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직장인, 매일 3만5480원씩 세금 냅니다

자유기업원 / 2018-03-24 / 조회: 11,065       중앙일보

[홍병기의 경제 리포트] 샐러리맨 ‘납세 시간표’


3월 26일은 올해 ‘세금 해방일’이다. 이날부터 세금 없이 자신의 진짜 소득을 벌어들인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 6600원, 담배 한 갑 3300원

잠 잘 때도 등록·재산세 1만2200원

연간 계산으론 84일간 소득에 해당

두 시간 ‘납세 노동’ … 3월 26일 해방


국내 중견 기업의 영업부 차장인 박성한(43·가명)씨. 연봉 5000만원에 서울 지역의 33평 아파트를 소유한 그는 자신이 내는 세금이 도통 실감 나지 않는다. 세금해방일을 맞아 한국경제연구원의 도움으로 각종 국세·지방세 등을 알기 쉽게 계산한 박씨의 하루 24시간 ‘납세 시간표’를 만들었다. 시간표를 보니 그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곳곳에서 세금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었다. 


오전 7시  잠이 깬 박씨가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들어선다. 그가 집어 든 칫솔·치약·비누·샴푸에다 수건·머리빗·두루마리 휴지에 이르기까지 출고가격(제조가+세금)의 10%씩 붙는 부가가치세가 가장 먼저 그를 반긴다. 세수 한번 할 때마다 매일 평균 20~30원씩 꼬박꼬박 내는 것으로 그의 ‘세금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8시  아침을 거른 채 승용차로 출근길에 나선 박씨. 차를 타는 날이나 안 타는 날이나 매일 자동차세로 1100원((쏘나타 2000cc×200원)/365일)을 어김없이 낸다. 여기에 차를 살 때 납부한 차량 등록·취득세와 개별소비세 등으로 매일 2800원(5년 보유 기준)씩 빠져나간다. 휘발유? 시동을 걸면 여기에도 세금이 주렁주렁 붙는다. 교통세(L당 530원)를 비롯, 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약 900원이다. L당 가격(1500원)의 60%가 세금인 셈이다. 하루 평균 40여 ㎞(휘발유 3L)를 달리는 박씨가 오늘 배기가스에 날려 보내는 세금만 2700원이다. 갑자기 핸들을 잡은 박씨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담배 1개비 165원, 소주 한잔에 143원 세금 

  

오전 9시  부랴부랴 직장에 도착한 박씨는 일과 시작 전에 버릇처럼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든다. 4500원짜리 담배 1갑에도 별별 세금이 숨어있다.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개별소비세 등에다 준조세 격인 건강증진부담금까지 매겨진 세금만 총 3290원. 담배 가격의 73%나 차지한다. 담배 한 개비 피울 때마다 165원의 세금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하루 한 갑을 피우는 애연가 박씨는 줄줄이 새어나가는 세금 생각에 금연 결심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오전 9시15분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15분이 지났다. 출근 후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일과 중 이때까지가 바로 박씨가 하루 치 근로소득세를 내기 위해 일한 시간이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연봉 5000만원 기준, 소득의 3.1%)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8시간 근무자의 일당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환산해본 결과다. 

  

날마다 잔소리를 해대는 사장이 다가온다. 그가 근로소득세(연봉 2억원 대 기준, 실효세율 22.7%)를 다 내기 위해선 출근 후 1시간49분이 지난 10시49분까지 일해야 한다. 왠지 고소한 기분이다. 

  

정오가 되자 점심시간이다. 일이 밀려 회사 근처 식당에서 8500원짜리 설렁탕으로 급하게 때웠다. 탕 한 그릇에도 772원의 부가세가 따라붙는다. 

  

오후 2시  업무차 거래처 사람을 만나느라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함께 마신다. 커피 한 잔의 여유에도 300~400원의 세금이 여지없이 매겨진다. 

  

오후 3시  지난해 받은 성과급 500만원을 만기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이율 2%)에 맡겨뒀는데 만기일이 돌아왔다. 이자 10만원에서 이자소득세(14%), 지방소득세(소득세의 10%) 등 1만5400원이 손 한번 대보지 못하고 은행 창구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얼마 전에 입원한 아버지 수술비에 보태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투자했던 1000만원 어치의 주식도 팔기로 결심한다. 변변한 시세 차익을 보지도 못했는데 증권거래세(매도액의 0.3%)로 3만원이나 뭉텅 뜯겨나갔다. 지난 1년 동안 나름 재테크라고 한 건데도 매일 은행에 42원, 증권사에 82원씩 차곡차곡 갖다 바친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6시  회사로 돌아와 때마침 나온 월급명세표를 확인해 보니 곳곳에 세금이다. 연봉 5000만원의 그가 근로소득세와 지방소득세(근소세의 10%)로 떼어내는 세금은 하루 평균 4700원 정도. 같은 월급을 받아도 부양가족이 없어 각종 공제 혜택이 없는 독신자라면 세금이 7800원까지 훌쩍 오른다. 

  

오후 8시  늦어진 퇴근길에 직장 동료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컬컬해진 목을 축인다. 술집 주인이 내민 계산서에도 부가세가 어김없이 붙어 온다. 소주 한 병(출고가 1200원 기준)에 따라붙는 주세(72%)는 496원. 교육세(주세의 30%) 등이 더해지면 730원. 여기에 식당 마진을 넣은 시중 판매 가격(4000원)의 부가세까지 더하면 소주 한 병당 전체 세금은 약 1000원으로 뛴다. 소주 한잔 들이킬 때마다 143원꼴(1병 7잔 기준)이란 얘기다. 술값이 비싸 쉽사리 손이 가질 않는 양주와 ‘서민의 술’ 소주가 똑같은 세율(72%)이라는 걸 알고 나니 갑자기 술맛이 뚝 떨어진다. 

  

휴대폰·인터넷 요금에도 줄줄이 붙는 부가세 

  

오후 10시  집으로 돌아와 TV를 켜던 그는 문득 집안 구석구석마다 세금이 붙지 않은 제품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냉장고·에어컨·가구·책상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고급가구·에어컨 5~20%·2015년 이후 면제)나 부가세 외에도 휴대전화·인터넷 요금·케이블 TV 수신료 등등에 부가세가 꼬리를 물고 따라붙는다. 하루 평균 800~1000원가량의 세금을 그는 오늘도 성실히 납부했다. 

  

주 1~2회 있는 저녁 외식과 생필품이나 식료품 등 가계비에 붙는 간접세와 소비자 가격 속에 일부 포함되는 법인세 등을 더하면 세금은 더 늘어난다. 주말에 영화 한 편 보려 해도 부가세에 영화발전기금(3%)에다, 모처럼 만에 골프를 하려 해도 개별소비세·농특세 등 세금투성이다. 

  

밤 12시  그는 “그래도 이만한 집이라도 갖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하며 잠자리에 든다. 잠든 박씨 얼굴 너머로 아파트 등록·취득세·지방교육세·농특세 등으로 9300원, 재산세 등으로 2900원씩 하루 평균 1만2200원(서울지역 33평, 5년 보유 기준)의 세금이 밤새도록 계속 빠져나간다. 

  

연봉이 5000만원인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올해 하루에 약 13만7000원을 벌어 평균 3만5480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5년 전과 비교하면 5330원(17.7%)이 늘어났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납세 시간표는 ‘유리 지갑’인 직장인의 월급에서 공제돼 빠져나가는 세금 말고도 생활 주변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런저런 세금을 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매년 세금해방일을 계산해 발표해온 자유기업원(전 자유경제원)은 올해 세금해방일이 3월 26일이라고 23일 밝혔다. 올 한 해 동안 내는 세금 총액을 연간 365일로 환산해본 결과다. 새해 첫날부터 84일째인 3월 25일까지 일한 소득은 모두 세금으로 들어가고, 3월 26일부터 일한 소득이 순전히 자기 몫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하루 8시간 근무로 환산해보면 오전 9시 출근 후 2시간4분이 흐른 오전 11시4분까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올 한 해 동안 3월 25일까지, 하루 동안엔 출근 후 평균 두 시간가량을 각종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한다는 얘기다. 

  

오는 3월 26일 0시33분. 

  

이때부터 바로 세금 부담에서 벗어나 맘대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벌어들이는 세금해방일이 시작된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비로소 축배를 들 시간이다. 


세금 부담 훌훌 … 진짜 소득 첫날


세금해방일이란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은 1년 중 세금 부담 없이 자신의 진짜 소득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는 날을 말한다.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를 따져 계산하는 지표로 세금해방일이 늦어진다는 것은 소득에서 세금을 내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원래 영국 애덤 스미스 연구소와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 등이 매년 발표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자유기업원(전 자유경제원)이 1998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조세총액(국세+지방세)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눠 조세부담률을 구한 다음 이를 연간 일수로 분할해 환산한다. 올해 조세부담률 예상치는 23.02%. 국민의 세 부담이 국민순소득의 23%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를 연간으로 따져보니 올해 세금해방일은 3월 26일이다. 지난해보다 이틀 늦어졌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세금해방일은 단순한 계산치이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부과한 세금을 내기 위해 국민들이 1년에 며칠을 일해야 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행복지표의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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