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 위해서라면"...정의선의 ‘기업가 정신`

자유기업원 / 2020-07-23 / 조회: 9,572       스페셜경제

보호 무역주의 속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승부수 띄워

경쟁 관계는 옛말…연구소 개방 등 과감한 협업 모색


재계 리더들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빠졌다. 북미 등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포스트코로나’가 아니라 ‘위드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경영 화두가 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한국 재계의 차세대 리더들이 앞다퉈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하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리더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꼽힌다.


오픈 이노베이션, 보호 무역주의 극복할 기업의 ‘승부수’


과거 기업의 혁신은 폐쇄적이었다.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는 내부에서만 이뤄졌다. 시장 선점을 우선하는 까닭에 지식재산권을 통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했다. 이같은 기조는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다. IT 발전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혁신을 가속화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거나 내부의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도요타와 BMW는 차세대 친환경차 연구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LG화학은 미국 자동차 1위 업체 GM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합종연횡을 통해 더 큰 시장이 창출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이익도 증가한다는 것을 P&G, IBM 사례를 통해 배웠다. 더욱이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승부수’가 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엿볼 수 있는 ‘제로원데이 2019’ 행사장을 깜짝 방문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행사장을 직접 소개하며 현대차가 주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정 수석부회장의 관심과 의지를 짐작케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사업 특성상 무역질서의 변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승용차 제조사당 탄소배출량을 km당 130g에서 95g로 낮춘 것을 기점으로 세계 주요국이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려면 내부 역량에만 기댈 수 없게 됐다.


정의선, 연구개발 심장부까지 개방…오픈 이노베이션 ‘선봉장’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를 ‘모빌리티의 혁신’에서 찾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PAV가 30%, 로보틱스가 20%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환경 내에서는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가깝게는 수소차·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개인용 비행체(PAV), 로보틱스까지 제품군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구상도 밝혔다.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고 ‘100만대 판매·시장 점유율 10% 이상’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올해 초 'CEO 2020'와 이달 초 수소 모빌리티+쇼를 통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구현하려는 현대차는 ‘자동차 그 이상’이다. 제품과 미래 기술을 결합시켜 이동수단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회사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를 꿈꾸는 셈이다. 그의 구상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 통신, 자율주행, 인공지능(AI)에서 고성능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미래 전략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고 2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영국 어라이벌·크로아티아 리막·미국 카누와 코드42·KST모빌리티 등 국내외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과도 잇따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신뢰할 만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라면 정 수석부회장은 더욱 전향적이다. 지난 6월 직접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업장으로 찾아가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협력을 논의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와 5G 부문에서 월등한 기술력을 지닌 삼성전자와는 스킨십을 더욱 강화했다.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남양연구소를 공개하고 UAM, 로보틱스(robotics) 등 미래차 관련 기술에 대해 협의했다. 남양연구소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의 산실로 신차는 물론 미래차 핵심 기술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기술 협력을 위해서라면 경쟁 보단 실리를 선택한 정 수석부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원장은 “비슷한 여건에 놓였다 해도 모든 기업이 현대차처럼 개방형 혁신에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마다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의 대전환기에서 도전·혁신이라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해졌는데,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는 이러한 기업가 정신을 우리사회에 다시금 일깨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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