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분석과 향후 미국의 대 북한정책

이춘근 / 2004-11-05 / 조회: 4,084

행정부, 입법부를 장악한 공화당


2004년 11월 2일 (미국 시간)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더불어, 상원의원 의석 100석 중 1/3 (34석), 하원의원 전원(435명), 그리고 주지사 11 명을 새로 뽑는 대규모 선거를 치루었다. 이번 선거의 결과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공화당의 대 승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대통령, 상원, 하원, 주지사를 공화당이 다시 석권 했기 때문이다. 우선 현직인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 51% 인 59,096,571 명의 지지를 받아 48%지지로 55,532,981 표를 획득한 민주당의 케리 후보를 350만표 이상의 차이로 압도 했다. 아직 마지막 결과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선거인단 수자도 당선을 위한 270석을 돌파했다. 공화당은 51:48 로 약간 우세했던 상원의 구도를 55:44 (1석은 독립당)로 확고한 우세로, 하원의 경우 223: 210이었던 우세를 230: 201 (미결정 4)로 벌려 놓았다. 50개 주중 11개 주에서 주지사를 새로 선출 했는데 공화당은 이제껏 유지하던 28:22의 우위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부시는 사상 최다(5,900만 이상)의 국민지지를 받는 기록을 세웠고 1988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수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는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 선거 역시 선거 다음날 새벽까지 대통령 당선자를 발표 하지 못하는 접전이었지만 선거 다음날 오후 2시경(미국 동부 표준시) 케리 후보는 패배를 인정,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 되었다. 접전지역이었던 오하이오 주의 투표 결과를 케리 진영이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이 지연되었던 것이다. 오하이오 주의 개표결과 부시는 약 136,000표정도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케리 진영은 오하이오의 임시투표가 아직 모두 집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고 했고 오하이오 주 정부의 국무장관 J. Kenneth Blackwell 은 부시가 앞선 숫자가 예상 임시투표 숫자(블랙웰의 추정에 의하면 175,000표) 에 미치지 못하니 케리 진영의 이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오하이오 주법에 의하면 11일 이내에 나머지 표를 모두 집계하도록 되어 있다. 임시투표란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 혹은 다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서 임시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민주당 보다는 오히려 공화당측이 강력히 주장해서 만들어 놓은 방식이다. 아직 집계를 하지 않은 표 175,000표가 모두 유효표인 경우, 케리 상원이 그 중 90% 정도 획득하고 부시 대통령이 10% 이하를 얻을 경우 승부가 번복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며 케리 후보는 민주당 참모들의 건의를 수용, 패배를 인정하였다.


선거 과정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선거하는 날 아침에 이를 때 까지 아마 상당수 한국인들은 케리 후보가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 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학자들은 물론 한국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부시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언론은 대체로 케리에게 유리한 분석을 내 놓았지만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의 압도적 다수는 부시가 앞서고 있다는 자료들을 계속 발표 했었다. 예로서 매 2주정도 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갤럽(Gallup Poll)의 경우 지난 8월 이후 케리 후보가 부시를 앞선 경우는 2-3번 정도에 불과 했고, 금년 1월 1일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Rasmussen Report의 조사 자료를 보면 8월 초 이후 선거 당일까지 케리가 여론조사에서 부시를 앞선 날은 불과 며칠도 되지 않는다. 케리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른 직후에도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후보는 부시였지 케리가 아니었다.


케리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던 시기는 8월 이전이었는데 케리의 지지율을 급격히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는 케리와 월남전에 같이 참전했던 군인들(Swift Boat Veterans: 케리와 함께 월남의 강에서 고속정을 타고 같이 전투를 했던 해군들)이 만든 케리를 반대하는 선전 방송이 나간 후부터였다. 또한 케리와 함께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만든 케리에 반대하는 「Unfit for Command」 (총 사령관의 자질이 아니다) 라는 제목의 책은 케리의 우위를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 했다. 케리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New York Times 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처음 8만권을 출판 하려던 회사는 책이 출간되기 전 이미 60만 권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데 놀랐다) 이 책을 오래 동안 서평을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만약 케리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 책 때문일 것” 이라는 서평을 내 놓았을 정도다.


그러나 케리의 더 중요한 패인은 그의 선거전 진행 방식이 대안의 제시보다는 상대방 때리기(Anti-Campaign)에 너무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부시의 거의 모든 정책을 비난 했지만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나는 부시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반 테러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말 만 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역부족이었다. 케리는 자신의 신조를 지키기 보다는 표를 얻는 방향으로 행동 하는 것으로 비추어 지기도 했다. 그 자신 민주당에서도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단체인 미국 총기협회 (American Rifle Association) 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사냥복을 입고 오리 사냥에 나서는 등의 일관되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감표 요인이었다.


미국이 급격히 보수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도 패인중 하나다. 케리가 자신을 지지하는 층인 젊은이들을 대폭 동원하자 보수적 기독교도들 역시 대거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오하이오주의 투표자중 약 1/4 이 자신은 새로 태어난 기독교인(Born Again Christian) 이라고 대답했으며 그중 75 %가 부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허용,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은 이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부시에게 유리한 요인이 되었다.


부시의 낙선을 위한 외국의 노력도 오히려 부시의 재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선거 3일전 처음으로 9.11 공격을 자신이 한 것이라고 고백하고 또 다른 테러 위협을 가한 오사마 빈 라덴의 테이프, 선거 직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된 이라크의 후세인 추종 세력의 저항, 등은 모두 역효과를 초래했다. 미국인들 역시 세계 어느 나라 국민 못지않은 열정적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행동이었다.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의 대선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는 경우 국내정책은 바뀔지라도 대외정책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있는 것이지 공화당,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스타일상의 문제는 있을 것인데 그것도 대통령이 속한 정당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성격(personality) 때문에 달리지는 것이다.


한국은 케리의 당선을 바라는 것처럼 비추어 졌고 프랑스, 독일 등 미국과의 관계가 서먹해진 나라들도 역시 케리를 지지했다. 반면 영국, 일본, 러시아 등은 모두 부시의 재선을 지지했다. 놀라운 것은 이란의 국가안보평의회 의장이 TV에 나와서 부시를 지지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10월 19일) 그 이유는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이란은 더욱 어려웠다”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인권” 이라는 이슈를 외교 정책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3 세계 국가들은 미국의 민주당 정권을 오히려 더 피곤해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이 케리가 당선되거나 부시가 재선되거나 한반도 문제 처리 방식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북한 인권에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간섭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핵을 제거 하겠다는 목표는 미국의 “국가 목표”지 민주당, 공화당의 정책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의 패턴을 보면 민주당 대통령들이 주로 전쟁을 시작했고 (1차대전당시 윌슨, 2차대전의 루스벨트, 한국전쟁의 투르만, 월남전의 케네디, 죤슨 등은 모두 민주당 대통령),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고립주의를 지향한 대통령들은 오히려 공화당 출신 이었다.(한국전을 서둘러 휴전시킨 아이젠하워, 월남전을 패배한 상태에서 종식시킨 닉슨 등)


부시행정부 제 2기의 대 북한정책


우선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재선의 부담을 벗은 부시 행정부는 본격적으로, 더욱 과감하게 북한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 북한 정책의 1차적 목표는 “북한의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해체” 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사실 케리가 당선 되었어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또 다른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 이미 북한을 “악의 축” 중 한 나라라고 규정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다시 확인 된 것은 2002년 10월 4일의 일이었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2002년 1월 하순의 대 의회 연설에서 였다. 즉 부시 행정부가 인식하는 북한 문제는 단순한 “핵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체제”라는데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원하는 보다 원대한 목표는 북한을 테러를 지원하지 않는 나라로 바꾸는데 있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북한이 가다피의 평화적 해결 방식을 따르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후세인에게 적용한 방식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는 핵폭탄이 아니라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많다. 5대강국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핵을 보유하고 있다) 테러리스트의 수중에 들어갈 지도 모르는 핵폭탄인 것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의 그레함 앨리슨(Graham T. Allison) 교수는 「핵테러리즘」(Nuclear Terrorism) 이라는 책을 출간 했는데 그는 핵을 사용한 테러리즘은 일어나느냐 혹은 일어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이냐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문제라고 말하며 만약 미국 영토에서 핵폭탄을 사용한 테러리즘이 발생한다면 그 핵폭탄은 다음 세가지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쓰고 있다. 하나는 구소련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분실되었을지도 모르는 핵폭탄, 두 번째는 미국과 반 테러 동맹이 되기 이전 파키스탄이 혹시 테러리스트들에게 주었을지 모르는 핵폭탄, 셋째는 북한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팔지 모르는 핵폭탄 이라는 것이다. 이중 미국이 현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세 번째 핵폭탄일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미국인의 인식을 불식 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문제를 “핵문제”에 한정 시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미 언급한 바처럼 현재 부시행정부가 인식하는 북한 문제는 핵문제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구조 변화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이 구조 변화를 잘못 읽으면 우리(한국)는 한반도의 통일 정국 혹은 동북아시아 국제구조 변경 과정에서 낙오자가 될 수 도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를 자문하는 소위 네오콘(Neo-Conservatives)이라 불리는 계열에 속하는 전문가들의 대 한반도관을 유념해야 한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서 미국의 대 테러전쟁 전략을 수립하는 주역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저술한 책의 문장들을 인용, 부시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의 일면을 살펴보기로 한다.(David Frum and Richard Perle, An End to Evil: How to Win the on Terror, New York: Random House, 2003년 연말 간행) 데이비드 프럼은 “악의 축”이란 문장이 들어간 연설문을 작성한 사람이며 리차드 펄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자문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자다. 이들은 북한의 핵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전쟁을 감수하는 것이 미국에 더욱 안전한 일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 A North Korean nuclear warhead that might be sold to al-Qaeda or some other terrorist group is more dangerous to un than a war on the Korean peninsula. 위의 책 pp.99-100 알카에다 혹은 다른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팔릴 수도 있는 한발의 북한 핵탄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 보다 우리에게 더 위험한 일이다). 이들은 미국의 대 한반도 군사전략은 바로 북한과의 전쟁까지를 염두에 두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북한의 체제 교체 (Regime Change)라는 대안을 숨기지 않는다. 북한의 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국을 동원할 수 있으며 중국이 선호하는 북한정권이 들어서서 핵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


미국 대선 과정 중 북한 핵문제는 오래된 낡은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문제로 다시 부각 되었다. 2기 부시 행정부의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한반도에 어려운 국제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전략이 필요 할 때다. 북한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설득하는 것,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등이 우리가 택할 원초적인 전략이다.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전략적 관점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이 올 때를 생각해야 하고 그 어려운 상황을 우리에게 득이 되는 상황으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혜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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