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개인의 자유는 지켜져야

곽은경 / 2020-06-08 / 조회: 17,736       브릿지경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하루에도 수차례 방역당국이 발송한 안전문자를 받고,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외출 시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사용하고 약국에 들러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된지 오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조치들을 불렀다. 각 국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했고, 국경을 봉쇄하기까지 했다. 사무실과 공장이 멈추고, 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 다중 이용시설이 문을 닫았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치료약도 예방 백신도 없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감염자와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각 개인이 감염예방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지역사회 안에서 타인에 의한 감염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차원이다. 보건당국이 상황에 맞게 적절한 지침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이를 따르는 것은 보건위생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방역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침해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방역당국이 보내주는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아무거리낌 없이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마스크 착용, 손씻기 생활수칙 등의 안내문자를 받고 있으며, 타지역으로 이동을 하면 해당 지역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안전문자를 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방역당국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노출된 사람에 대한 인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치료와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가 의무적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것은 공동체 일원으로 기꺼이 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염차단을 이유로 개인의 통신기록, 신용카드 사용내역, CCTV까지 추적하는가 하면, 국적, 나이, 성별, 직업, 거주지, 방문지 등의 개인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그로 인해 개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초래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더 두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위치추적 역시 명백한 인권침해다. 자가격리자는 의무적으로 휴대폰에 위치추적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하며, 지침을 어기고 무단이탈을 하는 경우 위치추적 밴드를 몸에 착용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서유럽 국가들조차 코로나를 이유로 감시와 통제를 위한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했다. 빅브라더식의 감시와 통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한번 시작된 간섭과 통제는 반복되거나 일상화되기 쉽다. 정부는 방역을 이유로 개인의 정보를 통제하고, 자유로운 이동, 결혼식, 장례식장 방문과 같은 일상생활까지 금지했다. 다중이용시설, 유흥업소를 강제로 휴업시키며 자유로운 영업행위를 침해하는 것을 당연시 했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시작된 개인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권력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방역시스템에 적극 협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를, 그 속에서 본인의 자유와 재산권, 인권이 보호되기를 바라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전자출입명부로 정부가 개인의 이동 정보를 감시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유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나의 사생활, 타인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각 개인은 나와 나의 가족이 속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배려와 노력은 지속하되, 타인의 자유와 인권이 침범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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