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이 반납하라던 `금배지`...6g에 담긴 이야기

자유경제원 / 2017-01-25 / 조회: 9,957       일요신문

[일요신문] '금배지'는 국회의원 그 자체를 상징하는 대명사다. 국회의원 배지의 지름은 1.6cm. 무게는 6g. 이 작은 배지에는 권력과 특권의 큰 상징성이 올곧이 담겨있다. 

새누리당은 개혁의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중책을 맡은 인명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소속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좋아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인데, 무슨 염치로 배지를 다느냐"며 금배지 반납을 요구했다.  
 

박은숙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대 혁신'을 발표하고 있다. 2017.1.13  


실제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중 대부분은 위임장과 함께 배지를 맡겼고, 일부는 위임장 없이 배지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반성 차원에서 반납된 배지는 현재 당 금고에 보관되고 있다.  

반납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당 차원에서 금배지를 '압수'했을까.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배지를 받는다.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권력을 위임하고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기대하는 뜻에서 부여받는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이 금배지는 제헌국회 때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됐다. 당시에는 순금 배지와 함께 동(銅)에 금 도금을 한 배지도 함께 나눠졌다. 

이후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11대 국회부터 은에 도금을 한 배지가 만들어졌다. 

디자인은 여러 번 변경됐다. 5대 국회 때 배지에 새겨져 있던 '國(국)' 자를 한글 '국'으로 바꾼 적이 있다. 그러나 6대 국회 때 다시 한자 '國'으로 변경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국'을 거꾸로 하면 '논'으로 읽히고, 국회의원들이 놀기만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8대 총선 때 '國' 자가 또다시 논의됐다. '國' 자의 '口(구)'가 원형으로 보여 글자가 '或(혹시 혹)'으로 읽힌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정치인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비리'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는 2014년 배지의 한자가 한글을 주로 사용하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國'자를 한글 '국회'로 변경했다. 지름 1.6cm 원판 안에 새겨진 무궁화 모양, 가운데에는 양각의 '국회'. 마침내 지금의 금배지가 탄생됐다.  
 

왼쪽부터 18대(2008년) 19대(2012년) 20대(2016년) 국회의원 배지 ⓒ일요신문


도금 제작 방식에 따라 가격은 고가가 아니다. 종류는 두 가지로 나사형은 1만9500원, 옷핀형은 2만5000원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는 국회의원의 좌측 옷깃에 패용된다. 패용 방법까지 법('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직인 만큼 배지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갖은 특혜가 주어진다.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가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무려 200가지에 달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1년 급여는 약 1억 3000만 원. 여기에 각종 지원금과 사무실운영비와 사무용품비, 보좌진 인건비(최대 9명), 전화·우편 등 공공요금, 정책자료 발간·발송비, 입법·정책개발비, 차량 유지·유류비, 공무수행 출장비 지원이 있다.  

국회의원의 업무와는 조금 무관해 보이는 혜택도 줄을 잇는다. 공항 귀빈실 이용이 가능하고 길게 줄을 서 출입국 검사장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또,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의 장을 겸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어떤 혜택을 능가하는 특혜는 바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두 특권은 과거 군사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회의원을 함부로 구금하자 자유로운 입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 조항에 포함시켰다.  

결국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300명이 서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 있는 특권 중 특권인 것이다. 

고작 6g밖에 안 되는 금배지에 담긴 가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금배지를 앞세워 뇌물수수와 횡령에 앞장서기도 했다. 국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지역구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정쟁에만 몰두해 입법활동은 뒷전이다. 앞에선 '민심'과 '국민 여러분'을 외치지만 언제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얻는다. "그렇게 할 바에는 '금배지' 떼라"는 우스갯 소리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무능과 비리에 국민들은 실망하곤 한다. 구태의연한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2006년 17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며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국회의원 금배지 떼어내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론을 의식한 17·18대 국회에서는 금배지 대신 사랑의 열매를 달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이 자주 눈에 띄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재현 윤리특별위원장은 지난해 6월국회의원 배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4.07.01 ⓒ이종현 기자  


어느덧 부정부패와 특권의 상징이 된 금배지를 향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재현 윤리특별위원장은 지난해 6월 "배지가 책임과 봉사의 상징이 아닌 특권과 예우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국회의원 배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 의원 300명에게 태극기 배지를 나눠줬고 일부 의원들이 특권의 상징인 금배지 대신 태극기 배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금배지'를 달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배지를 착용하면서 막중한 사명, 책임감을 의식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특권과 예우의 상징이 된 금배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국민들 앞에 당당한 금배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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