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욕망의 경제학

손경모 / 2020-02-24 / 조회: 1,559

가난은 기회다. 결핍이야말로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동인이다. 만약 자신이 현재 가난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정말 기회다. 차이를 느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무엇이든 차이를 느끼면 유튜브든 책이든 사람이든 방법을 찾게 된다. 그 차이에 계속 집중하면 상태가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끼리끼리 모여서 차이를 못 느낀다. 이것은 마치 엉망이 된 방의 질서에 적응해 치우지 않고 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은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모든 위험을 현재에 반영해서 물건을 가능한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용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 물건이 향후 얼마나 자주 필요할 것인지를 계산해 소유한다. 말하자면 일년에 한번이나 쓰는건지, 집에 공간만 차지하고 필요할 때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지 등을 생각해 자기 소유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물건을 적게 소유하지만 항상 아주 좋은 것들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비용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갖고 있는 물건만 많이 줄여도 주거비용부터 바로 해결된다. 한가지를 명심하는 게 좋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은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장인들은 많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도구는 매우 적다. 대부분 그것을 여러 형태로 활용한다. 이것은 판매에서도 마찬가진데, 주 판매 상품에 매출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과 같다. 소유도 판매처럼 집중해야 한다. 거기서 비용에 관한 승부가 난다. 특히 소유물이 많으면 필요할 때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있는지 없는지 인지가 안되기 때문에 결국 다시 구입하게 된다. 돈은 돈대로 쓰고 관리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간다.


두 번째,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의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다르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이든 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하지마라, 위험하다'면서 다른 이들을 걱정하는 척 의욕을 꺾는다. 꺾어서 짓밟고 일어서지 못하게 암시를 준다. 왜? 그래야 자신이 못나보이지 않고 다 같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껴서 그렇다. 하지만 친구가 비밀리에 성공하면 빌붙거나 같아질 때까지 험담을 한다. 친구를 깎아내려 평등해지려는 저열하고 묘한 심리다.


반대로 부유한 이들은 아주 사소한 가능성, '이거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한번 해볼까?'라는 얘기만 나와도 아주 적극적으로 의욕을 북돋워준다. 마치 저절로 하고 싶고 성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설령 하지 않더라도 그것에 관해 서로 지식도 얻게 되고 남의 욕망을 돋우는게 자신의 욕망도 일으킨다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은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지 결코 꿈을 짓밟지 않는다. 짓밟으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기 때문이다.


욕망은 기회비용이 아주 큰 감정이다. 누구나 첫사랑을 할 때와 시간이 지나 사랑을 할 때의 감정의 폭이 다름을 느낀다. 욕망도 마찬가지다. 꽂힐 때 해야 비용도 들지 않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욕망을 다른 핑계(돈, 시간)를 대면서 짓밟으면 사람의 제일 중요한 자원이 날아가버린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는 것이다.


예전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A라는 친구가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친구 B에게 치킨을 먹자고 했다. 그러자 돈이 없던 B는 치킨 먹을 돈이 없다고 했고 A는 2만 5천 원짜리 치킨을 2만원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B는 안 먹으면 2만원 이익이라고 했고, A는 그 말에 수긍하며 치킨 먹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 친구 두 명은 2만원을 벌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다시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하러 갔다.


얼마나 훌륭한가? 이게 바로 가난의 경제학이다. 이렇게 살면 평생 가난에서 못 벗어난다. 이건 18c, 19c 빈곤에서 벗어나는 철학이다. 평생 치킨도 못 먹고 참고 살려면 이렇게 살면 된다. 치킨 먹고 싶을 때 참고, 커피 먹고 싶을 때 참아가며 부유해진들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코 경제학은 돈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이렇게 살면 고급과 저급을 구분하는 미각을 잃어버린다. 욕망이 왔을 때 뇌가 그걸 차단하면 그 관련된 신경도 끊는다. 뇌는 항상 패턴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상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심지어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둘이서 한두 시간만 일하면 치킨먹는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던지 할말을 잃었다. 결국 게으름에 대한 굴종일 뿐 인내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저런 경제철학을 갖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게 최고선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 결과 고급과 저급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리고,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 왜? 무언가를 하는 것 보다 참는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지 그래? 그러면 세상 만사 편할텐데… 정말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바꾸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자기계발서, 심리서적 같은 것도 무시하고 안보니까 항상 자기자리에 갇히게 된다. 대부분 자기 세계에 고착화 돼 있기 때문에 이걸 깨는게 참 어렵다. 어떤 스승의 도움으로 잠시 그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금방 그 경로로 넛지되어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그 경로를 따라가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스승을 찾아 곁에 오래 머물러라. 그 향기가 오래도록 배도록.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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