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한국?…정치화된 과잉민주화 제자리 찾을 때

자유경제원 / 2016-12-12 / 조회: 8,338       미디어펜


우리 조상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전쟁과 가난, 빈약한 자원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빛나는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 동안 경제 규모는 1,000배 이상 성장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400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난과 무기력에 시달리던 대한민국 국민은 반세기 만에 명목 GDP 기준으로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였다. 경제 성장의 힘으로 ‘민주주의’라는 사치재도 누리게 되었다.

멀리서는 이것을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지만, 기적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에 붙여지는 이름일 뿐이다. 이것은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전 국민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이며, 우리는 우리가 성취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개인이 자존감을 가져야 하듯이, 우리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존감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은 자기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다. 국가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이 호전성과 제국주의를 낳을 수 있듯이, 지나친 자기 존중은 오만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전혀 자기 존중이 없는 사람은 도덕적 용기를 발휘할 수 없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면 국가 정책에 대해 열정적이고 효과적인 토론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가질 때 온전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의 자부심에 금이 가게 하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표-1)

  
▲ 표-1. 한국의 경제-무역-사회 주요 지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자료 출처=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1118000284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2015년, 1위), 인터넷 속도(2015년, 1위), 전자정부지수(2016년, 3위) 등 정보통신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든 것도 많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매우 길고 삶의 질도 낮다. 출산율은 세계 166위고, 경제성장률도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보다 더 심각한 통계도 있다. 노인과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에서 아주 높고,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약하다. 많은 젊은이에게 대한민국은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무능과 부패로 권위를 상실했고, 국회는 권력유지와 차기 정권 획득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공익과 국민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되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답답한 국내 정치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분노ㆍ불안과 좌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것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은 보이지 않는다.1)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우리가 성취한 것을 되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국가의 모든 힘을 안보와 경제발전에 집중한 지도자의 강력한 결단과 의지 그리고 추진력, 이런 지도자의 의지를 뒷받침한 정치인들과 관료들, 국가 발전에 부응하여 경제 발전에 매진한 기업가들, 가족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한 일반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경제 발전은 일반 국민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다. 놀라운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가족을 위해, 자신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악착같이 일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역사 서술에서 보통 사람들의 노력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거목의 뿌리와 같아서 사람들은 거목의 줄기와 가지, 열매만 볼 뿐 뿌리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역사가들은 주로 정치 중심으로 역사를 보기 때문에 역사의 큰 변화를 정치가들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역사가들 역시 역사의 뿌리에 해당하는 보통 사람들의 분투를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민중사관도 편향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중사관은 기득권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행적만 부각시킬 뿐 이념과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적은 폄하하거나 무시한다.

  
▲ 그동안 우리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잘 살아보겠다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한 결과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고,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민주화의 여망이 결실을 거두면서 민주주의도 쟁취하였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금일 발표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는 지금까지 역사가나 사람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한 사람들을 ‘경제발전의 뿌리’로 규정하고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발표자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 베트남 파병과 함께 진출했던 기업과 근로자들, 구로공단과 평화시장의 젊은 근로자들, 중동에 진출한 기업과 근로자들, 마도로스-외항선원들, 막장에서 지하자원을 캔 광부들을 산업전사로 살려내어 한국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부각시켰다. 

우리 경제 발전의 뿌리에 해당하는 한국의 아버지와 어머니, 젊은 근로자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에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성실하게 산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숨은 일꾼들이다. 

우리 사회가 전통사회에서 벗어나 서구적 의미의 근대화를 진행한 것은 길게 잡아도 60년이 넘지 않는다. 우리는 견고한 마음의 준비 없이 산업화에 돌입하였고,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것이다. 경제적인 지표로 본다면 우리도 풍요로운 사회에 진입하였다. 비록 이러한 풍요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지만, 과거에 비해 풍요롭고 살기 좋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남녀노소, 빈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를 질책하기에 바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 그동안 우리는 국가ㆍ민족ㆍ공동체라는 명분으로 경제와 윤리의 정치화에 몰입해왔다. 사회 각 부분에서 민주화라는 이름의 '정치화'를 끝낼 때가 되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우리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잘 살아보겠다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한 결과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고,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민주화의 여망이 결실을 거두면서 민주주의도 쟁취하였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이후 길을 잃었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우리가 이룩해야 할 것은 자유화이고, 이것은 국민의 힘을 모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화는 공동의 목표가 아니라 개인의 목표 설정과 노력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에게서 정체성을 찾고, 개인 하나하나가 독립적이고 더욱 강해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집단을 향한 열망이 사회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이 노력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ㆍ민족ㆍ공동체라는 명분으로 경제와 윤리의 정치화에 몰입해왔다. 사회 각 부분에서 ‘민주화’라는 이름의 ‘정치화’를 끝낼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 자유경제원이 앞서 줄 것을 기대한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1) 이 글의 일부는 <통합가치 포럼 종합토론회>(2016년 11월 30일)에서 발표한 “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글은 7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연속세미나에서 신중섭 강원대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신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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