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은 없다

이선민 / 2020-01-08 / 조회: 776

최근 예술계와 정치권에서 환경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의 권리 또한 자연스럽게 논쟁의 초점이 되었다. 공리주의는 많은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지지해 온 윤리적 방법론이다. 공리주의자들은 동물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도덕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말한다. Shafer-Landau (2018)에 따르면, “공리주의자들은 이런 [다른] 대안들 중 도덕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시험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낫다고 주장한다.” (p.133).


공리주의의 문제점은 여전히 동물 권리에 대한 주장에도 내재되어 있다. 공리주의는 많은 경우에 적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복잡하거나 상충되는 상황에서 공리적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공리주의 원칙 아래 동물의 고통이 도덕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 문제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도덕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을 얻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설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기술, 화학,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고통 없이 동물들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생성된 고통은 0일 것이고 소비나 실험으로 얻어진 행복은 공리적 수치상으로 순수한 양적 수치를 산출해낼 것이다. 이는 동물로 실험하고, 고문하고, 소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이 입장을 옹호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더구나 이런 도덕 공동체 구성원 자격시험하에서는 동물이 구성원으로 인정되더라도 몸이 불편하거나 지적 수준이 낮은 “주변인 (Marginal Humans)”이 도덕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다.


공리주의에 대한 이러한 도전을 인정하면서도 반박을 할 순 있다. 생명체 혹은 도덕적 수동자로서, 동물들은 여전히 소비되거나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들이 있다. Regan (2004)은 인간과 동물을 비교하며 둘 다 생명체로써 생명권과 같이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들을 줘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규칙 공리주의자들은 어떤 것이 최선의 행위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 도덕적인 규칙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 실험이나 소비는 공리적 수치상으로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도덕적인 규칙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이런 입장을 옹호하는 공리주의 주장 중 하나는 혼수상태거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 혹은 도덕적/합리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들과 같은 “주변부” 사람들을 조명한 “Argument from Marginal Cases”이다. 만약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해를 끼치는 것이 부도덕하다면, 동물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Norcoss (2004)는 그의 논문 “Puppies, Pigs, and People: Eating Meat and Marginal Cases”에서 위에 언급한 주장을 활용하여 이성적 능력이나 지능은 동물 소비의 도덕적 허용성을 정당화하는 요소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이성 자체가 아닌 우리에게 도덕적/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부여하는 기질(Disposition)이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비인간적 존재들을 구별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신 다윈주의 진화론에는 도덕성이 단순한 적응/자연 선택의 산물인지 혹은 우리의 지적 재산인지에 대한 대조적인 견해가 있다. Kitcher (2011)가 주장하기를, “우리 원래 인류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평화 조성은 원칙에 따라 다양한 맥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그리고 대응하기보다는 사전에 대처하는 새로운 장치로 대체되었다. 그 장치는 우리가 윤리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하는 행위에 필수적이다. 나는 그것을 규범적 지침 능력이라고 부를 것이다.” (p.69) 간단히 말해서, 인류는 진화를 통해 윤리적 기준을 존재케 하는 규범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끔 하는 고유의 기질을 습득했다.


주변인들은 그들이 윤리적 판단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잠재력에 필요한 기질을 갖고 있다. 주변인이 다쳤거나 미성숙하다는 사실이 그들에게서 이런 잠재력 및 기질을 박탈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동물들은 단순히 태생부터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세계 정상급 축구선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상을 입은 선수는 여전히 축구계의 일원인 반면, 태생적으로 잠재력이 부족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도덕 공동체의 시험은 도덕적 판단을 실행할 수 있는 정황 능력이나 이성의 여부가 아닌 기질의 소유 여부가 되어야 한다. 만약 동물들이 비슷한 자연 선택의 과정을 거치고 규범적 판단의 기질을 얻어 이 판단력을 통해 그들의 권리를 청원한다면, 그때 그들은 도덕 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Kitcher, P. (2011). The ethical project.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Norcoss, A. (2004). Puppies, Pigs, and People: Eating Meat and Marginal Cases. Philosophical Perspectives, 18. 

Regan, T. (2004). The case for animal right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Shafer-Landau, R. (2017). The Fundamentals of Ethics.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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