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

이홍표 / 2003-07-24 / 조회: 5,559


1. 머릿말

2002년 10월 불거진 2차 핵위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미 원폭 6개분의 플루토늄을 추출하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미 70차례 핵무기 고폭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여러 움직임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문제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과 보유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중국의 움직임이 더욱 더 빨라지고 있다.


2. 중국의 기본입장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과 1950년 이래 사회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한국과는 지난 10여년간 활발한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자국의 정치,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기왕의 동북아 정세가 자국의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환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지역정세를 기왕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지역이나 국제 차원의 강대국으로 부상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 협상수단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70%, 곡물의 40%를 제공해 오고 있는 경제적 후원자이자, 유엔의 안보리 등에서 북한의 입장을 비호해 오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이런 이유로 주변국들은 93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여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게 할 것을 기대해 오고 있으나, 중국은 당사자 문제로 치부하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을 할 수 없다” 라고 하는 중립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를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카드로 활용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기본입장은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가 유지되어야 하하고 둘째, 이 문제가 대화와 협상에 의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끝으로 이 문제의 해결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보유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으나, 이 문제는 미 북한간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며, 양측이 94년의 「제네바 합의체제」로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되풀이해 강조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북 핵의 불용”과 “북한의 배려” 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 오고 있다.

중국은 만일 북한이 핵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경우, 이는 궁극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의 군사적 세력균형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은 당장 중국의 잠재적 경쟁국인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의 핵 개발을 자극하여, 중국이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상실하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일본, 한국 및 대만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미사일방어 체제(MD)의 설치 논의를 촉발시켜,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문제가 한국, 일본이나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중국자신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이번에 또다시 핵 위기를 야기한 것은 주로, 북한의 경제적, 안보적 불안정성과 취약성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2001년 초부터 부시정권이 취해오고 있는 대북 강경 노선에 덧붙여,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자,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해결한 후 자신들을 대테러전쟁의 표적으로 삼을 것으로 우려하게 되어, 체제유지에 더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다시금 핵을 이용한 벼랑끝 외교를 전개하여, 단기적으로는 미, 일, 한국 등으로부터는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고,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불가침 약속을 끌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체제의 유지는 중국에게 안보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의 핵 군비 경쟁과 안보불안으로 이어질 “북한의 핵보유”를 차단함과 동시에, 자국의 국경 완충지대로서 “북한체제”의 보장도 긴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점에서 미 북한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미 북한관계의 정상화가 매우 중요함을 되풀이하여 강조해 오고 있다.


3. 중국 입장의 변화: 중립적 방관자에서 적극적 중재자로

미국은 애초부터 북한의 주장을 다분히 무시하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동시에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음을 강조하면서, 북한과 대화나 협상을 할 필요가 없음을 밝혀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라크전쟁에 몰두하기 위해, 북한문제에 관해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94년의 경우처럼 대화나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이 문제가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처음부터, 대테러전의 일환으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저항으로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관 추방, 핵동결해제, 핵확산금지 탈퇴 등 미국을 향해 더욱 강경한 조치와 벼랑끝 전술을 지속적으로 구사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1 이후 대테러전쟁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있다는 점에서 부시정부가 북한 핵 개발계획의 폐기를 대화의 전제로 내세우는 기본입장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해결에 조급하게 나서지 않는 방침을 확고히 해 오고 있다. 미국은 특히 당분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북한에 대한 외교,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오고 있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미국의 군사행동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서서히 발전해 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이나 중국의 반대를 감안할 적에 당장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점차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두둔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대북 제재에 참여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이 점에서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군사제재를 용인할 것인지를 선택받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중국으로서는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이제까지의 중립적인 방관자 입장을 떠나서 주도적인 중재노력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자국의 입장을 선회해 오고 있다.

지난 10월이래 미국은 북한이나 중국의 입장과는 다르게 북미간의 양자협상은 절대 없을 것이며, 미 북한 양자간의 어떠한 대화도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 오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핵 문제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미국 외에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이해당사국이 대북 협상을 중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 통제하는 역할까지 수행하여야 함을 주장해 오고 있다. 따라서 미 북한간의 양자협상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제안해 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북한이 다시는 미국을 상대로 핵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의 핵 개발 포기의 대가로 제공해야 할 “당근”도 이해당사자들에게 골고루 부담시키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의 입장은 핵문제의 근원은 9.11 이후 북한체제에 대한 미국의 위협에 있기 때문에, 우선 미 북한간의 양자 대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침략”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다자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핵 폐기와 자국에 대한 불가침보장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것을 주장해 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이런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이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게 되었다. 북한은 지난 10월 이후, 자국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소진해 버렸다. 핵 재처리 완료입증, 대포동 미사일 발사, 핵실험 실시, 핵보유 선언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미사일 시험발사를 제외한 다른 카드는 모두 미국의 군사행동을 포함한 본격적인 제재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마지막까지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만에 하나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태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논의가 필지의 사실이 될 것이고, 이는 북한의 핵 위기를 더 한층 고조시켜, 미국의 군사행동이라고 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게 되었다. 대북 군사공격은 중국동북부에 대량의 북한난민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붕괴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게도 안보적 완충지대의 상실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지렛대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러한 상황의 도래를 미연에 막을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중국 입장의 가장 직접적인 변화 조짐은 지난 2월,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회부를 결정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회의에서 찬성표를 행사한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어서 중국은 지난 4월 북경에서 북한, 미국, 중국간의 3자 회담이 열릴 수 있게 주선하였다. 중국은 북한이 이러한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데, 최선의 입지를 가지고 있으나, 그간은 이러한 입지를 이용하는 데 주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파견하여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불합리한 벼랑끝 전술을 지지할 수 없음을 통보하는 한편, 비록 보수작업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으나, 북한에 3일 동안 석유공급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이는 중국의 경제지원이 북한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음을 환기시키면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한 정치 경제적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입장변화를 유도하여,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미국에게는 다자회담이라는 명분을 제공하고, 북한에게는 우호적인 관계인 중국을 끼워 사실상의 양자대화 라는 실리를 취하게 함으로서 이른바 “흥정”을 붙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 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3자 회담은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북한이 핵보유를 공개함으로서 북 핵 사태가 오히려 악화된 면이 있다. 이후 미국은 3자 회담 같은 협상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북한간에 상호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자는 북한의 제의에 대한 역 제안도 준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는 부시정권이 대화보다는 외부적 압박을 통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후 미국은 한미정상회담과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기존 북한, 미국, 중국에 한국과 일본이 추가로 참여하는 5자회담을 북한핵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제안해 놓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조치” “추가적 조치” 등을 언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도 중국은 아직은 북한에 대한 외부적 압박수단에 근거한 제재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유는, 만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채택된다면, 이는 북한의 벼랑끝 외교를 더욱 고조시켜, 결과적으로 다국간 협의는 물론 3개국협의 조차 더 이상 열 수가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외부적 압박수단을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붕괴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의 정책수단으로서 배격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7월 2일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핵 제재를 위한 유엔안보리의 의장 성명의 채택에 반대하였다.

중국은 4월의 북경회담 이후에도 3자 회담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3자 회담을 고집하는 것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의 체면을 고려할 수 있고, 자국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통해 성과를 거둔 후 다자회담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면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자국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미국, 북한, 중국의 3자에 한국과 일본이 추가로 참여하는 5자 회담의 조기 개최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입장을 급격히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북한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하고 있다. 즉, 3자 회담에서의 북한의 돌출발언으로 미국의 입장이 강경해졌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회담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갈수록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마냥 방치할 수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중국은 7월 15일 다이빙궈(戴秉國)외무차관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친서를 소지케 하여 대북특사로 파견하여 김정일을 직접 설득하였으며, 곧 이어 동 특사를 미국에 파견하여 중국이 중간에서 북미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대북한 설득이 국가최고지도부 차원으로 격상되었기에, 이제는 북한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을 중국은 비록 현 시점에서 유엔안보리 의장의 성명 채택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이 사안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응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인식하고 있는 것 외에,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의 필요성에는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국의 적극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해 지난 61년 체결된 「중 북한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의 개정을 제의하고 있다. 골자는 「군사개입 조항」의 삭제이다. 즉, 이는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을 단행할 시에도 북한이 중국에게 조약이 정한 군사지원을 압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앰으로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다자 회담 제의를 수용케 하려는 압박전술로 보인다. 이로 미루어, 앞으로 중국은 단순히 다자 회담의 성사를 중재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회담의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하여, 북미간의 완충 및 중재역할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 측의 북한체제 보장 방식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5자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3자 회담이 한번 더 개최될 가능성과 북한의 체제보장방식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중재역할이 효과를 나타내어, 북미간의 의견이 다소 조정되고 있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이유로, 중국에 있어 북한체제의 존속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02년 11월에 새로 등장한 중국의 새 지도부 사이에는 북한체제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국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개혁개방을 권유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현 체제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여러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탈북자문제로 중국의 국제적 입지가 자주 곤란해지고 있으며, 중국이 이런 문제 등으로 북미간의 틈바구니에 끼여서 국제사회에서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면서, 체제보장책을 마련하고자 하나, 만에 하나 이러한 노력이 북한측의 반대로 여의치 않으면, 북한의 현 체제를 변화시킬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어 보인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한반도 안정이 자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제까지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대변되는 한반도에서의 급진적인 변화를 미국의 일방적인 세력 신장으로 연결되어 그들 안보상의 완충지대로서 북한이 갖는 전략적 가치의 손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국측의 뿌리깊은 대북 불신을 감안하고, 북한이 자국의 이익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감안할 적에 만에 하나 미국과의 양해 하에 북한에서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린 후, 친 중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보장될 수만 있다면, 중국으로서는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향후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북한의 정책변화를 손쉽게 유도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중국에게 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최근의 움직임은 중국이 이러한 가능성을 북한측에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북한의 신의주경제특구의 행정장관으로 임명되었던 양빈과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등을 살펴보면,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반할 경우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중국외교정책의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하는 것이다. 특히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중국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관계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기서 중국은 이번에 북한핵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룰 경우 미국과의 관계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게 되었다. 대테러전쟁 맥락에서, 북한 핵문제에 관한 미국의 관심을 고려할 적에 이 문제는 중국에 있어 타이완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즉, 타이완 문제가 미국과 협상물로 주고받을 정책의 핵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북한의 핵 개발은 결국 중국의 이해에 어긋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핵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겨우, 결국 대만의 핵무장을 통해 대만독립 문제로까지 사태가 확산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할 경우, 미국이 대만문제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양보를 할 것을 제안하였다는 보도는 매우 시사적이다. 즉, 향후에도 중국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북한 핵문제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인센티브를 갖고 있어 보인다.


4. 맺음말

결론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가 경제적, 안보적 취약성과 불안정에 기인한다고 보고, 이러한 취약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접근할 경우,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 등 일부 서방측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군사적, 경제적 제재등 외부적 압박수단을 회피해 가면서, 대화나 막후협상 같은 조용한 외교방식으로 이 문제의 해결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편으로는 이 문제의 해결가능성을 제고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미관계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협상력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즉, 타이완 문제에 관한 양보까지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렛대를 총동원하여 북한의 입장변화를 유도코자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점차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게 많은 카드가 남아있지 않아 있지는 않지만, 체제의 생존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앞으로의 중재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핵문제를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장기적 이익이라는 틀 속에서 다루는 모습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李弘杓 (政博, 日本 나고야 大學 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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