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정부는 부모가 아니다

최승노 / 2020-02-24 / 조회: 4,179

"자선을 베푸는 것보다 자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국가가 삶을 일일이 챙기려 들면 의존만 강해져

 

'탈무드'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가난한 아이가 부모 없이 혼자 살았다. 아직 어린아이가 할 줄 아는것은 날마다 거리로 나가 지나는 사람에게 손 벌려 구걸하는 일뿐이었다. 아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서 동냥질하여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살았다.

 

탈무드 이야기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아이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남자는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 따뜻한 방에서 재웠다. 마치 자신의 아이인 듯 학교까지 보내며 잘 돌봐주었다. 아이는 남자의 도움으로 훌륭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를 열어 장사하며 큰돈을 모았다.

 

한편 청년을 도와주었던 남자는 집안이 기울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남자는 고민 끝에 청년을 찾아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청년만큼은 어려운 자신을 나 몰라라 하지 않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년은 매우 냉랭했다. 남자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매몰차게 뒤돌아선 것이다. 남자는 청년이 괘씸했다.

 

“내가 저를 먹여 주고 재워 주며 보살폈건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돈을 주지 않고 장사를 하도록

 

남자는 입술을 깨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남자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자신의 형편이 어렵다며 자신이 가진 보석을 아주 싼 가격에 사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닌가.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헐값에 보석을 샀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남자가 와서 그 보석을 비싼 가격에 사겠다고 하지 뭔가.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보석을 팔았다. 보석을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자 이윤이 제법 컸다. 남자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나도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

 

남자는 보석을 사고판 돈을 밑천 삼아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히 일해서 큰돈을 벌었고 당당히 가난에서 벗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루는 남자가 청년의 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남자는 자신에게 매몰차게 등 돌렸던 청년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은혜도 모르는 고약한 녀석….”

 

바로 그때였다. 남자는 청년의 가게에서 지난날 자신이 사고팔았던 보석을 발견했다. 순간, 남자는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듯했다. 그랬다. 청년은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척하고 남몰래 남자를 도왔던 것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처럼 남자에게 당장 먹을거리 살 돈을 주는 대신 장사로 돈을 버는 법을 은밀히 가르쳐준 셈이었다. 그리하여 남자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청년이 남자를 진정으로 돕는 방법이었다.

 

우리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한도 끝도 없는 일이라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인 삶은 개인이

 

실제로 국가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했다가 도리어 빈곤 문제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이후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가 있다. 당시 스웨덴과 독일에서는 실업급여와 유급 병가제도를 시행한 다음부터 직장을 그만두거나 병가휴가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국가가 삶을 돌봐주는 까닭에 자기 책임보다 의존심만 강해진 탓이었다.

 

앞서 살펴본 '탈무드’의 예화처럼 진정 행복한 삶의 경영은 자기 책임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고, 더욱더 잘살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할 때 비로소 개인의 장래가 밝아지고 나라 경제에 희망의 빛이 비친다.

 

■ 기억해주세요

 

실제로 국가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했다가 도리어 빈곤 문제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이후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가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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