든 특징들을 거세시키고 오직 국가의 통제와 결정만이 의미를 가지는 나라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불평등’과 '차별’이라 말하며 자유시장경제가 만들어낸 산물들을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망가트리는 그 잣대야말로 불평등과 억압의 도구라 답하고 싶다. 그들의 계획은 언제나 공허하고 부실한 이론 위에 놓여있고 그런 만큼 그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 더없이 위험하다.


이 책의 끝은 디킨스의 논픽션 <구빈원에서의 산책>을 소개하며 매듭짓는다. 디킨스는 살아생전 빅토리아 시대 사회의 모든 약자들을 위한 구빈원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냈는데, 구빈원에 들어간 모든 이들의 자유와 존엄성,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에 경악했다. 나는 이런 구빈원을 원하지 않고 이런 곳에 예속된 노예가 되어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


책을 덮고 곱씹어보았다. 어째서 우리사회가 허울뿐인 사회주의적 가치들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였을까? 결코 사회주의자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유와 시장, 금융경제의 가치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지켜내야 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방만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출판계에서, 방송가에서 위선과 그럴 듯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지 않았을까.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만날 때, 세상은 끔찍한 결과를 맞는다. 우리는 지난 한 세기동안 역사에서 이미 그 많은 실례들을 보았고, 보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죽이거나 빈곤에 몰아넣고, 결국에는 실패한다. 그들은 틀렸다. 틀렸고 틀릴 뿐이다.

       

▲ TOP

NO. 수상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10 대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김유미 / 2022-08-24
김유미 2022-08-24
9 대상 자유와 인플레이션
김기영 / 2022-08-24
김기영 2022-08-24
8 최우수상 프리드먼이 말한다, 통아저씨 게임을 멈추어라
문예찬 / 2022-08-24
문예찬 2022-08-24
7 최우수상 자유와 모두의 이익
천지현 / 2022-08-24
천지현 2022-08-24
6 최우수상 오래전부터 예견된 현실을 바라보게 하다: 선택할 자유
박용진 / 2022-08-24
박용진 2022-08-24
5 우수상 The Ultimate Legacy
이규종 / 2022-08-24
이규종 2022-08-24
4 우수상 살아 역동하는, 인체의 청년 세포, 선택할 자유를 외치다!
손병찬 / 2022-08-24
손병찬 2022-08-24
3 우수상 우리 앞의 리바이어던
손영승 / 2022-08-24
손영승 2022-08-24
2 우수상 인생은 초콜릿 상자, 정부는 샤워기 꼭지
오유민 / 2022-08-24
오유민 2022-08-24
1 우수상 오롯이 꿈꿀 자유
황이진 / 2022-08-24
황이진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