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법치와 부패

최승노 / 2020-06-29 / 조회: 3,124

정부 규제가 많을수록 부패도 심해져요

…'인치' 아닌 '법치'여야 부패 가능성 줄죠


중국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는 인간의 행위가 인위적이거나 작위적인 정치, 혹은 문화 체계에 의해 다스려지면 욕망의 흐름을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거나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억압과 갈등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사회의 운영이 자연처럼 인간의 자율성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무위 정치를 좋은 정치라고 주장하였다.


노자 사상과 불문율


노자의 무위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조건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적인 지침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맡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문율이나 금기사항을 제외한 모든 것이 허용되는 영미계 대륙국가나 해양국가의 네거티브 법률 시스템과 유사한 관점으로, 인치주의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보인다.


인치주의는 사람을 통한 지배로서, 지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의적 판단이나 도덕성에 기대어 사회를 유지하는 규범이다. 단어 자체로만 주는 느낌은 왠지 인간적이고 관용적이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 인식을 준다. 그래서 인치국가가 법치국가보다 더 청렴하고, 더 살기 좋은 나라일 것 같은 선입견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치보다 인치가 강하게 적용되는 나라에서 부정부패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리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인치국가에는 자애롭고 뛰어난 리더가 있을 수 있지만 독재적인 통치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인치는 원칙이 아닌, 지배자의 이익이나 편의, 상황, 사적인 감정 등에 따라 지극히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통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치사회보다 인치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진나라 상앙의 법


진나라의 법가인 상앙도 군주가 법에 기준하지 않고 개인의 지식과 능력으로 관료를 임용하면 사람들이 군주의 심중을 살펴서 아첨하게 되고, 그 결과 관청에는 상도가 없어지며 나라가 혼란해진다며 인치의 폐단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상앙은 임용 과정에서도 법에 의한 법치가 아닌, 군주에 의한 인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반대하였다.


공공의 이익과 사회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가 강한 나라도 부정부패가 심하게 나타난다. 지나친 규제는 불법 거래, 불법 파업, 뇌물 등의 규제 회피 행동을 야기할 뿐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여 폭동이나 약탈 등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부패가 심각하기로 손꼽히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규제와 통제가 강하고 인권 탄압이 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말리아, 북한, 아프가니스탄, 수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라크, 베네수엘라, 아이티가 바로 그러한 나라에 해당한다.


공산주의 정권으로 오랫동안 정부의 통제가 심했던 중국도 뇌물 거래나 횡령, 공갈협박, 밀매, 연고주의 등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예를 들어 중국 당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각지의 무기고에 있어야 할 각종 군수장비가 장부의 수치와 현저히 달랐을 뿐 아니라, 대량의 탱크와 장갑차가 산산이 분해되어 밀매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자유시장경제가 투명성 높여


물론 부패가 전혀 없는 나라는 세상에서 단 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패가 어느 사회에나 있다고 해서, 부패에 대한 인식이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 부패는 정부를 약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할 뿐 아니라, 대외적인 국가신용도도 크게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해치고 국가의 존망마저 크게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정부 개입을 더 강화한다거나 더 큰 통제와 규제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가둬 놓은 물보다 흐르는 물이 깨끗하듯, 규제보다는 법치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지켜지도록 힘써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한 국가들이 법치 아래 자유시장경제가 잘 발달한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우연한 공통점이 아님을 주시해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가둬 놓은 물보다 흐르는 물이 깨끗하듯, 규제보다는 법치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지켜지도록 힘써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한 국가들이 법치 아래 자유시장경제가 잘 발달한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우연한 공통점이 아님을 주시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56 [스마트 경제 읽기] 20세기를 감동시킨 영화신동의 재능
최승노 / 2020-11-23
최승노 2020-11-23
255 [스마트 경제 읽기] 소득은 타인을 이롭게 한 대가
최승노 / 2020-11-16
최승노 2020-11-16
254 [스마트 경제 읽기] 징벌적 세금, 도망가는 사람들
최승노 / 2020-11-09
최승노 2020-11-09
253 [스마트 경제 읽기] 의도하지 않은 영향력, 외부효과
최승노 / 2020-11-02
최승노 2020-11-02
252 [스마트 경제 읽기] 집안일에 월급을 준다면?
최승노 / 2020-10-26
최승노 2020-10-26
251 [문화칼럼] K팝 아이돌 `원조`는 일본이란 게 과연 맞는 얘긴가?
이문원 / 2020-10-20
이문원 2020-10-20
250 [스마트 경제 읽기] 보이지 않는 재산의 보호, 특허
최승노 / 2020-10-19
최승노 2020-10-19
249 [스마트 경제 읽기] 함무라비 법전으로 본 상업의 탄생
최승노 / 2020-10-12
최승노 2020-10-12
248 [문화칼럼] 공적개념이 방탄소년단에게서 손 떼야 하는 이유
이문원 / 2020-10-07
이문원 2020-10-07
247 [시장경제 길라잡이] 정부가 만든 엉성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까?
최승노 / 2020-10-05
최승노 2020-10-05
246 [시장경제 길라잡이] 서양문명은 바다에서 시작됐다
최승노 / 2020-09-28
최승노 2020-09-28
245 [시장경제 길라잡이] 방글라데시의 어린이 노동자
최승노 / 2020-09-21
최승노 2020-09-21
244 [문화칼럼] 한류의 다음 단계는 “주도권이 한국에 귀속되지 않는 것”?
이문원 / 2020-09-17
이문원 2020-09-17
243 [시장경제 길라잡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최승노 / 2020-09-14
최승노 2020-09-14
242 [시장경제 길라잡이] 기회비용
최승노 / 2020-09-07
최승노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