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블록체인을 지지한다는 것

김남웅 / 2019-10-31 / 조회: 2,078

최근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 진흥 발언을 하면서 비트코인이 40%이상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만큼 중국이라는 국가의 주석이 이 시장에 가진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이야기다. 시진핑 주석은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사용할 수 있고, 그 분야는 금융 지원부터 대중 교통, 빈곤 퇴치등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 정부는 부산광역시를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선정하여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하였다. 우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자는 의견은 차치하더라도, 필자는 정부들의 친-블록체인적 행보에 상당히 큰 모순을 느끼고 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우선 한 가지는 확실하게 해야할 거 같다. 필자는 비트코인의 백서를 그대로 읊으며 '이것이 블록체인이다’ 라고 이야기 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블록체인의 모습은 비트코인이 가진 그 모습과 굉장히 흡사할 것이다. 초기에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으로써 가지던 가치, 초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 결국 비트코인과 그 이후에 나왔던 블록체인들이 추구했던 Trustless(무신뢰성)와 Permissionless(무허가성)가 블록체인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가치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싸이퍼 펑크라고 불리는 아나키스트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했다고 보고있다. 애초에 블록체인을 규제한다 말겠다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규제가 불가능한 프로토콜을 꿈꿨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블록체인에 대한 이상은 남아있다. 


필자는 아직도 블록체인이 저러한 성격을 버리면 어떤 효용이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을 내지 못했다. 내가 내 친구와 단 둘이 컴퓨터 저장장소를 공유하고 이것을 블록체인으로 한들 어떤 효용이 나오겠는가. 애초에 블록체인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규제가 될 여지가 있어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냐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진짜 퍼블릭 블록체인이라면 초법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과 국가와 권력을 초월하는 프로토콜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법적 테두리 안에 있어서 구현하지 못했던 어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블록체인 사용 예시는 도박이다. 애초에 도박을 내가 내 돈으로 하는데 거기에 내가 벌금을 추가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만 블록체인 위에선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법안을 초월하여 얼마든지 도박을 할 수 있다. 애초에 블록체인 위에 도박 앱을 올리면, 도박개장죄에 해당되더라도 블록체인 위에 그 것을 누가 개발했고, 누가 운영하는지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규제하고 죄값을 물을 것인가? 도박을 제외하고도, 암시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게임에서 만들어진 재화에 실물 가치를 메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결국 블록체인은, 아니 적어도 퍼블릭 블록체인은 특정 국가나 단체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다. 그런데 이런 블록체인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말은 정말이지 받아들일 수 없다. 애초에 필자가 이해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국가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려고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은 국가간 송금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은행에 수수료를 물어주지 않아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더리움은 여러가지 어플리케이션이 초법적으로 작동하는 장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런 기술에 국가차원의 지원이라니.


다시 생각해보면 블록체인 업계가 사용자 편의를 개선하려는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애초에 편의와 자율성은 반비례하는 가치다. 내가 내 삶에 대한 권리를 얻은 대신,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듯, 우리도 블록체인을 통해서 자율성을 얻고싶다면 이를 통해서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것은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고 공짜 점심은 없듯, 규제받지 않는 플렛폼에서 얻는 불편함은 기꺼이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국가가 블록체인을 지지하고 지원한다고 할 때 마다 그냥 입 발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국가가 발전시킬 사업도 아니고, 그런 기술도 아니다. 국가가 블록체인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마치 고양이가 양식장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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